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번역] HANABI 제 1장 (2)

물붕이 2020.12.28 18:31:05
조회 559 추천 3 댓글 0
														

처음으로 돌아가기 / HANABI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mini/llss/64


이전 글 / HANABI 제 1장 (1): https://gall.dcinside.com/mini/llss/65




―2―


오사카 시즈쿠의 모교, 니지가사키 학원은 역사가 있는 학교는 아니었다. 학생 수는 엄청나게 많아, 스페셜리스트의 육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학과를 준비해 두었지만, OG들이 각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학생을 끌어 모아 지금부터 이름을 높여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니지가사키의 연극부라고 해도 졸업생에 유명한 여배우는 없었고, 고등학교 대회에서 파격적인 평가를 받아낼 수 있는 실적도 없었으며, 그 결과 니지가사키 학원에서 연극부 부장을 경험했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오사카 시즈쿠 또한, 한 사람의 연극 경험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낡은 유적이 누구에게도 모르게 모래에 파묻혀 가듯이 조용하게 마을의 한 구석에 매몰되어 가려고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부지런히 파내어 손질하거나 하지 않았더라면.


"시즈쿠 쨩이랑 만나는거, 이전 연극 때 이후로 처음이네"

"네, 그렇네요"

"이 가게, 좋네. 뭔가 꿈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 들어. 저기에도 그 건너편에도, 뭔가 연극이라든가 그림이라든가 음악이라든가 할 거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말야, 오다이바랑은 다르네. 오다이바는 뭔가... 보통의 여자애들이랑 관광객 뿐이라 두근거리지 않는단 말이지"


역 옆 상가 건물의 1층을 차지하고 있는 술집은 술을 포함해 거의 대부분의 메뉴가 400엔 이내였기 때문에 돈이 없는 시즈쿠라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었다. 벽에 붙여져 있는 메뉴는 손으로 써져 있었고, 테이블은 더러웠고 의자는 덜컥거렸다. 건물은 쇼와 시절부터 있었던 것 같지만 일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과 동세대의 사람들 뿐이었다. 극단의 선배들과 마실 때에는 이 가게나 비슷한 타입의 술집인 경우가 많았다. 부글부글 끓는지 아닌지는 제쳐 두고, 꿈이 있는 듯한 인종이 모여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뭐, 꿈이라고 하는 것에 유통 기한이 있다고 하면 벌써 그것을 분명히 지나버린 듯한 사람들도 틀림없이 많았다.


"목에 부담 주기 싫으니까 조금밖에 못 마시는데요?"

"그런거 신경쓰지마. 어울려 준 것 만으로도 기쁘니까"


본 공연이 다가오고 있어, 오늘은 연습이 끝나고 22시가 지나서 친구와 만나고 있었다. 타카사키 유우는, 고등학교의 한 학년 위 선배였다. 유우 자신은 스쿨 아이돌이 아닌, 주로 모두의 동기부여를 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안길 정도로 고무되는 때도 있고, 상냥한 말로 북돋아질 때도 있고, 적절한 거리를 두고 툭 하고 등을 밀어주는 때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아이돌이라고 하는 평가가 불안정적인 것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의욕'을 유지시켜 준다는 것은 중요하고 고마운 일이었다.


다만, 배우로서의 자신에게마저 흥미를 나타낸다는 것은, 그것이 졸업 후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은, 이렇게 달에 한 번 정도 페이스로 만나게 된단 것은, 권유 메시지를 받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밝아지게 된다고는, 시즈쿠 자신조차 상정하지 않고 있었다.


유우는 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끝부분만 초록색으로 물들인 트윈테일을 흔들며 다른 손님을 힐끔 힐끔 둘러 보곤 만족스러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감탄대로 이 가게에는 이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이들만이 모여 있다. 그림을 그려 파는 사람도 있다. 춤을 추는 사람도 기타를 치는 사람도 있다. 개성적인 옷이나 악세서리를 만드는 사람도 있고, 인테리어나 가구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자신처럼 연극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방에 틀어박혀 각본을 쓰는 사람도 있다. 음향을 일편단심으로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몇 명은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가볍게 합석해 같이 마실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다. 친구도 동료도 아닌, 굳이 말하자면 동지일까, 일단 전원이 프로에 진출하지 못해 가난했다.


