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상으로는 진짜 멋있는 역할인데 말이야. 뭔가 좀 부족하게 느껴져.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향한다고는 하는데 이건 부드러운게 아니라 어설프다고 느낀다면 내가 너무 까칠한건가. 쇟이 특히 아쉬웠던 게 금부도사에게 끌려간 정한이 중종과 대면하는 장면이었어. 거기서 그전까지 정체불명이던 정한의 실체가 밝혀지더군. 중종이 사약을 내려서 죽인 정암(조광조)의 제자였어. "6년 전에 이미 죽었어야 할 몸"이라는 정한의 대사를 유추해보면 6년전에 사화로 정암과 그를 따르던 사림들이 대거 죽임을 당했겠지. 그 제자인 정한이 그 화를 어찌 피했는지 모르나 왕에 의해 정계로 진출하고 왕을 위해 도학정치의 이상을 펼치려던 올곧은 스승이 결국은 왕에 의해 버려지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면 제대로 권력이라는 것에 염증을 느꼇을 법해. 마치 은호의 기일이면 광년이처럼 헤매고 다니는 진이처럼 스승과 친우들을 따라 죽지 못한 정한역시 세상을 거지꼴로 헤매고 다닌거겠지. 그런 정한이라면 스승과 동문수학들을 죽여놓고 이제와서 쓸만한 사람이 없다고 금부도사까지 동원해가며 자신을 끌고와서 사약 아니면 관직을 맡으라고 하는 왕에게 적어도 애증의 한 면은 보였어야 하는거 아닌가? " 스승님을 버렸을 때 이리 될 줄 정녕 모르셨습니까...." 라는 식의 선비의 기개정도는 보였으면 좋았을텐데. 그냥 너무 차분하고 눈물 몇 방울로 끝. 내가 밉겠지만 나라를 위해 죽은 스승을 위해 어쩌고 하는 왕의 사탕발림에 그냥 넘어가다니.. 관직을 받을때 받더라도 " 저를 버리셔야 할때는 저 하나로 끝내주십시오. 이젠 버릴 신하가 얼마 남아있지도 않겠지만..." 정도의 서늘한 한마디는 던졌어야 하는거 아닌가. 정암의 강단을 생각해보면 그 제자라는 김정한은 너무 약하게만 보여서 쇟은 그게 초큼(사실은 많이)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