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선친의 625.

옌날장교 2006.09.09 02:41:11
조회 3453 추천 0 댓글 69


선친은 27년생이셨오. 어찌하여 해방이 되고 집이 설인지라, 전쟁나고 인민군 들어온 것도 보셨고, 좀 친일을 한 이력이 있는 집안인지라, 시골로 피난을 가셨소. 먹을 것이 참 귀했다고 하더이다. 어찌어찌하여 징집되어 화천쪽으로 투입되셨소. 체격이 좋으셔서 M1도 쏘실만 하셨다고 하셨소. 전투에 대해서는 주로 고지쟁탈전만 경험하셔서 그쪽으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고지 점령전일 경우 고지에 위치한 자동화기를 제압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하더이다. 미공군의 지원이 가능할 때는 특정 색깔과 기호로 언덕에 적의 위치를 가리키면 기총소사와 폭격으로 제압 후 진입하여, 아군의 인명피해가 매우 적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는 엄호사격아래 수류탄만 몇 발 휴대한 몇 명의 병사가 계곡을 타고 들어가 자동화기를 제압하고 일제 돌격, 엄폐, 일제 사격 머 이런 순으로 싸우셨다고 들었소. 가장 비참한 경우는 B29가 적진을 융단폭격하고 행군하여 통과할 때라고 하시더이다. 완전히 땅을 뒤집어 엎은 언덕 나무둥치와 가지에 사람의 창자... 이런 것들이 걸려있고... 그 인근에서 식사를 하려면, 아무리 전쟁이고 비위가 좋고 굶주려도 그 지독한 냄새와 참혹한 모습에 결국 담배를 배우셨다 하더이다. 주로 점령전보다는 고지 방어전이 많았는데, 식수와 밥을 보급하는 것이 어려우셨고, 사격은 한 타겟에 3발을 점사형태로 쏴야만 적을 전투 불능 내지는 기동 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하시더이다. 그리고, 제트기에 대해서는 대단히 비호감이셨다오. 무스탕같은 프롭기는 한 번 오면 한동안 체공하면서 지속적으로 공습지원을 했는데 세이버는 떨구고 가기 바쁘고 정확도도 매우 나빴다고 회상하셨소. 중공군에 대해서는 2가지를 기억하셨는데 하나는 걔네들 전투식량인 미숫가루, 적 진지를 점령해서 노획물을 조사하는데 온통 미숫가루 밖에 없었다고 하셨고, 포로로 잡은 애들이 지은 벙커는 아주 튼튼해서 후송하기전에 꼭 주요 벙커 작업은 시키고 본부로 보냈다고 웃으면서 회상하시더이다. 그리고, 총검보다는 야삽이 백병전에서는 훨씬 효과적이라고 하시면서, 진지로 뛰어든 인민군과의 백병전시 이미 뒤엉킨 상태라서 평상시 야삽날을 날카롭게 갈아놓은채 참호 한 귀퉁이에 꽂아놓고 있다가 달려드는 적을 한 손으로 붙잡고 야삽으로 치면 적은 무력화 된다고 하시더이다. 미군과 함께 진격하시고 전투도 해보셨나본데, 뻣뻣하게 어슬렁거리며 고지 전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참 싸울줄 모르는, 공군의 지원과 무장이 좋아서 이기는 군대라고 평하셨소. 우리는 새앙쥐처럼 낮고 빠르게 이동, 은폐, 사주경계/사격... 이런 식인데 반해 큰 덩치로 어슬렁거리다가 총 맞는 것을 보면서, 참 순진하게 싸운다고 까지... 소햏 대학가서 왜 전쟁때 그렇게 많은 학살이 있었는지... 특히 이전에는 몰랐던 남쪽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선친께 반항한 기억이 나오. 그때 그렇게 말씀하셨소. '전쟁이란...' 나는 아직도 만취하셨을 때, 그때의 기억속으로 들어가신 선친의 살기어린 눈빛을 기억한다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경험한다는 것. 총과 칼과 야삽과 폭탄으로... 난 일전불사론을 외치는 놈들을 절대 믿지 않소. 평양주석궁에 탱크 몰고 가서 태극기 꽂아야 겠다는 놈들은 국적을 박탈해야한다고 믿소. 좀 퍼주더라도, 막다른 구석으로 몰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전쟁만은 피해야 하오. 세계 4강 속에 끼인 나라이지만 국방력도 키우는 한편...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전쟁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믿소. 그게 제 선친의 눈빛속에서 읽은 전쟁 625라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예인 안됐으면 어쩔 뻔, 누가 봐도 천상 연예인은? 운영자 24/06/17 - -
1102 소햏 할아버지 625 참전 수기 올려보오.. [8] Luftwaffe 06.09.17 2898 0
1101 우리 할아버지께서 백마고지서 싸우셨는데.. [7] -_- 06.09.17 2322 0
