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마지막 해에 '후회 없이' 자신의 기량을 모두 펼치겠다는 각오다.

이승엽은 12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휘슬러코리아 일구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 소감으로 "내년에는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마지막이니만큼 떠날 때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원 없이 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 야구를 1루수로 시작했기 때문에 내년에도 1루수를 하고 싶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더욱 단단한 각오를 다진다.

이승엽은 "그런데 감독님이 외국인 선수를 1루수로 뽑는다고 하셔서 저를 못 믿으시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캠프에서 열심히 해서 개막전에 1루수로 나오고 싶다"고 강조했다.

왜 선수 마지막 해를 앞두고 수비 의욕이 불타올랐을까. 그는 더 완성된 모습으로 은퇴하기를 바랐다.

이승엽은 "'이승엽은 홈런'이미지가 많다. 하지만 저는 '이승엽은 1루 수비를 잘한다'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으로 복귀한 이후 1루 수비를 많이 안 해서 많은 사람이 제가 1루 수비를 못 한다고 생각한다"며 "마지막에 강한 인상을 심고 싶다"고 기대했다.

그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승엽은 "내년에 (한국 나이로) 마흔둘이지만, 똑같은 선수다. 어린 선수들에게 지고 싶지 않다"며 "'아직 할 수 있구나', '실력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스스로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지만, 내년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한 까닭도 분명하다.

이승엽은 "언젠가는 기량이 떨어진다. 물론 내년에는 자신은 있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안 될 수도 있다"며 "좋은 모습으로 떠나야 먼 훗날에 '야구를 정말 잘했구나'라는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가 빠져줘야 어린 선수들이 올라오는 계기가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이날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라는 이유로 현역 선수로는 최초로 일구대상을 받았다.

그는 은퇴하는 순간까지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승엽은 "마지막이 좋지 않은 선수들이 많다. '이승엽은 그렇게 되지 말자'는 것은 저 자신과의 약속이다"라고 강조했다.

해외에 진출하는 후배들에게도 "한편으로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올해 한국·일본 통산 600홈런, 역대 최고령·최소시즌 2천안타 등 뜻깊은 기록도 많이 세웠다.

그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나 성취감 가지려는 것은 전혀 없다. 내년에는 좀 더 마음 편하게 하려고 한다"며 "시즌 들어가면 못 칠 때 속상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주인공은 후배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봄, 여름이 지나면 마음이 허전할 것도 같다. 하지만 후회 없이 한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수가 되지 않을까"라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