"벽에 낙서가 많네. 가득 채워버릴 것 같아"

"모두 취해서 쓰는 것 같아요. 자작 스티커나 명함을 붙이거나 하면서"

"시즈쿠쨩의 사인은?"

"없어요 그런건"

"써도 괜찮지? 지금부터 쓰자!"

"싫어요. 저같은게. 유우씨야말로 어때요?"


유명인 없나? 하고 유우는 매직으로 쓰여진 사인 같은 낙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 유명인 같은 건 없을거라고 시즈쿠는 확신하고 있었다. 비슷하게 부족한 재능들이 모여, 마시고 취해, 신나선 떠들고, 다시 다음 날부터 현실에 휩쓸린다. 이 가게와 비슷한 낙서로 가득 찬 바와 카페도 있다. 부족하기 때문에 선택받지 못하기도 하지만, 선택받지 못한다고 해서 완전히 안되는 것은 아니고, 이 마을에 있으면 누군가가 '대단하잖아' 라고 칭찬해 주어서, 왜인지 힘낼 수 있게 된다. 희망과 좌절과 뒷받침이 기분 좋은 리듬으로 회전해 누구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기, 시즈쿠쨩, 이번 연극은 어떤 이야기야?"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은 남편과 딸의 이야기인데, 둘 앞에서 돌아가셨을 어머니가 초등학생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에요"

"뭔가 재밌을거 같아! 시즈쿠쨩은? 어떤 역할이야?"

"제가 딸 역할을 받았어요. 사회인이라 정장을 입기도 해요"


완전 주역이잖아. 유우는 언제나처럼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냈다. 희망의 빛을 간직하고 있다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그랬다. 상대의 손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하고, 밝은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할 수 있어, 너라면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하자, 응원할게——그런 식으로 열정을 불어 넣는 것이었다. 카스미도 말했었다. '유우 선배가 바라보고 있으면 용기가 솟아나' 라고 기쁜 듯이 이야기했다. 물론 자신 역시도 기뻤다. 연극부와 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코 쉬운 시간은 아니었지만, 유우가 등을 밀어 주면 높은 곳까지 비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즈쿠쨩의 연극을 보고 있으면 두근거림이 폭발해버릴거 같아"

"그런, 가요? 고마워요"


절친인 카스미가 졸업 후에 시즈쿠의 무대를 보러 온 적은 한 번도 없다. 보고 싶어한 적도 한 번도 없다. 타카사키 유우는 그러나, 극단에 소속돼 배우를 계속하고 있는 자신의 무대를 매번 보러 와준다. 오다이바의 저 편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분명 가깝지는 않을 텐데도, 그런데도 첫 날에 발길을 옮겨 준다. 아무것도 전문적인 것은 배우지 않았는데, 극단이 준비한 설문 용지 가득히 코멘트를 남겨 준다. 무대의 정리가 시작되어도 홀로 객석에 남아서 적어준다. 두근거렸다, 기뻤다, 슬펐다. 거기에 새겨진 문자열은 초등학생의 독서 감상문과 큰 차이가 없어서 선배들은 '별난 아이네' 라고 이상한 듯이 여겼지만, 시즈쿠에게 있어서는 배우로서의 자신을 지탱해주는 귀중한 팬이었다.


"시즈쿠쨩이랑 있으면, 나까지 힘이 나"

"유우씨, 요즘 어떻게 지내요? 대학이라든가?"

"별 일 없어. 편안하기만 하고 고등학교때 같은 두근거림이 없어. 귀중한 모라토리엄*이니까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하기 위한 시간 정도는 충분히 있는데. 뭐랄까, 뭔가를 발견해서 열중하는 사람이랑,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 말야,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람이 꽤 있는데, 나는 그 중 하나란 말이지"


* 청소년기에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유예기간


유우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자, 시즈쿠는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솟아올랐다. 얼굴이 달아오르며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의 반짝임이 두드러진다. 유우는 이름 정도는 누구든 알고 있는 사립 대학에 진학해서 올해로 3학년이었다. 아르바이트는 조금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부활동도 서클도 들어있지 않아서 몇몇 친한 친구와 가끔 노는 듯한 여대생이었다. 내년 취업 활동에서 희망하는 듯한 일에 종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애초에 희망 같은 건 없고, 나름대로 무난하고 너무 힘들지 않은 일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있지, 미안. 조금 밀어붙이는 것 같아서"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시즈쿠쨩의 연극을 좋아하는건 정말이니까"

