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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당선작 중에서 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7.111) 2022.08.28 15:53:57
조회 1087 추천 19 댓글 18

정오의 구분


버려진 가구들과
나의 책임은 비슷하게 생겼다
무게가 무겁고 크기가 커서
지나는 나를 압도시키는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누워 있다 개가

나는 그곳을 우연히 지나는 중이었지
개는 짧은 줄에 목이 묶인 채
의아할 정도로 뜨거운 태양을 받으며
눈을 감고 있다

이상한 장면이다
너 평화롭니
하고 물으면
평화가 깨지고
나도 더이상 개를 볼 수 없게 될까봐
묻지 않았다

나와 개 사이에는 닫힌 문 하나가 있다
개의 세계는 문 안이다
정오를 조금씩 벗어나는 시각
날이 너무 뜨거워서
이번 여름에는
그늘도 없이 목줄에 묶인 개들이
멸종할지도 모른다

개는 고요한데
나는 조급해졌다
엎드려 혀를 내민 채
조용히 헉헉거리며
조금은 뚱한 표정을 짓는 동물

개는 알까
내가 모르는 것을
나는 개에게 언질해주었다
개의 마음을 알기 어려웠다

몸에 너무 힘을 주고 있다는 걸 깨닫고
주먹을 풀었다
다시 쥐어봐도 잡히는 건 없었다

나는 문짝이 없는 가구처럼
자꾸 너덜거리는 표정이 되었다

주택가 골목 사이로
마르고 죽은 노인이 실려 나간다
너 평화롭니
나에게 묻자
평화는 깨지고 개가 고개를 든다




. 당선작 중 한 편. 문갤에서 당선작 욕하는 애들 보면 뭔가에 중독된 것처럼 자극적인 것만 찾고 - 정작 그 속에 시가 안 보임. 기본이 결여되어 있는데, 그래서 착실하고 절제되고 조용하면서도 기본적인 것을 갖춘 시를 보면 못 견디나 봄. 정반대의 성격이라서 그런가? 마치 상한 생선을 넣고 소금 등의 양념만 한 통 씩 쏟아부은 거 같달까? 아무도 먹을 수 없고 먹어서도 안 되는 음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심사위원들도 거르지.
기본적인 게 뭔지 차분히 생각할 필요가 있지. 이 시는 막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는 것도 없고 화려한 문체도 없고 오늘 일상적으로 골목길을 걸어가고 걸어가는 중에 한 사람 몫 밖에 불과한 눈동자가 커지는 정도의 일 밖에 없지만 일상이나 한 사람이 마주하는 현실을 딱 그만한 크기로 보여주고 있고 그런 응시 위에서 발생하는 떨림 같은 게 잘 표현되어 있지. 이런 한 사람 몫에 불과한 관찰과 묘사, 표현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시를 안 써봤고 진지하게 읽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은 잘 모름. 그들은 항상 쉽게 초과하고 그걸 좀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거기서 가장 큰 실패가 발생하는 거고.
화자의 눈 다시말해 관찰을 따라가고 그로인한 화자의 몸의 떨림을 느끼는 게, 한 편의 영화처럼 볼만하고 그걸 자극 없이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건 시의 본령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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