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스톤에 관해서 올리신 글 뒤늦게 보고 쪽지로 대신 답을 드립니다.

우선 왜 꿈의 보석 프리즘스톤(프리티리듬 디어마이퓨처)부터 방영했는지를 이해하려면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방영 시스템에 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에 관한 설명이기 때문에 아마 처음 접하실 수 있고, 법적 문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좀 어렵겠지만 상황을 이해시켜 드리기 위해 모두 설명하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일명 '애니메이션 총량제'라는 법(정확히는 방송법 제71조 2항 및 3항)이 있습니다. 이 법에 따라서 지상파, 종편,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등은 모두 전체 방송시간 중 일정 비율 이상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편성해야 합니다. 물론 이 법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편성비율을 강제할지언정 결코 해외 애니메이션의 편성을 금지하는 법은 아닙니다. 특히 방송법시행령에 더욱 자세히 정해져 있는 법령에 따라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시간 중 일정 비율 이상은 우리나라에서 신규로 제작된(다른 채널에서 방송된 적 없는) 애니메이션을 의무적으로 편성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법은 처음에 지상파 방송에만 적용이 되었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무튼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작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면 가장 먼저 지상파에서 방송되고, 그 이후 종편채널이나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등으로 넘어가서 방영이 됩니다. (최근에는 또봇 같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2000년대 이후부터 국내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점점 애니메이션을 지상파에서 본다는 개념이 흐려졌습니다. 아시다시피 수많은 애니메이션 전문채널등이 등장하였고, 합법이든 불법이든 애니메이션을 인터넷으로 보시는 분들도 늘어났지요. 더군다나 방송가의 시청률 지상주의가 점점 더 심해지는 추세에 맞춰서 예전만큼 시청률을 뽑아내지 못하는 애니메이션은 점점 편성의 하위권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그래서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오후 6시 이후에 지상파 방송에서 애니메이션을 쉽사리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오후 4시~5시라는, 정상적인 일과를 보내는 사람이 시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힘든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를 지나면서 점점 그렇게 변화한 것입니다.

애니메이션이 편성의 하위권으로 밀려났기 때문에 시간대가 일러지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 애니메이션 편성량 자체도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시청률을 뽑아내지 못한다고 판단되니 방송 자체를 줄이게 되겠죠. 마침 그 무렵에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 시청을 위해서 지상파보다 케이블 애니채널을 선택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문제는 앞서 이야기한 애니메이션 총량제에 의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방영이 법적으로 강제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지상파 방송사는 애니메이션을 법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로만, 외국산은 최대한 배제하기에(왜냐면 외국산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면 그 비율만큼 더 많은 한국 애니메이션을 방영해야 해서 결과적으로 애니메이션 방영시간이 대폭 증가해야 하므로) 이르렀습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원래 해당 법의 입법취지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방영을 늘리자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국내 지상파 방송에서 외국산 애니메이션을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 현상은 2006년~2007년 이후 시작되었고, 2009년 무렵 이후부터는 EBS를 제외한 지상파에서 외국산 애니메이션의 방영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지금 지상파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의 80% 이상이 모두 한국 애니메이션이라고 보시면 얼추 맞으며, 그나마 나머지도 대부분 EBS에서 방영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 애니메이션을 지상파에서 방영하고 그걸 법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애니메이션이 한국애니메이션인가 하는 기준이 필요하게 됩니다. 뭐 기획, 투자부터 제작과정까지 모두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견이 없겠지만 요새는 외국과 합작하여 작품을 만드는 경우도 늘어나 이에 대한 기준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제작되었거나 제작에 참여한 합작 애니메이션 중 국내 지상파 방영을 희망하는 작품은 모두 '국내제작 애니메이션 판정'이라는 것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정해진 판정 기준에 따라 심사를 거쳐서 해당 작품이 국내제작 애니메이션(순수국산과 합작애니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라 할 수 있는지를 가려내는 것입니다. 이 심사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애니메이션 총량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앞서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이 현실적으로 거의 모두 한국애니메이션이라고 하였지요?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거의 모두 국내제작 애니메이션 판정을 통과한 작품인 것입니다.

이제 여기까지 보셨다면 왜 프리티리듬 오로라드림은 방송이 안 되었고 디어마이퓨처는 방송이 되었는지 이해할 기본적인 준비(?)가 끝난 것입니다.

프리티리듬 디어마이퓨처는, 일본 타츠노코 프로덕션과 함께 우리나라의 동우A&E가 제작에 참여한 한일합작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작품은 작년 12월에 국내제작 애니메이션 판정을 통과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국산 작품으로 인정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SBS에서 올해 2월부터 방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프리티리듬 오로라드림은 우리나라 회사가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그냥 외국산 애니메이션으로 분류가 됩니다. SBS가 방영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EBS외의 국내 지상파 방송은 외국산 애니메이션 방영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굳이 오로라드림을 들여올 이유가 없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디어마이퓨처부터 방영한 것입니다.

참고로 오로라드림은 SS애니멘트라는 회사를 통해 수입되어 현재 애니맥스와 카툰네트워크에서 방영중인데 SS애니멘트는 손오공과 서울문화사 등이 출자한 회사고, 프리티리듬 오로라드림에 손오공이 출자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것과 관계가 있는 듯 한데 정확한 내막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하필 방송시기가 프리즘스톤 방영이 끝난 직후인 것에 관해서도, 제 나름대로 짐작가는 바가 있긴 한데 추측에 불과한 내용이라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여담으로, 프리즘스톤이 국내방영을 시작할 무렵에만 해도 오로라드림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프리즘스톤의 한국쪽 제작사인 동우A&E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내용이 오로라드림과 이어지는데 오로라드림이 방영되지 않았으니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저도 처음에 프리즘스톤 본방을 보면서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아무튼 이 회사가 그래서 선택한 전략은 인터넷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였습니다. 사실 이 회사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나름 크기가 큰 회사고 그동안 유명한 작품을 많이 만들었음에도 인터넷을 통한 홍보활동에는 대단히 인색했는데 특수한 상황이 동우로 하여금 용단을 내리게 한 것 같습니다. 현재 프리즘스톤이 지상파에서 별로 좋지 않은 시간대(화, 수요일 오후 4시)에 방영된 것 치고는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듯 한데 인터넷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활동의 영향이 컸으리라 짐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