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문노의 육아가 비담에게 미친 영향

ㅇㅇ(116.36) 2018.01.07 03:36:39
조회 4093 추천 52 댓글 7

농담반 진담반으로 선덕의 진짜 메시지는 '아이를 키울 땐 사랑을 다해서 키우자'라는 말이 있지ㅋㅋㅋ

그만큼 선덕을 본 많은 시청자들이 비담에 대한 문노의 육아방식에 문제를 느꼈던 거라고 생각해.

어린시절 겪었던 애정과 믿음의 결여는 성인이 된 후에도 비담을 괴롭히고, 결국 자신의 사랑을 제 손으로 망쳐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아.


그런데 나는 문노의 육아에서 단순한 애정의 결여만이 문제가 됐다고 보지 않음.


아동폭력의 피해자에게 남는 학대의 상처 중 하나가 바로 선악 구분, 즉 도덕적 관념의 부재라고 해.

문노는 비담과의 대화를 미루어 봤을때 선악에 대한 분별을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인식한 것 같지만, 기실 선악이란 지극히 사회적인 관념이고, 이는 성장과정에서 사회화 과정을 거침으로써 형성되는 개념이야.

일반적인 가정의 경우 기초적인 선악 구분은 부모에게서 배워. 착한 일을 했을 때는 부모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받고, 나쁜 일을 했을 때는 부정적인 반응을 받음으로써, 뭐가 해도 되는 일인지, 하면 안되는 일인지, 사회에서 통용되는 않는 행동에는 무엇이 있는지 배워나가는 거지.

그런데 폭력이 이루어지는 가정에서는 이런 구분이 존재하지 않아. 차라리 부모가 일관적으로 아이에게 부정적인 피드백만 줘버리면, 아이도 그냥 부모에 대해 포기하게 되고, 알아서 처신할 방법을 찾음.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학대를 하는 부모에게도 상대가 어린 아이이고 제 자식이라는 자각이 아주 없지는 않기 때문에, 드물게라도 애한테 잘해주려고 하는 행동을 보인단 말이야. 문제는 이렇게 긍정적인 피드백/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때의 기준이 부모의 기분에 따라 제멋대로이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에게는 더 큰 혼란을 주게 됨.

문노의 경우에는 사회에서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이지만, 아니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포기한 자식'인 비담에게도 정서적인 학대를 하는 동시에(나는 문노의 행동도 충분히 아동학대에 들어갈 수 있다고 봄) 나름대로 보호와 애정을 주었을 거라고 생각함. 비담이 끝까지 스승을 완전히 증오하지 못하고, 문노에 대한 애증에서 항상 증오보다 애정이 한 끝 더 앞서있었던 것을 생각해봐도 말이지. 

이런 혼란스러운 양육자의 태도는 일단 아이로 하여금 도덕적 관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게 함.


또한 이런 양육태도가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경우 일종의 성격장애(정확히 말하자면 경계선 성격장애)도 가질 수 있게 됨.

선악의 구분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인간관계도 부모로부터 배움.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부모가 그어놓은 일정 선을 벗어나면 혼이 나게 되기 때문에, 아 내가 어떤 짓을 저지르면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겠구나, 내가 이러이러하게 행동하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믿음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알게돼.

그런데 부모가 명확한 기준 없이 그냥 주관적으로 학대와 방임/애정과 보호를 번갈아가면서 행동하게 되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거지. 분명 부모가 자신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고, 자기 말에 순종하면 애정을 주는 것 같기는 한데, 동시에 자기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폭력을 휘두름. 작중에서도 문노는 비담을 훈육할 때 징벌만 내리고 그게 왜 나쁜 행위인지 설명해주지를 않음. 더욱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유(육식을 했다던지)로도 너무 쉽게 언성을 높이고 혼을 냄.

부모에게서 온전한 애정을 받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을 무조건 이해하고 사랑해줄 사람을 갈구하게 되는데, 동시에 그 대상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안해 함. 왜냐하면 부모라는 가장 중요한 첫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보호해주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는 관념이 박혀버렸기 때문임. 그래서 계속 상대의 마음을 의심하고 시험하려 하고,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품으면 거기에 대해 엄청나게 예민하게 반응함. 아무리 사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인 이상 가끔 서로한테 짜증낼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는건데, 이걸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지.


