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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훈 에세이] 수도를 옮겨라!

운영자 2006.01.13 16:08:18
조회 3127 추천 0 댓글 3

  2. 서울을 향한 좌절과 희망

  수도를 옮겨라!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유력한 당선 후보였던 노무현 현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 사이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던 공약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노무현 후보가 제시한 행정 수도 이전 공약이었다.

  노 후보의 이 공약이 발표되자 텔레비전 대선 토론은 물론이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포화 상태에 빠진 서울의 주거 환경과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라는 찬성론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서울 대신 또 다른 후보 지역의 부동산 투기만 일으키는 무의미한 발상이라는 반대론이 뜨겁게 맞서면서, 대선 기간 후반부 내내 이 문제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수도 이전과 함께 경제 침체가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서울 시민의 불안감과, 수도 이전 후보지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충청 지역 사람들의 기대감은 대선 득표율의 향방을 결정짓는 변수가 되고 있었다. 이때 이회창 후보 선거 본부와 김원기 민주당 고문 양측에서 나에게 연락을 하여 의견 제시를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행정 수도 이전 문제는 이제 가설이 아닌 현실 문제로 부각되었다. 물론 극복해야 할 변수가 많기는 하지만, 현 정부가 지난 대선 공약을 백지화하지 않는 이상 충청 지역으로의 행정 수도 이전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행정 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면서 남다른 감회에 젖어 들곤 한다. 이미 25년 전 1977년에 충청 지역으로의 행정 수도 이전 문제가 본격 논의되었고, 나는 도시 기본 계획과 중심 지역 도시 설계, 그리고 해외 신수도(新首都) 사례 비교 연구 등 세 가지 작업을 맡아 했다. 홍익대 도시계획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던 시절이라 그 작업을 진행할 때 오원철 경제 수석 등과 협의를 하고 다른 많은 교수들과 협력하느라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갔던 기억이 새롭기 때문이다.1960년대 초반에 정권을 잡은 이후, 박 대통령은 줄곧 한 가지 고민을 갖고 있었다. 서울이 북한과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고민이었다. 만약 북한이 기습적인 미사일 공격이나 공습을 감행한다면 모든 행정부와 국가 기관이 몰려 있는 서울 땅은 일시에 마비될 것이 뻔했고, 그렇게 되면 남한 전체가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특히 무장 공비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기습하려 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부터 박 대통령의 이런 걱정은 더욱 심각한 고민거리가 되었던 것 같다.

  1970년대로 들어선 이후 박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 시작했고, 결론은 행정 수도를 남쪽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당시 서울은 남한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심장 아주 가까운 곳에 치명적인 피격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러므로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인 심장을 외부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그 부위를 안전한 다른 위치로 옮기자는 생각이었다. 1977년 여름, 나를 비롯한 몇몇 대학 교수들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특별한 지시를 받았다. 이름하여 ‘백지 계획’, 바로 행정 수도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프로젝트였다. ‘백지 계획’이라는 특이한 이름은 1978년 대통령 연두 교서 이후에 붙여진 이름인데, 국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유사시 필요한 대안’일 뿐이라는 듯 대외 의미를 축소시키고, 그만큼 비밀리에 계획을 진행하려는 의도였다. ‘백지 계획’에 참여하게 된 교수들은 처음 20여 명에서 점차 40여 명으로까지 늘어났고,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그 위원들은 엉뚱하게도 기존의 ‘중화학 기획단’에 속하는 모습으로 활동하였다. 그때 내 나이 서른다섯.

  한국의 새로운 행정 수도 건설을 위한 도시 계획과 도시 설계 작업에 참여한다는 것이 참으로 가슴 벅차고도 기쁨을 주는 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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