"유우씨에게 그런 말을 듣는 거, 정말 도움이 돼요"


1개 80엔인 닭꼬치를 먹고 있다. 소금도 양념도 저렴한 맛이 났다. 편의점의 닭꼬치 쪽이 더 맛있는 것 같지만, 일단 가게에서 굽고 있으니까 이쪽이 더 맛있는 것일 거라고 시즈쿠는 믿고 있다. 유우는 꼬치를 한 손에 들고 반짝반짝 눈동자를 빛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즈쿠가 진학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상담을 해주던 때와 같은 눈을 하고 있다.


시즈쿠쨩이라면 할 수 있어. 시즈쿠쨩이라면 괜찮아. 진짜로 응원하고 있으니까. 반드시 보러 갈 테니까. 시즈쿠쨩이 평범한 여대생이 된다니 아깝잖아. 유우의 말은 촉촉한 화장수처럼 스며들어, 부모님의 비호에 싸여 있는 시즈쿠에게 격렬하게 독립을 재촉했다. 지침이라 부르기엔 조금 과장이겠지만 그래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말보다는 훨씬 강력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은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즈쿠에게 있어서 달콤한 술과 같았다. 달콤하지만 도수는 강했다. 절망이나 후회, 망설임, 자학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편하게 취하게 해 주었다. 유우도 카스미도 똑같이 평범한 여대생인데, 유우에 대해 안고 있는 감정은 카스미에 대해 안고 있는 감정과는 완전히 달랐다.


"늦어졌네"

"미안해요. 연습 때문에 시작이 늦어져서"

"그런거 정도야.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한 거잖아?"

"네. 본 공연이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세세한 부분까지 되게 빡빡해서. 선배들은 아직 연습하고 있어요. 납득 될때까지 마무리하고 싶다는 사람들 뿐이니까"

"혹시 부르지 않는 편이 나았으려나?"

"아뇨. 불러 주셔서 도움이 됐어요. 유우씨에게 격려받으면 무척이나 고양되니까. 내일부터 선배들과 비슷한 텐션으로 연습에 임할 수 있으니까요"


날이 바뀔 무렵 가게를 나섰다. 막차는 아직 있었지만, 둘이서 만났을 때는 유우가 시즈쿠의 방에 묵고 가는 습관이 있었다. 취한 채로 거리를 걸었다. 시즈쿠는 회색의 스웨트를, 유우는 헐렁헐렁한 감색 파카를 입고 있었다. 둘이서 저렴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직 꿈을 태우고 있는 젊은이들은 다 타려는 촛불처럼 밝고 정력적으로 방황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취해 있었고, 시즈쿠도 취해 있었다. 술에 취해 있는 것이 아니라, 타카사키 유우의 강한 말에, 눈동자의 반짝임에, 상냥한 성원에 취해 있었다.


철제 계단을 올라 방으로 비틀비틀 돌아오니 원룸 방은 침대밖에 없는 것 같았다. 조금 전, 절친인 나카스 카스미를 껴안았던 그 장소에서 시즈쿠는 선배인 타카사키 유우에게 안기고 있었다. 유우는 왜소했지만, 적극성이라는 점에서는 폭력 그 자체였다. 카스미처럼 모질게 거절하지 않고, 시즈쿠의 쌓여있는 외로움을 내뿜도록 해주었다. 풍성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지며 입맞춤을 나누기만 해도 벌써 눈물이 스르륵 흘러내렸다. 도중에 편의점에서 캔으로 된 술을 하나씩 샀는데, 그걸 따는 것보다 우선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우는거야? 괴로워? 외로운거야?"

"외로워요. 무척이나. 무서울 정도로"


에어컨을 켜고 방을 덥히며, 거칠게 알몸이 되어 살결을 주고 받자, 시즈쿠의 몸은 자신이 놀랄 정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에 한한 것이 아니라, 유우와의 행위에서는 예외 없이 젖어버리는 것이었다. 처음 유우와 섹 스를 했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그 때조차 아픔을 잊을 정도로 느껴버려서 목소리를 높여 버렸다. 반대로, 그 외의 인간과의 섹 스에서는 유감스러울 정도로 메마른 채였다. 그건 이미 궁합이라는 말로 정리하기에 아까울 정도이고, 시즈쿠는 유우와의 사이에 어떠한 운명이 있다고 단정하고 있었다.