모호한 선악 개념과 극단적인 애정결핍. 비담을 구성하는 주요 캐릭터성인 이 두가지 특징은 일관되지 못한 양육태도를 가진 부모 밑에서 학대받은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징후와 놀랄 정도로 일치함.

문노는 비담이 어린시절 저지른 엄청난 행동+비담이 미실의 친자라는 사실 때문에, 비담의 모든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제자의 행동을 교정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채 그냥 비담을 외면하거나 억압하려고만 했어. 이런 문노의 심정이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비담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데 일조했지...


이런 성격장애는 정신질환 중에서도 정말 치료하기 까다로운 케이스래. 상담자에게도 일방적으로 집착했다가 상대가 자신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지 않으면 혼자서 실망하고 상대방을 원망하고, 다시 집착적으로 사랑하고 이짓을 계속 반복하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비담을 변화시킨 덕만은 정말 대단한거야. 처음 선덕여왕을 봤을 때는 어떤 상황에서도 비담을 끝까지 믿어주고 사랑했던 것만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쌍방 이루어지기 이전의 덕만도 정말 사람 다루는 재주가 있었던 것 같음. 공주 시절에 덕만은 비담이 뭘 잘하거나 하면 엄청 칭찬해주고 우쭈쭈 해주는데, 반대로 (객관적으로 봐도) 혼날 만한 짓을 하면 정말 엄하게 대함. 그리고 그렇게 혼낸 뒤에는 깔끔하게 끝내고, 또 칭찬 받을 짓 하면 칭찬해주고, 애가 너무 괴로워보이면 걱정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고, 애정(이 때는 주군으로서의 애정이지만)도 줌. 비담의 결핍이 아주 오랜 세월동안 쌓인 상처의 결과물인 것처럼, 그게 온전히 치유된 것도 짧은 시간 나눈 덕만과의 사랑 뿐만이 아닌, 보다 긴 시간동안 형성된 믿음과 관계의 결과라고 봄.


