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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글. 볼살빼기.

배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6.18 13:47:06
조회 243 추천 0 댓글 7


볼살빼기


  소영의 볼은 남달리 크고 아름다워서 남녀랄 것 없이 한눈에 시선을 받았다. 그 사실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고 원체 부끄럼을 타는 성격이라서 종종 살구빛을 띠었다. 티 한 점 없이 깔끔하고 말랑말랑한 그 볼은 그녀의 인상을 순하고 둔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이 다가가기 쉬운 타입의 여자라고 느끼게 만들었으며, 실제로 소영의 주변에는 남녀가 바글댔다. 모두들 그녀의 볼을 선망하였고, 시샘하였고, 증오하였다.

"그 볼을 가지고 싶어."

"너의 그게 부러워."

"네 볼을 찢어 버리고 싶어."

따위의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이처럼 반응은 각양각색이었으나 그녀의 볼을 만지고자 하는 심리는 모두 같았다.

"그 볼, 만져봐도 되나요?"

하고 초면이지만 당돌하게 물어오는 잘생긴 남자가 있는가 하면, 아무 말없이 그녀의 볼을 쓰다듬고 달아나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지인들이 인사를 겸해 그녀의 양 볼을 꼬집는 것이 하나의 암묵적 전통이었다. 단짝이라면 외국에서 하듯이 볼과 볼을 서로 맞댄 채 비비는 식으로 인사를 대체하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하루에도 적으면 수십 차례, 많으면 수백 차례 그녀의 볼은 탐해졌다. 닳을 법도한데 늘 처음처럼, 아니, 새 것처럼 크고 아름다운 볼.



  소영은 자기에게 쏠리는 시선이 괴롭고 수치스러웠다. 그들이 자기를 쏘아보고 다가올 때마다 마음이 점점 조마조마해졌다. 겉으로는 무관심하고 시크해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점점 더 붉게 달아 오르는 볼은 그녀의 가식을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실은 처음에 소영은 관심을 받는 게 싫지 않았다. 마치 자기가 이 무대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격한 반응과 이에 따른 행위가,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가 사랑받고 있는 게 아니란 사실에 상처받았다.

"난 우울해. 아무도 날 사랑해주질 않아."

"아무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단지 내 볼에만 관심을 가지고 다가올 뿐이야."

소영의 이 말에 한 친구는 말했다.

"원래 사람이란 겉모습에 먼저 매력을 느끼고 다가오는 거야. 그렇게 네게 다가가고, 말을 걸고, 친해지게 되는 거지. 그리고 차츰차츰 네 속마음도 알아가면서, 훗날엔 진심으로 널 사랑하게 될 거야."

친구의 이 말에 소영이 답했다.

"난 처음의 그 더러운 마음 자체가 싫어."

그리고 결심하였다.

"난 이제부터 볼살을 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빼고 말 거야. 아무 것도 먹지 않을 거야. 아무도 날 거들떠 보지 않을 때까지 빼고 말 거야.”



  소영은 그 날부터 사람들 눈에 띄이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연락을 취해보았으나 헛수고였다. 연락이 되지 않자, 사람들은 포기해버렸다. 소영이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으며,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은 거겠지.



  얼마 후, 아마도 얼마 후, 소영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너무 살을 뺀 나머지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하였다. 수많은 남녀가 바글대며 그녀의 집에 들이닥쳤다. 현관에 신발을 벗어 던지고, 서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이윽고 그녀의 방문을 열어제꼈다.


  침대 위에는 뼈와 볼이 남아 있었다. 희고 앙상한, 크고 아름다운. 악취마저.

  

  그들의 심리는 모두 같았을 것이다.

2014. 6.

*

작년 이 맘때쯤에 썼던 것 같아여. 도갤에 올린 적 있었음. 시험 끝나면 글 자주 써야 겠어여. 안 쓴지 너무 오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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