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개봉하기 전에 기독교를 까는 작품이라고 말들이 있었긴 한데 작품 내용을 본 입장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기독교 이름을 팔아서 한몫 챙기려는 양반들의 이야기입니다. 기독교가 나오긴 하지만 사실 저기에 무슨 종교를 대입해 놔도 말이 되는 상황이라서 딱히 기독교를 까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연상호 감독님 작품이 으레 그렇듯이 누구 하나를 나쁜놈으로 몰아서 걔만 욕하는 게 아니라 "전부 다 나쁜놈이다."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특정 종교에 대해 비판적이라기보다 종교 같은 것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 자체에 대한 비판 같았습니다. 작중에 나오는 사이비는 그런 면을 파고들어 사람을 완전히 정신적으로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것이고요.

사이비를 보면서 연상호 감독님은 '사랑은 단백질' 부터 서서히 잡아 나가기 시작한 자기 스타일을 이번 작품으로서 확고히 하셨다는 느낌입니다. 말하자면 '연상호 스타일' 정도가 되려나요?

트위터 같은 데 보면 내용이 세다 세다 이런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은데 확실히 내용이 세고 또 반전도 있는데, 문제는 앞서 말한 그 '연상호 스타일' 이 너무 확고해진 탓에 연 감독님 작품을 많이 보셨다면 몇몇 전개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거였습니다. 오히려 어떤 방식의 반전이나  전개 방향이 너무나 확고한 것처럼 느껴져서 보면서 '데체 저 반전은 언제 나오나' 싶을 정도였으니깐요.

그래서인가 사이비는 보면서 돼지의 왕을 보았을 때만큼의 그런 충격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가 연상호 감독님 스타일에 일종의 면역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작화 퀄리티는 돼지의 왕보다 나아진 느낌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돼왕보다 제작비가 더 들어갔으니깐요. 그런데 사운드, 특히 배경음악은 돼왕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영화 시작과 끝 부분의 배경음악은 음질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내용의 결론은… 사람은 평소에 잘하자

비극적인 결말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애니 사상최고의 욕쟁이 캐릭터 탄생. 그런데 프리즘스톤의 아미처럼 입만 살은 게 아니라 몸 자체도 만렙.

* 배경지역은 말씨를 들어보니 충청도인가봅니다. 작중에 상세한 지역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더 나오긴 한데 지금 기억이 안 나네요.

* 목사양반 연기에서 돼왕의 황경민이 느껴집니다. 같이 오정세 씨가 맡으셨으니…

* 중간에 사랑은 단백질의 삽입곡 '선잠'이 나옵니다. 근데 이게 연상호 감독님이 직접 작사하신 곡이라는 건 처음 알았어요.

* 공사중인 호텔에서 일이 벌어지는 게 왠지 은실이를 생각나게 하네요.

* 돼왕 설정상 정종석이 쓰던 시나리오가 사이비인 걸로 나오는데 사이비에는 연상호 감독님의 다음 작품인 '서울역'에 관한 암시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 돼왕에서는 고양이 목소리를 연 감독님 본인이 직접 녹음하셨는데 사이비에서는 처음에 나오는 개 짖는 소리를 실제 개소리 그대로 썼네요.

* 중간중간에 수몰예정구역 EL 265.55 라고 나오는데 EL이라면 동경(東經)일 테고, 경도는 숫자가 동경이든 서경이든 180이 최대 아닌가요? 아니면 다른 뜻인가?

* 명대사는 "이게 네 팔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