"이러고 있으면 외롭지 않아?"

"네"

"미안해. 언제나 곁에 있어 주고 싶은데"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지 않아요. 유우씨의 목소리를 원해요"


유우는 몸집이 작으면서도 신축성이 있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사나우면서도 따뜻했다. 시즈쿠가 말라 있는 곳을 만지지 않고, 단지 피부를 겹치고, 단지 얼굴을 마주하고, 단지 시선을 얽어나가며 말을 걸어 왔다. '다음 무대도 반드시 보러 갈 테니까'. '두근거림을 나눔받고 싶으니까'. 단 한 사람뿐일지도 모르는 팬이기는 해도 이런 식으로 피부를 맞대고 맑은 눈으로 응원해 주면,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라는 의심 따위는 돌풍 앞의 나뭇잎처럼 날아가버리고 말 것이다. 유우의 말에는 더러운 계산이 전혀 없었다. 한결같이 두근거림을 전해 줄 가능성만을 믿고 있었다.


"시즈쿠쨩은 배우를 계속해줬으면 해"


놀랄 정도로 촉촉한 곳에 손가락이 들어와, 몸 구석구석까지 기대와 환호가 흘러들고, 그런 이야기를 열심히 속삭여지자, 더 이상 시즈쿠의 웅덩이에 있던 '배우를 그만둔다'라는 선택지 같은 모든 불만이나 불안은 함께 퍼내져 버렸다. 긴 머리카락을 엉망진창으로 헝클어트렸다. 목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었으면서, 얇은 벽 따위 신경쓰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반복되는 절정의 끝에 아침을 맞이했을 때는, 그저 '좀 더 연습하지 않으면'이라는 맑개 갠 향상심과, 빈 껍데기가 될 때까지 탐한 맨몸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눈을 떠보니, 유우의 가느다란 몸이 있었다. 미덥지 않아 보이는데도 시즈쿠보다 발육이 좋았다. 허리에 매달려 어리광을 피우고 있자, 유우는 스마트폰을 열고 난처한 듯 신음하고 있었다.


"큰일났다. 너무 즐거워서 또 아유무한테 문자하는거 잊었다"

"아유무씨, 화내지 않나요?"

"전화도 문자도 잔뜩 오고 있어. 합쳐서 20건 정도. 매너모드로 가방에 넣고 다니니까 술 마시게 되면 눈치를 못채. 화내고 있는걸까"

"유우씨에게는 직접 화내지 않는건가요?"

"볼을 부풀리긴 해도 화내진 않아. 응? 그게 화내는건가?"


아유무는, 우에하라 아유무는 유우의 소꿉친구였다. 고층 단지의 이웃으로, 어린 시절부터 서로의 방을 오갔다는 듯 하다. 둘의 관계성에 대해 깊게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적어도 고등학교 시절에는 없었다. 다만, 사이 좋은 절친이라고 정의하기에는 아유무의 독점욕이 너무 강해 보였다. 동호회의 멤버였긴 해도, 아유무는 유우를 기쁘게 하고 싶다는 일념 하에 활동을 하는 듯이 보였다. 자신 역시 유우에게 '두근거림'을 제공할 수 있다고 견제하는 듯 하기도 했다. 한편, 유우는 누구에게나 뜨거운 시선을 쏟아버리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시즈쿠는 아유무에게 받은 복잡한 감정이 섞인 시선에 겁먹기까지 했다.


실제로, 스킨십이 많은 카스미 등은 유우와 매우 사이가 좋고, 서로 장난치는 일도 빈번했는데, 아유무가 소꿉친구만의 지식이나 기억으로 마운트를 하기 시작하면 '카스밍은 시즈코 일편단심이에요' 같은 말로 얼버무리며 도망가는 것이었다.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나요?"

"애도 아니니까 괜찮아"

"제 방에 있었다고 이야기하나요?"

