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기생들의 반란 ‘기생들의 독설은 어디까지 이어지나’ [2006-11-15 09:15:34] [뉴스엔 이정아 기자] 기녀들의 쿠데타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원 주연의 KBS 2TV 수목사극 ‘황진이’(극본 윤선주/연출 김철규)는 당시 남녀차별과 계급사회 상황에서는 꿈도 꾸기 힘든 기생들의 반골기질과 행태를 그려내고 있다. 양반사회에 대해 반기를 든 황진이(하지원 분)의 독설이 대체 어느 수위까지 갈 것인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또 황진이의 라이벌인 부용(왕빛나 분)도 벽계수에게 모욕을 당하면서도 은근히 뼈있는 말을 계속해 맞바람을 일으킨다. “아슬 아슬하면서도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일반적인 가운데 특히 여성 네티즌들은 “저렇게 똑똑한 여자가 지금 세상에 태어났다면 얼마나 날개를 펴고 살았을까”, “잠시나마 나 자신이 반성되더라”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성인 기생으로 거듭 태어난 황진이는 지난 주 방송에서 자신을 첩으로 들어 앉히겠다는 늙은 대감에게 정경부인의 자리를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해 좌중을 놀라게 한다. 이는 당시 사회제도에 대한 철저한 비웃음으로 이미 죽음을 초월한 황진이만이 가능한 행동이었다. 황진이가 도발적으로 쏟아내는 독설은 계속된다. 자신을 향악경연장에 불러내기위해 찾아온 김정한(김재원 분)에게는 “경세란 이름으로 제 뱃속 채우기 급급한 자들의 관복만 보면 토악질이 나서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 권력과 돈이면 못할 것이 없다는 벽계수(류태준 분)는 황진이에게 무참하게 골탕을 먹는 ‘썩은 양반 대표’다. 벽계수는 15일 방송분에서는 호시 탐탐 황진이를 취하고 싶어 기회를 엿보지만 거의 황진이에게 ‘강간’(?)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모를 당한다. 조선의 향악을 폐하기위해 온 명나라 사신 장대인에게는 줄없는 거문고를 내놓으며 “이미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대인 앞에서 아무리 좋은 소리를 낸다 한들 그 소리가 들리겠느냐”는 말로 좌중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이어 너털웃음으로 대범한 척 하는 장대인이 마음에 든다며 속치마에 시를 한수 써주자 묘한 웃음과 함께 치마폭을 찢어 불속에 던져버리는 극단적인 돌출행동을 보인다. 부용이도 양반들에게 순종하는 듯하면서도 벽계수에게 수청을 들려다 무시를 당한 이후에는 한마디 한마디씩 반격을 가한다. 황진이의 독설이 양반과 권력계층들을 완전히 깔아뭉갠다면 부용은 바늘로 후벼파는듯한 조롱의 연속이다. 부용은 명나라 사신 장대인과 김정한의 시 대결을 지켜보는 술자리에서 벽계수의 마음을 읽고 “어느 쪽이 이기길 바라는가? 조선예악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절친한 지기인가? 대감의 치부에 중요한 열쇠를 틀어쥔 장대인 쪽인가?”라고 비수를 날린다. 벽계수는 점찮은 체면에 크게 화를 내진 못하고 ‘맹랑한 년’하는 말로 치부를 들킨 민망함을 드러낸다. 부용이는 철저하게 양반, 남정네들 사회에 순종적이며 권력 지향적인 매향(김보연 분)에게도 반항의 몸짓을 보인다. 초반부에 종복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아파하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섬섬이(유연지 분)의 경우도 드러내놓고 말은 못했지만 반상 신분 사회에 대해 온몸으로 저항한 셈이다. 그러나 이들이 사랑한 남자는 한결같이 남자들의 순정이요, 계급을 초월한 따뜻한 휴머니즘 이라는데 공통점이 있다. 황진이는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도 자신을 사랑했던 은호(장근석 분)에 이어 백성을 지극히 사랑하는 김정한의 큰 사랑을 향해 눈을 돌린다. 부용이는 조선 향악의 존속을 위해 밤새도록 검무 연습을 하는 자신을 찾아와 생채기난 손목을 잡아주며 격려하는 김정한에게 연모의 정이 솟아난다.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은 “이 드라마는 성과 신분의 차이가 유별한 세상을 힘겹게 살아간 여자들의 이야기다. 잘못된 제도권에 대해 불만이 쌓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수 도 있다. 앞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황진이의 반란이 긴장감과 함께 통쾌한 기분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아 happy@newsen.com 손에 잡히는 뉴스, 눈에 보이는 뉴스(www.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