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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옛 술집의 그림자(1)

paisa 2006.08.09 09:50:49
조회 388 추천 0 댓글 9


지금은 없어진 고대앞 술집들 중에 가장 그리운 술집 몇 개를 추억해본다. 심심할 때마다 한 개씩 올리겠다. 아............................. 1. 역마차 - 위치 : 제기시장, 학사호프 골목길로 들어가서 10미터 첫번째 갈림길 좌측편 - 면적 : 탁자 세개 들어갈 정도였으나 실제로는 두 테이블 밖에 손님을 받을 수 없었음. 두 테이블 차면 가방 놓을 자리도 부족해서 다락에다 가방 올리고 먹어야 했음. - 메뉴 : 대구탕, 두루치기, 진로 딱 3가지. 그중 진로는 술이었으니 안주는 딱 두 개. 술은 오로지 '진로'(당시의 진로는 진로골드가 나오기 전 옛날 '진로 크라아아아식'이었음) 1가지 간판도 없던 술집 역마차. 왜 역마차냐. 가게가 미닫이 유리문이었는데 거기 셀로판 종이로 조그맣게 '역마차', '대포' 라고 써놓았었지. 그래서 우리들은 역마차라고 불렀다. 대구탕집이라고도 불리웠었지. 두 팀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가게가 좁았는데 어떻게 이문을 남기고 장사를 했는지 신기할 따름. 주인장 아저씨는 항상 하얀 요리사 가운에 요리사 모자를 쓰고 있었다. 당시 연세는 40대 후반~5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메뉴는 단순했다. 대구탕, 두루치기였는데 주력은 대구탕이었다. 정말 일품이었다. 직장생활하면서 서울에 이런저런 맛있다는데 많이 다녀봤지만 이 집 맛 따라가는 데가 없었다. 대구탕을 테이블에 올려주시고 화로에 불을 켜주신다음(고기집 테이블처럼 테이블에 화로가 달린) 주인장은 오이를 썰었다. 아주 부드럽고 능란하게 껍질을 벗기고 채를 써시는데 그 소리가 참 아름다울 정도였다. 착착착 오이채를 써신 다음 주전자에 그 해장술에 취하면 애비도 몰라본다는 '진로크라식'을 졸졸졸 따르고 오이채를 넣어서 살짝 흔들어서 테이블에 내신다. 그러면서 항상 하시는 말씀. "선생님들 맛있게 드십시오" 우리는 물어봤었지. 왜 아들뻘되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시냐고. 당신께선 많이 못배웠기 때문에 대학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은 당신껜 '선생님'이라면서 항상 학생들한테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리고 꼬박꼬박 극존칭을 썼었다. 비오는 날이면 선배들과 어울려 으레 역마차에서 소주와 대구탕을 먹었었다. 가게가 워낙 좁아서 경쟁률이 치열했다. 해지고 가면 자리가 없었으니까. 입대 전까지 무지 단골이었는데 군대 갔다오고 나니 주인장이 바뀌어 있었다. 주인장의 친척되시는 아줌마셨다. 가게도 옆 가게까지 터서 넓어져있었다. 옛 주인장 안부를 물으니 몸이 많이 안좋다고 했고 또 얼마 후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길 들었었다. 많이 안타까웠었다. 참 소중한 추억을 주셨던 분인데. 지금은 어떻게 변해있는지 모르겠다. 안가본지 너무 오래됐다. 항상 역마차를 떠올리면 '방망이 깎던 노인'이 오버랩된다. 하얀 요리사복에 야채와 대구를 썰던 주인장의 모습. 고대앞에 정말 좋은 술집들 많았었지만 역마차만한 포스는 단연코 없었다. 상상이 가는가. 단 두 테이블. 많아봤자 예닐곱명의 손님들. 초로의 주방장. 빗소리. 진로. 보글보글 대구탕 끓는 소리. 아직도 눈앞에 선연한 내 청춘의 아랫목. 아. 그립구나. pa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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