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감상평:

표지가 새하얗고 아름다웠음. 사라진 시간들 다음으로 표지 마음에 들었다.

때 타긴 쉽지만 하얀색은 심플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함.

사실 스테이펠만 사려다가 콩류전 분위기에 휩쓸려 세트로 사게 된 책.

처음엔 괜찮나 싶었는데 읽고나서 사길 잘했다고 고개 끄덕였다. 

"전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어요."

"...."

"가족도, 친구도, 사랑도 애정도, 전부 다요."

(p.90)

"가자."

오랜 시간을 돌아 샌즈 역시 그녀에게 답했다.

"그래."

(p.164)

샌즈는 주머니에 내내 넣어놓았던 반지 케이스를 들고 관으로 다가갔다.

프리스크의 뻣뻣한 손을 만질 수가 없어서 그 위에 반지를 올려놓았다.

(p.182)

지상에 올라온 이후 살아가던 프리스크는, 토리엘의 사망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다.

그리고 내내 자신을 피했던 샌즈를 만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이 사라졌단 걸 고백한다.

그 후 샌즈와 프리스크의 오랫동안 닫혀있던 관계가 서서히 진척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전반적으로 표지처럼 새하얗고 잔잔한 이야기였다.

날씨가 좋은 오후에 그림자가 살짝 드리워진 거실에 있으면, 햇살이 유달리 눈부시고 아름답게 느껴지는데

딱 그런 분위기의 글이었다.

게임속에서 프리스크가 지상에 올라온 이후 "남겠다"와 "갈 곳이 있다"라는 선택지가 있는데,

이 회지에선 "갈 곳이 있다"라는 선택지에 대해 흥미롭게 풀었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도 여러번 갈곳이 있다 선택지에 대해 고민했지만..... 솔직히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전설을 가진 에봇산까지 올라온 프리스크가, 돌아갈 곳이 있나 싶어 한 번도 못 떠올렸으니까.

그런데 이 회지는 그 선택지에 대해 흥미로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진행을 이끌단 게 가장 마음에 들었음.

스테이펠이 가시가 불쑥 불쑥 솟은 장미같은 글이었다면

이 이야기는 안개꽃처럼 부드럽고 앙증맞은 글이었다.

에필로그 펼치기 전까진 너무 훈훈하고 기분이 좋아 가슴이 벅찼다.

그런데 에필로그를 펼친 이후 내가 받은 느낌은, 내 가슴 위로 꽃 한 송이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는데

그 꽃을 잡아 자리를 잡은 뿌리를 뜯어내는 아픔이었다. 

"야!! 꼭 이랬어야 했냐!!"라고 절규하면서 마지막과 후기까지 읽고 나서야 제목의 뜻을 겨우 알 수 있었다.

간만에 마지막까지 훈훈한 해피엔딩을 읽나 했는데 환멸나는 세상. 해피엔딩? 그런 건 있을 수 없어.

나만 죽을 수 없다. 니들도 읽어라. 분실 읽어라. 두 번 읽어라.

<끝마치며>

개인적으로 그 후의 이야기도 한 편 정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깔끔하게 툭 끊어져버린 이야기에 무리하게 요구하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회지 제작자가 대회 끝내고 영바해버림. 씁.

이것으로 콩류전에서 구매한 회지는 전부 회지 후기를 마침.

아직 읽지 않은 회지가 있으니 한 번 후기를 써볼까.

사실 콩류전에서 산 거 말고도 서코에서 긁어모은 회지들 있음.

다만 너무 오래전에 산 회지들이라 후기 쓰기가 뮈시기한데....

정 할 거 없으면 그것들도 간단하게 쓸까 생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