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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진짜 빨리 장르 소설로 방향을 잡았어야 했다

구울과몽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4.01 23: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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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옜날에 썻던 습작들 읽어보면...


이렇게 머리속에 기괴한 상상이 꿈틀거리는 인간이 어떻게 리얼리즘적 세계관


안에다 상상력을 집어넣을 려고 애를 썼었는지...ㅇㅇ..


뭐 근데 지금도 별로 재밌는 글을 써내는 것 같지는 않아


--


<멸망>


출근하기 위해 집밖을 나서는데 뜻밖에도 "세계의 멸망"이 계단 아래 웅크리고 있었다. 멸망은 상심에 잠긴 듯 고개를 두 무릎 사이에 푹 잠그고 아무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너무 오랜만에 멸망을 본 것이라 다소 당황했다. 어리둥절하고 있는 나에게 멸망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안녕. 너는 나의 친구, 지구에 사는 인간이지. 너는 오랜 잠에서 깨어났지. 얼마만이지?"

"나도 모르겠어. 단 하룻밤을 잔 것인지, 천년을 잔 것인지. 아마 하룻 밤 사이에 천년이란 세월이 지난 것인가."

 

"그럼 자네는 모르겠군.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나는 금빛 날개가 지구에 내려왔을 때부터 쭉 인간사를 지켜보고 있었어. 한 문명의 멸망은 또 다른 문명의 시작이었고, 곧 다른 누군가의 멸망이었지. 지평선에 가장 먼저 떠오른 내 형제는 아틀란티스의 멸망을 지켜보았어. 그 다음 형제는 그리스의 멸망을 지켜봤고, 그 다음 형제는 카르타고, 로마 계속해서 중동의 여러 제국에서부터 유럽의 여러 나라와 왕조들이 흥망하는 것을 지켜보았지. 멸망이 궁전의 창문에 비칠 때마다 내 형제들의 형체가 어렴풋이 지평선에 떠올랐지. 아마 너는 보지 못했을 거야. 오늘 아침 너에게, 그리고 오늘 너의 아침에 금빛 날개가 떠올랐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지 금빛 날개 같은 것은 보지 못했다.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자 멸망은 크게 실망한 듯 다시 자신만이 만들어낸 감정의 우물에 푹 잠겼다. 나는 말없는 멸망이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의 얼굴은 얼굴이라고 할 것이 없었고, 단지 커다란 외눈과 커다란 입 하나 뿐이었기 때문이다. 숨을 쉴 수 있는 코가 없기 때문에 그는 무척 답답할 것이다. 몸통은 어떤가. 인간처럼 머리, 목, 어깨, 가슴, 허리, 이런 신체의 구조는 간데 없고 단지 밧줄을 목에 매단 것 같은 둥근 머리 아래 길다란 원통이 끝으로 가면 꼬리 모양으로 좁아지는 구조로 도롱도롱 달려 있을 뿐이다. 나는 이런 볼품 없는 생명체에게 외경을 느낄 까닭이 없다. 그래서 나는 멸망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내가 가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탈길을 내려가고 있는데 나는 하늘의 발광체가 오늘 따라 너무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다섯 번 명멸을 하고 나면 열 다섯번을 더 깜박일 시간 동안 가만히 멈춰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 저랬는지는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다음의 다섯 번 명멸이 있을 동안 정지된 시간 안에서 잠시 멈춰 서 있기로 했다. 벤치가 하나 보이는 골목에서 잠시 서있어야지 막 결심이 섣을 때 좁은 골목에서 한 연인들이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연인은 꺽어지는 큰 길가에 이르자 두 사람으로 분리됐으며, 체격이 좋은 남자쪽이 여자의 허리를 껴안고 오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의사가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허리를 거칠게 껴안으며 입술을 찾고 있었다. 남자의 손이 여자의 둔부를 쓰다듬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여자는 오빠는 이제 그만 들어가세요, 라고 간절히 애원함에도 남자는 여자의 거절속에 담겨 있는 속뜻을 충분히 꿰뚫어 보고 있는 듯 했다. 그 때 하늘의 발광체가 다시 미약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으며 거리의 어스름한 골목에서 분리된 어둠의 파편들이 심란하게 요동치는 것이 보였다. 그 남자의 사나운 눈길을 보지 못했음에도 나는 이제 내 갈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몇 걸음 떨어지니 마을 버스의 사나운 불빛이 등 뒤에서 비추길래 나는 공간을 확보할 겸 뒤를 돌아보았다. 그 여자의 무심한 눈길이 나를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눈길은 음탕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문득 나는 멸망이 궁금해졌다. 세계의 멸망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가능한 것은 지구의 멸망이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멸망같은 볼 품 없는 생명체에게 분노를 느낄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구는,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인간의 처지 따위는 역시 아무 것도 아니다. 문득 나는 내가 정말 멸망을 보았는지 궁금해졌다. 아무도 멸망을 보지 못했는데 나 혼자만 보고 있다. 그것은 아무래도 내가 본것이 멸망이 아니었거나, 이미 멸망해 버린 어떤 세계라고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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