1100 형들 전교조선생말이야 궁금한게 있어 [32] 형1 06.09.17 2239 0
1099 분단, 언제 굳어지기 시작했나 fd 06.09.17 469 0
1098 우리 할아버지께서 ... 화천에서 돌아가실뻔했다던데 [3] 1 06.09.17 1726 0
1095 한국 전쟁에 뛰어든 유일한 여기자 마게리트 히긴스 [4] tqfa 06.09.15 2262 0
1094 지금은 고인이 되신 외할머니의 6.25 체험담 [7] 타이슨 06.09.14 2687 0
1093 저희 할머니쪽에서 겪으신 일인데요.. [1] 231 06.09.14 1214 0
1090 미군 베테랑이 보는 한국 [5] 06.09.14 3845 0
1088 [인천상륙]사진 설명 부탁 [19] 그랩 06.09.12 3137 0
1084 경험담이 대세인거 같아 미군병사 경험담 하나 [45] 06.09.11 4702 0
1083 한겨레에 올라온 한국전쟁 학살 기사 [13] 타이슨 06.09.11 2280 0
선친의 625. [69] 옌날장교 06.09.09 3453 0
1079 남침유도설이니 뭐니 하는 거 다 음모론이지 말입니다 [3] ㅇㅇ 06.09.08 978 0
1078 횽들아 이게 다 사실인가여? [14] 11 06.09.08 1754 0
1077 네이버 카페 보다가 [6] VDSL 06.09.08 912 0
1075 우리나라분단의원인은........ [38] ㅈㄷㄱ 06.09.08 1802 0
1073 훃들이라면 알겠지... [1] ㅇㅇ 06.09.07 441 0
1070 김일성이 원한것은 남조선해방이었나? [5] 뽀그리 06.09.07 1165 0
1069 드라마 '서울1945'의 중공군과의 전투씬 [17] 06.09.07 3090 0
1068 개인적인 한국 전쟁에 대한 짤막한 글.. [10] Rebelarmy 06.09.07 1197 0
1066 한국전쟁 당시 9사단의 행보 [7] 준도리 06.09.06 2497 0
1060 한전갤의 6,25관련 경험담 이야기들 목록 [7] 마요네즈 06.09.04 2396 0
1051 외조부의 6.25 일화 [2] 반복 06.09.03 2000 0
1050 625때 그 많은 무기들은 누구돈으로 산거야? [25] 06.09.03 2744 0
1049 도대체 백마고지 전투가 모야 ? 중요해 ? [14] ㅁㄴㄹ 06.09.03 2435 0
1048 그냥 읽어보는 부친의 6.25경험담. [8] ㅂㅈ 06.09.02 2437 0
1047 한국전쟁 이후에 수도가 계속 서울인 이유? [9] ㄴㅇㄹ 06.09.02 2148 1
1045 다음에 이런 글이 있던데 개념글 인정? [13] 1 06.09.02 1264 0
1043 나는 생각이 조금달라. ㄴㅁㄴ 06.09.01 351 0
1041 마침 한국전쟁 영화 야그가 나와서... [4] 06.09.01 1234 0
1040 우리 할아버지 육이오 참전기... [25] 손떨림방지 06.09.01 2902 0
1039 밑에 하도 개념없는 말이 나와서 한글자 쓴다. [7] dd 06.09.01 977 0
1037 한국전쟁 플래쉬무비 [4] 말소문 06.08.31 1278 0
1034 북한은 전쟁을 못일으킨다? [26] ㅇㅇ 06.08.31 1752 0
1031 북한이 단독으로 전쟁일으킬 가능성 전혀 없다고봐...... [23] 06.08.30 1491 0
1029 북한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말이다. [19] ㅇㅇ 06.08.30 1258 0
1027 만일 어떤 형태로라도 전쟁이 시작됬다고 치고.... [12] 그냥 06.08.29 927 0
1024 나 완전 혼란스러워졌어요;;; [47] 로얄로빈스 06.08.28 1980 0
1023 형들 질문. 우리나라가 일본이랑 전쟁나면 진다는데. 왜그렇지? [17] 한국미사일 06.08.28 1353 0
1022 우리 외할아버지의 6.25 증언 [6] 오빠못믿나 06.08.28 2041 0
1019 실록 한국전쟁 제2장 - 이토 히로부미와 한말조정 [2] 미츠루기 06.08.27 818 0
1018 우리나라도 [2] 대한민국 06.08.27 572 0
1014 씨이펄 진짜 미군들 불쌍하다 [16] 모세 06.08.26 2939 0
1013 실록 한국전쟁 제1장 - 서울의 토요일 밤 [1] 미츠루기 06.08.26 1385 0
1012 한국전 배경의 FPS는 왜 안만들까요? [17] 후치깨스 06.08.26 1906 0
1011 북한에 기습으로 2차 한국전쟁, [5] ㅂㅈㄷ 06.08.26 1463 0
1009 임박한 전쟁... 제2한국 동란의 가능성 [21] 06.08.25 1808 0
1008 입으로 자주라고 떠드는 사람중에 20대 후반 이상 되는 사람 있을까? [31] .28 06.08.25 1305 0
1005 미국의 남침 유도설은 허구다!? [10] 스펀지송 06.08.24 108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