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자면

유치원생이 크레파스로 마구 갈긴 그림, 잘 훈련된 화가가 그린 그림

분명 잘 그렸다 못그렸다를 말할 수 있습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죠

별 거 아닌 아이돌이 만든 음악, 인정받는 작곡가가 만든 음악

잘 만든 곡이다 못 만든 곡이다 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급, 저급은 다른 이야기이죠

어떤 사람은 유치원생의 그림에 감동받을 수도 있고

가치가 재발견되어서 디자인의 요소로 쓰이기도 하죠

아이돌의 팬들은 자기 아이돌 곡이 더 좋을 수도 있죠

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시라는 예술에도 나름 공통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시에 사유, 확장, 도약이 있어야 하고

쓸데없는 비유가 없어야 하고

낯설게 보기, 표현이 지루하거나 평범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시가 되고 읽힙니다

공감을 위한 시, 아름답기 위한 시, 분노하기 위한 시 전부 그 정도는 갖추어야 해요

그리고 그런 시들이 잘 쓴 시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아 그리고 하상욱은 노래로 따지면 노래를 잘 불러 유명해 진 게 아니라 괴상하고 재밌는 소리를 질러 유명해 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도 장르에 따라 변하지만 적어도 그냥 소리지르는 걸 좋은 음악이라고 하지 않죠 역사적으로도 없죠

하상욱의 말장난도 시는 아닙니다 시 논쟁에 낄 필요가 없는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