추천 비추천

52

고정닉 5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381115 [비덕팬픽] 기억 - 2 [13] (119.199) 18.02.15 1585 38
381114 [비덕팬픽] 기억 - 1 [10] (119.199) 18.02.15 3501 38
381096 비덕 잡담 [6] 헤헤헤(223.62) 18.02.10 1602 25
381082 비덕 합짤 [5] ㅇㅇ(119.67) 18.02.08 1631 30
381067 [비덕] 귀천 [8] 이주은(222.237) 18.02.05 2049 19
381062 [비덕] 알지만 모르게 죽어야한다 1편 [8] 이주은(222.237) 18.02.04 1071 12
381060 나는 염종이 싫어요 [4] ㅇㅇ(110.70) 18.02.04 1369 16
381056 [비덕] 숙부, 여인과 동침하는 비법을 알려주시지요 下 (벽반용,19) [14] 히익(1.224) 18.02.03 6187 82
381054 [비덕] 숙부, 여인과 동침하는 비법을 알려주시지요 上 (15금) [19] 히익(1.224) 18.02.02 4067 54
381040 검 든 비담 그려보고 싶어서 왕창 한 낙서 [2] 햄햄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26 1354 39
381038 비덕 청소년기 때 만났다는 썰에 꽂혀서 날린 만화 [7] 햄햄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23 2771 43
381037 [벽반용]색공지신 - 재업로드 /// 아침에 펑 // [25] (119.199) 18.01.23 3531 23
381036 거지비담그림ㅋㅋ [4] ㅇㅇ(123.100) 18.01.22 1068 35
381035 거지비담그림 [2] ㅇㅇ(123.100) 18.01.22 899 28
381025 비담 수염 유무 [3] ㅇㅇ(223.33) 18.01.17 2172 23
381009 늦었지만 [3] 꼬까옷(118.218) 18.01.08 989 29
문노의 육아가 비담에게 미친 영향 [7] ㅇㅇ(116.36) 18.01.07 4093 52
381000 문노랑 비다미 [7] 푸린이대공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02 1661 42
380991 [비덕조각글] 언제나 역사는 그리 결정되는 것이지요 [5] (119.199) 17.12.31 1829 29
380981 기시감 [4] ㅇㅇ(58.229) 17.12.28 1389 23
380978 갠적으로 유신이 서브냐 비담이 서브냐하는 논쟁은 [9] ㅇㅇ(59.14) 17.12.26 3806 88
380969 8년 전 오늘 [6] 햄햄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2.22 1401 26
380960 유덕비 그림 그려왔다네 [5] ㅇㅇ(1.237) 17.12.20 1512 30
380946 푸머횽 작품모음2 [4] ㅇㅇ(222.232) 17.12.14 1543 34
380943 ㅎ? [5] ㅇㅇ(222.232) 17.12.13 739 12
380942 푸른머리횽 작품모음 [4] ㅇㅇ(222.232) 17.12.13 2726 33
380933 그림그려오면(+추가) [5] ㅇㅇ(211.214) 17.12.11 1139 33
380931 전생과 현생(?)ㅋㅋ [10] ㅇㅇ(223.62) 17.12.10 2159 23
380925 [비덕] 낭도설화 - 월궁천녀 4 [14] 늦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2.08 2052 36
380914 (15금?) [미설 팬픽] 설원의 매화 下 (1) [7] 巨星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2.02 1599 20
380898 아낌없이 모든 것을 빼앗을 것이옵니다 [3] ㅇㅇ(104.238) 17.11.27 2046 23
380887 늦덕횽 조공 받으세요. 낭도설화 조금 그려왔음 [11] (220.117) 17.11.25 1398 34
380886 ㄹㅇ 선덕은 촬영 시기가 절묘해서, 드라마 볼 때면 [4] ㅇㅇ(59.14) 17.11.25 3440 47
380874 [비덕] 낭도설화 - 월궁천녀 3 [12] 늦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24 1750 35
380870 (미설 팬픽) 설원의 매화 中 [13] 巨星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22 1119 15
380863 나는 마지막화 볼 때 기억에 남는 장면이... [6] ㅇㅇ(59.14) 17.11.19 2546 49
380862 (미설 팬픽) 설원의 매화 - 上 [8] 巨星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9 1252 18
380860 비담 캐릭터 모티브가 된 지귀 설화나 읽고 가라 흑흑 [7] ㅇㅇ(59.14) 17.11.18 2992 42
380859 선덕짤 배경으로 해놓은 갤러 있냐 [5] ㅇㅇ(218.236) 17.11.18 1216 24
380855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춘추흑막설 상플 [4] ㅇㅇ(59.14) 17.11.14 1796 30
380848 간만에 정주행했는데 춘추 염종 개패고싶다 [15] ㅇㅇ(223.62) 17.11.11 1912 19
380846 비담 캘리 짜봤어!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07 1192 30
380844 [비덕] 낭도설화 - 월궁천녀 2 [20] 늦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05 2063 44
380843 어제밤 꿈에서 비덕이 나왔어. 나왔는데;; [6] (220.117) 17.11.04 1684 26
380838 상플) 59.5화 [6] 명워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03 2720 33
380835 (비덕팬픽) 낭도설화 [19] 늦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03 3353 33
380818 선덕에는 아까운 투샷이 참 많아. 비담중심 커플 주저리 [4] (220.117) 17.10.23 4859 44
380815 비담위주 짤 털털 [3] ㅇㅇ(222.232) 17.10.20 1613 15
380805 선덕 주요인물 사랑유형테스트 해 봄+선덕 리뷰 (떡만.ver) [9] ㅇㅇ(59.14) 17.10.17 4273 51
380803 비담덕만 ver. 비담의 사랑유형검사 결과ㅠ_ㅠ (주관주의) [4] ㅇㅇ(112.170) 17.10.16 2166 2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