"더 뾰로통해지니까 이야기하지 않아. 친구랑 밤새 놀았다고 이야기하니까"


오늘은 점심때부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저녁때부터 극단의 연습이었다. 유우는 검정 속옷만 입고 시즈쿠의 원룸을 거닐다가 옛날 대본을 발견해 기쁜 듯이 침대로 돌아왔다. 그건 첫 연극의 대본이었다. 시시한 농담을 즉흥으로 말하는 게 되지 않아서 선배가 준비해줬다는 복잡한 사정이 있는 연극이었다. 유우는 시즈쿠의 맨몸을 등 뒤에서 껴안고 보물상자라도 여는 듯한 공손함으로 대본을 펼쳤다. 생각보다도 굴욕이 심한 연극이었지만, 시즈쿠는 도망갈 수도 없고, 코 앞에서 머리카락을 헤치고 등에 희롱의 입맞춤을 당할 때마다 웃는 얼굴로 몸을 비틀었다.


"그립네. 시즈쿠쨩의 개그가 너무 재밌어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 정말, 너무 웃어서 시끄럽다고 끌려나가는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렇게나 재밌었나요?"

"응응, 아이씨의 개그보다 재밌었어! 착실하고 아가씨같은 시즈쿠쨩이 말한다는 게 의외성만으로 왠지 배가 간지러워져!"


그건 선배가 생각해 준 개그다. 자신은 아무것도 생각해내지 못했다. 뭔가 생각난 것이 있어도 부끄러워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오사카 시즈쿠는 배우인 주제에 자신에게 매달리고 있다. 배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배역을 연기하고 있을 뿐. 알고 있지만, 무대를 보러 와준 유우는 아무것도 모른 채 폭소해 주었다. 무대는 라이브니까, 거기서 연기되고 있는 것이 만에 하나 실력이 아니었다 해도, 그 장소에 있던 관객의 눈에 비친 것만이 '옳음'인 것이다.


"세츠나 씨가 DVD를 낸다는 얘기 들었나요?"


조금 더 침대에 있기로 해서 이불을 뒤집어 썼다. 일어났을 때는 찌는 듯이 습기가 차 있었지만, 한 번 밀어낸 덕분에 건조해져 있었다. 카스미에게서 전해 들은 세츠나의 근황을 묻자, 유우는 어제와 똑같이 눈동자를 반짝이며 "물론이지"라고 대답했다. 고등학교 때의 동료라고는 해도 타인에 대한 것을 어떻게 이런 눈을 하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일까.


"수영복도 있다는 것 같은데요"

"오키나와에서 찍는 것 같아! 굉장하지 않아? 프로가 DVD를 만들어 주는거라구? 요즘은 자기가 촬영하면 누구든 동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잖아? 세츠나쨩을 위해서 누군가가 굳이 스태프나 기재나 의상을 준비해서 말야, 예산을 짜서 호텔이나 비행기를 예약해서 말야, 해변에서 완전 귀여운 모습을 촬영해주잖아? 그건 아이돌 뿐이잖아? 세츠나쨩이 매력적이니까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많은 사람이 협력하는 거잖아?"


누운 채로 손을 잡고, 무엇 하나 숨기지 않는 시선이 꽂히고, 그런 식으로 뜨겁게 이야기되어, 시즈쿠는 세츠나에 대해 놀랄 정도로 초조함과 멀음을 느끼고 있었다. 질투보다도 초조함이 선행되어, 자신도 질 수 없다,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우의 말을 듣고, 유우와 마주보고 있으면 어제 밤까지 안고 있던 모든 부정적인 기분이 오셀로처럼 펄럭펄럭 뒤집혀 긍정적인 기분으로 변해가는 것이었다.


"저도 노력할게요. 세츠나 씨에게 질 수 없어요"

"응. 시즈쿠쨩이라면 가능해. 할 수 있어!"


맨몸에 먼저 단 것은 노란 색의 커다란 리본이었다. 유우는 시즈쿠가 어젯밤 토해낸 많은 한심한 부분을 모두 '없던 것 처럼' 소화해 주었다. 악몽을 먹어 치우는 생물이 지나간 자리에는 앞을 향하는 미래만이 남겨져 있었다. 시즈쿠는 그래도 예감하고 있었다. 일주일만 지나면 다시 잡히지 않는 꿈이 시즈쿠를 내동댕이치리란 것을. 마음 속 어둠이 희망을 짓누르려 할 것을. 연습이 끝나고 방에 돌아올 때마다 침대에서 무릎을 껴안을 것을.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내 벽에 내던지고 싶을 정도로 거칠어질 것을.


