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800선을 넘어 6000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불과 얼마 전 '오천피' 돌파가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시장의 시계는 벌써 그 다음 숫자를 향해 움직인다. 증권가에서는 지수 상단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며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단기 과열 신호에도 불구하고 "이번 랠리는 구조적 성장 스토리가 다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이번 상승장의 심장은 단연 반도체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 서버 투자 확대의 직격 수혜를 입으며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모습이다. 특히 HBM 시장에서의 기술 우위와 공급 주도권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두 기업의 목표주가를 연이어 상향하며 추가 상승 여력을 언급한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진짜 2배 잠재력은 반도체 단일 종목이 아니라 AI 인프라 전반에 있다"고 말한다.
'19만전자·95만닉스'가 바꾼 판도… 외국인 자금 어디로
사진=픽사베이(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AI 서버가 늘어날수록 필요한 것은 메모리뿐 아니라 전력, 전력기기, 냉각 시스템, 데이터센터 설비, 반도체 장비까지 광범위하다. 실제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수백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관련 밸류체인 전반이 동반 수혜 기대를 받고 있다.
HBM 장비와 후공정 솔루션을 공급하는 소부장 기업들은 주문 잔고가 빠르게 늘고 있고,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으로 전력기기·변압기·원전 관련 기업들의 중장기 실적 가시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AI를 굴리기 위한 전기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전력망 투자와 고효율 설비 교체 수요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AI는 반도체에서 시작해 전력에서 완성된다"는 말이 나온다.
방산과 조선 역시 보조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재점화되면서 수출 중심 방산 기업들이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고, 미 해군 유지·보수(MRO) 시장 진출 기대감이 커진 조선업체들도 재평가 흐름을 타는 중이다. 이들 업종은 반도체의 변동성을 완충하는 실적 기반 섹터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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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경계 신호도 분명하다. 50일 이동평균 대비 주가 괴리율이 과열 구간에 진입했고, 개인 투자자들의 추격 매수세도 눈에 띄게 늘었다. 상승장이 길어질수록 작은 변수에도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AI 투자 속도의 둔화 여부는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거론된다.
그럼에도 자금은 '성장 확신이 있는 곳'으로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어 자산으로 반도체와 AI 인프라를 유지하되, 실적 추정치가 최근 상향된 업종을 병행하는 전략을 제안한다. 에너지, 헬스케어, 일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종목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단일 종목 집중이 부담스럽다면 반도체 대표주 중심 ETF 등 분산 상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결국 시장이 말하는 '1억이 2억이 되는 섹터'는 단순 테마가 아니다.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를 구성하는 산업 전반, 즉 반도체와 이를 둘러싼 전력·장비·데이터센터 밸류체인이 핵심이다. 코스피 6000은 상징적인 숫자에 불과할지 모른다. 구조적 성장 스토리가 이어진다면, 숫자의 다음 자리는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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