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세입자들이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거지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 사기 위험과 규제 여파가 겹치며 이들 주택에서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서민 주거비 부담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아파트 전세는 사실상 시장에서 씨가 말랐다"며 "빌라를 찾는 사람도 많지만 전세는 불안하다며 월세 계약을 우선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전세로 들어왔다가 보증금을 잃는 사례가 너무 많이 알려져 세입자들이 위험을 회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정보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 비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계약 비중은 70%를 넘어서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단독·다가구 주택은 월세 비중이 8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전세를 공급하는 집주인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며 "수요가 몰리면서 월세 체제가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 활용도 떨어지며 매물 급감
사진=픽사베이(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갭투자 차단을 목적으로 한 실입주 의무 강화, 서울 전역에 걸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으로 매매 시장의 전세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전세 매물 자체가 급감했다. 집을 팔거나 사더라도 세입자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신규 전세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전세 시장이 빠르게 축소된 것이다.
여기에 2022년 이후 이어진 '전세 사기 공포'가 세입자의 선택을 더욱 좁히고 있다. 대규모 빌라 전세 사기 사건이 연이어 터지며 세입자 사이에서는 "전세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실제로 확정일자 자료에서도 서울 월세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전세 시장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시장 전반의 월세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다세대 주택도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월세 수요 증가와 전세 공급 축소가 겹치면서 내년에도 월세 인상 압력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전세 사다리가 끊어지면서 서민들이 사실상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정책 변화가 시장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는 만큼 정부의 추가적인 주거안정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와 현장 모두가 입을 모아 "전세 절벽"을 우려하는 가운데, 세입자들은 전세 위험을 피하고자 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월세마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서민 주거난은 더 깊어지고 있다. 전세 시장 침체와 월세 전환 속도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서울의 주거 구조 전반이 빠르게 '월세 중심 체계'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