"또 와주세요"

"응. 언제든지 문자해. 연극, 진짜로 기대하고 있어"


역의 개찰구에서 유우의 등을 배웅한 뒤, 시즈쿠는 강한 어지러움이 덮쳐와 벽에 기댔다. 1시간 후에는 카페에서 접객을 해야만 하므로 1분만 눈을 감기로 했다. 샴푸와 트리트먼트와 생리용품을 더 사야한다는 생각이 났다. 아르바이트 하는 곳의 '직원 식사'까지 참으려 했지만,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아 한계였다. 낙엽이 쌓인 아스팔트를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약국에 갔다가 편의점에 들러 작은 도시락을 샀다. 또 1500엔 정도 써버렸다. 샴푸와 트리트먼트와 샤워물과 드라이기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머리카락을 짧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돈이 없어 머리를 짧게 하려고 생각해버리는 자신을 측은히 여겨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연극 따위 하지 않으면, 적어도 취미로 해 두면, 지금쯤 적당히 유명한 대학에서 여대생을 하고 있고, 그런대로 부잣집 딸이니까 용돈도 곤란하지 않고, 조금 아르바이트하고, 멋을 내고, 미팅하고, 여행하고, 가끔 맛있는 것을 먹고, 그런 일련의 것을 SNS에 올리거나 하고, 평범하고 두근거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시즈쿠쨩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려'


문득, 부르르 떨릴 정도로 저린 느낌이 들었다. 입에서 엉덩이까지 깔루아 밀크로 채워진 듯이 되어 발이 꼬였다. 금세 상처받고 마는 자존심을 부드럽게 코팅해 주었다. 약국과 편의점 비닐 봉투를 손에 든 채로, 지역의 정보를 붙인 게시판에 기댔다. 맑게 갠 하늘을 올려다보고, 지나가는 사람이 무심코 시선을 돌려버릴 정도로 '쿠쿡' 하고 기묘한 웃음을 흘렸다. 시즈쿠가 지루한 미래를 그릴 때마다 유우의 말은 최면 스위치처럼 발동해 시즈쿠를 현실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밥 먹고 아르바이트 갈까'


여기에 없는 유우의 목소리에 이끌렸다. 시즈쿠는 아파트에 도착하자 약국의 비닐 봉투와 함께 쓰러졌다. 목욕탕 문을 등받이로 해 탐닉하듯 편의점 도시락을 먹었다. 그러고 탄산수를 마시면 단번에 배가 채워지는 것이었다. 깔끔한 카페라서 아무리 제복 차림이 된다고는 해도 스웨트로 얼굴을 내미는 것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즈쿠는 언제나 아르바이트 전에 갈아입고 있다. 속옷 차림으로 거울 앞에 서니, 아침부터 유우에게 입혀진 입맞춤 자국이 갈비뼈가 드러난 피부에 남겨져 있었다. 두근거림을 빨아들인 것 같이 보이기도 했지만, 시즈쿠는 그것마저 마음 든든히 여겨 황홀한 듯이 손 끝으로 덧그리고 있었다.




다음 글 / HANABI 제 1장 (3): https://gall.dcinside.com/mini/llss/67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3

