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빌리려는 사람이 집주인 앞에서 생활 태도와 신용 상태를 설명하고, 경우에 따라선 일종의 '면접'까지 거쳐야 할 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이 충격을 주고 있다. 전세 사기와 월세 비중 확대가 맞물리면서 임차인을 사전에 평가하려는 이른바 '임차인 면접제' 논의가 국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임대인 단체를 중심으로 임대차 계약 체결 전 임차인의 신용, 월세 납부 이력, 직업 정보, 과거 거주지 평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흡연 여부, 반려동물 보유, 동거인 유무, 생활 패턴 같은 민감한 질문까지 포함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해당 단체는 양측 동의를 전제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전용 애플리케이션 출시를 내년 상반기로 목표하고 있다.
정책 논의도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앞서 국회 청원 게시판에는 임차인의 신용도와 월세 지급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일부 임대인은 "전세 사기와 체납 문제 이후 세입자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확인할 수 없는 구조는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한다.
월세 시대, 이젠 세입자도 '평가받는 존재'가 됐다
사진=픽사베이(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특히 전세에서 월세로 시장 구조가 빠르게 이동한 점이 이러한 요구를 키운 핵심 배경으로 지목된다. 보증금이 적은 대신 매달 월세가 수입에 직결되기 때문에 임대인은 안정적인 납부 능력을 갖춘 세입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제도라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신용조회 동의, 소득 증빙, 과거 체납 여부 확인이 일반화돼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 임대가 보장되고 세입자 권리가 강한 국가에서는 처음부터 세입자를 엄격히 선별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국내 적용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임차인의 법적 보호 장치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면접제만 먼저 도입될 경우, 세입자의 권리가 오히려 더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픽사베이(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청년·사회적 약자 단체들은 "임차인 면접은 사실상 인권 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차별, 개인정보 침해, 주거 배제 심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 '불안한 주거 시장을 만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책임을 세입자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세 사기 후폭풍과 월세 중심 재편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등장한 임차인 면접제 논의는 이미 공론의 장으로 올라왔다. 투명한 거래를 위한 장치가 될지, 새로운 차별과 갈등을 낳는 제도가 될지는 향후 적용 방식과 보완책 마련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임차인 검증 제도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시장 구조를 뒤흔드는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도 도입 여부뿐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운영되고, 이를 어떻게 공정하게 관리할지가 향후 한국 주거 시장의 신뢰를 좌우할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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