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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훈 에세이] 아름다운 서울 만들기

운영자 2006.01.05 20:05:23
조회 1734 추천 0 댓글 2

 2. 서울을 향한 좌절과 희망

  아름다운 서울 만들기   

  홍익대에 부교수로 임명되면서 한국종합조경공사 상임 고문직은 그만두었지만, 서울시 도시 건축 미관 심의위원회 및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직을 새로 맡게 되었다. 나는 이 기간 동안 한국의 수도이자 얼굴인 서울시를 아름답고 살기 좋은 삶터로 만들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민하고 또 구상하였다.

  나의 이런 고민과 구상의 밑거름에는 언제나 이런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서울은 많은 구릉과 산으로 지형 지세가 다채로운 곡선을 가진,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 파리에도 몽마르뜨 하나뿐이고, 런던, 뉴욕, 워싱턴, 북경, 상해, 동경, 방콕, 카이로 등 무수한 유명 도시들이 대개 납작한 평지만 있어서 별 재미가 없다. 로마는 겨우 일곱 개뿐인 구릉을 큰 자랑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다.

  응봉 공원에 이어 대학로와 마로니에 공원을 되살리는 동안 나는 서울이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천혜의 지형과 자연 환경을 갖고 있는 도시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 우면산, 응봉산 등 수많은 명산이 서로 어울리고 또 견제하며 자리를 잡고 있고, 수량이 많고 평균 1km 이상의 폭을 가진 수려한 한강이 흐르고 있는 도시, 서울은 과연 600년 조선의 도읍다운 면모를 갖춘 아름다운 도시였다.이런 생각 때문에 나는 서울이 다치고 상처받고 신음하는 모습을 차마 보고 있기가 어려웠다.

  한강변에서 보면, 남산 남측의 기세가 한강까지 뻗쳐 보광동과 한남동이 만나는 언덕은 한광교회를 정점으로 하여 예쁜 구릉을 이루고 있다. 파리의 몽마르뜨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은 위치에 있지만, 그 남측 언덕을 파서 대규모 아파트를 짓고 있다. 그렇게 아름다운 광경이 다 없어지고 있지만 누구 하나 문제 삼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런 안타까움이 하나씩 쌓여 가고 있었다.

  대학로 설계를 성공적으로 끝낸 후 나는 그 문화 예술 공간의 축을 남산과 장충단 공원까지 연계할 구상을 했고, 그 같은 구상을 바탕으로 동대문과 광화문을 되살리고자 했다. 세운상가처럼 동서를 가로막는 장벽 같은 건물들도 없애고, 그 앞의 값진 전통 유산인 종묘에서부터 남산골로 연결되는 자연스러운 녹지 환경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역시 실현되기 쉽지 않았다. 문제는 의식이었다. 사람은 결국 건물 사이로 다니기 때문에 도시의 빈 공간이 잘 연결되는 것이 특히 중요한데, 70년대 건축의 주류를 이룬 사람들은 그 중요성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크고 높은 건물만 지으려 했다. 소위 도시 계획을 한다는 사람들도 차가 다닐 수 있는 길만 내면 그만이라는 식이었고, 도시 조경을 한다는 사람들은 가로수 심는 정도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으며, 더욱이 새로운 개성이나 옛것을 되살리려는 생각은 현대화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 여겨졌다.

  정치 지도자나 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할 일은 부지런히 일한 국민들에게 그들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게 하는 도시 활동의 틀을 3차원 이상으로 잡아 주는 것인데, 그들의 관심사는 그저 눈앞의 실적이나 돈 문제에 국한되어 있었다.

  ‘이 도로를 이렇게 놓았을 때 10년 후나 100년 후에는 사람들이나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건물을 이렇게 지었을 때 사람들에게 어떤 편의와 불편을 줄까?’ 이런 생각으로 고민을 해야 할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대신 다음의 생각들만 가득 차 있었다.

  ‘이 도로를 놓았을 때 당장 차량 통행이 얼마나 빨라지고 인근 부동산 시세는 어떻게 될까? 이 건물을 이렇게 지었을 때 건물주에게는 얼마나 이득이 될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고,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환경을 생각하는 도시 개발에 관해 쉼없이 역설하고 강의하고 주장했다. 그럴수록 나에 대한 칭찬보다는 견제와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부류의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찾아와 “참으로 잘했다.”고 칭찬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았고, 특히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홍대 제자들은 “우리 대신 교수님께서 계속 총대를 메 주십시오.”라는 부탁까지 했다.

  서울을 살리자! 서울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게 하자! 무엇보다 서울 시민이 살고 싶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도시로 만들자! 서울과 경기, 그리고 인천을 하나의 메타폴리스(Metapolis)로 보고 광역적으로 구상하자! 신진대사가 잘 되는 도시라는 의미의 신조어를 만들어 메타폴리스라고 하고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인천을 메타폴리스라고 생각했다.2,000년 전 아테네가 철학을 뿜어냈듯이, 서울을 21세기 지구촌 문명의 철학을 담아내는 영혼의 도시로 만들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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