고정닉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주변 사람 잘 챙기고 인맥 관리 잘 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6/03/30 - -
570 공지 러브라이브 패밀리 생일표 (2025.06.17) [1]
양털책갈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4.10 418 1
532 공지 러브라이브 SS 마토메 갤러리 운영 방침
양털책갈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11.19 444 1
567 공지 니지, 리에라, 하스 호칭표
양털책갈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30 178 0
105 공지 니지가사키 ss번역 링크모음 [2]
물붕이
21.01.15 7431 16
533 공지 완장 호출벨
양털책갈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11.19 328 0
598 시리어 [물갤ss] 카나타: 카나타쨩이 먼저 엠마쨩을 좋아했는데.. (6)
덕질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8 63 2
597 시리어 [물갤ss] 카나타: 카나타쨩이 먼저 엠마쨩을 좋아했는데.. (5) [3]
덕질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106 3
596 시리어 [물갤ss] 카나타: 카나타쨩이 먼저 엠마쨩을 좋아했는데.. (4)
덕질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6 74 1
595 시리어 [물갤ss] 카나타: 카나타쨩이 먼저 엠마쨩을 좋아했는데.. (3)
덕질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1 88 2
594 시리어 [물갤ss] 카나타: 카나타쨩이 먼저 엠마쨩을 좋아했는데.. (2)
덕질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0 113 2
593 시리어 [물갤ss] 카나타: 카나타쨩이 먼저 엠마쨩을 좋아했는데.. (1)
덕질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0 139 3
592 일반 긴스즈 2
S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8 29 0
591 일반 긴스즈 1 [1]
S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7 41 2
590 일반 리나「가장 최근 검색기록을 알려주는 보드를 만들었어」 [2]
별빛같은코코리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7 157 6
589 일반 [물갤ss] 엠마: 카린언니 미워! (1) [2]
덕질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6 109 2
588 일반 세라스「긴코 선배 괴롭히기」
긴코유부초밥도둑세라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9 59 0
587 일반 오로라「달링 베이비 달링」
하루미야밤톨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1 158 1
586 일반 시온「대화, 그 숨막힘에 대하여.」
하루미야밤톨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19 178 2
585 일반 [물갤SS] 세츠나 「그럼, 요리 시작할게요!」 카스미 「잠까ㅡㅡ안!!」
오야스야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16 135 1
584 일반 세라스「가슴 시린 이야기」
긴코유부초밥도둑세라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11 62 1
583 일반 [물갤SS] 호스트에 빠지지 않기 위한 교육 - 세츠나 편
니코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2.11 126 0
582 일반 히메「작년에 있었던 일인데~」
와카나시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10.26 149 0
575 SS대 [대회마감] 25.08.03 ~ 25.10.03 [3]
양털책갈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03 155 0
581 일반 [물갤SS] 호스트에 빠지지 않기 위한 교육 - 미아 편
니코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2 130 0
577 일반 [물갤SS] 호스트에 빠지지 않기 위한 교육 - 시오리코편
니코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2 150 0
576 일반 [물갤SS] 긴코「히메의 머리 위에 의문의 숫자가 나타났다」
니코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2 105 0
574 일반 돛단배 [1]
PRV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7.29 148 0
573 일반 코즈카호「두고 온 것」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7.13 147 2
572 장편 니지가사키 룸 쉐어 1학년편 번역 링크모음 [1]
물붕이(123.111)
25.07.08 175 2
571 일반 호노니코ss 모음집
호노카센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6.29 126 0
564 SS대 [대회 마감] 25.03.06 ~ 25.06.28 [11]
양털책갈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06 293 0
569 개그 아!!! 잊을 수 없던 하스노소라 전역식의 추억이여!!! [1]
니코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4.01 324 0
568 일반 저장용) 그냥 루리랑 메구를 레뷰 시키고 싶어서 쓴 글
소녀배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31 205 0
565 일반 별문학)겨울탄
메이의로퍼속페이크삭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07 267 0
563 일반 시오리코「지금부터 소지품 검사를 시작하겠습니다.」-3-
시키의플라스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06 331 5
562 일반 시오리코「지금부터 소지품 검사를 시작하겠습니다.」-2-
시키의플라스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06 309 2
561 일반 시오리코「지금부터 소지품 검사를 시작하겠습니다.」-1-
시키의플라스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06 388 2
560 힐링 유우「아유무의 압이...사라졌다?」 [1]
그린돌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2.11 337 3
559 개그 소꿉친구 탐정 아유무
aewJsdys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2.11 367 1
558 시리어 이해하면 무서운 럽라 이야기 1~4 [1]
없어진회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2.01 365 1
556 일반 새로 나온 굿즈를 살까 하는데 같이 가줄래?
시아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1.16 302 0
555 일반 유우쨩, 졸업 (4) (완)
시아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1.16 395 1
554 일반 카호「코즈에 짜~앙~!」코즈에「⁉」 (2)
물붕이(61.23)
25.01.03 420 0
553 일반 카호「코즈에 짜~앙~!」코즈에「⁉」 (1)
물붕이(61.23)
25.01.03 311 0
552 일반 유우쨩, 졸업 (3)
시아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1.02 304 1
550 개그 시오리코 (히죽히죽) 유우 「......」
오야스야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12.30 358 0
549 개그 아기누님 카린
오야스야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12.30 311 0
548 백합 우리들의 졸업
24럽라화정내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12.28 301 0
547 일반 유우쨩, 졸업 (2)
시아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12.19 340 0
546 일반 유우쨩, 졸업 (1)
시아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12.17 414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