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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죽인 사나이모바일에서 작성

사구(223.33) 2015.07.16 1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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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화의 시작이 그랬듯이 왕국엔 아름다운 공주가 태어났고 나이가들자 정해진 운명처럼 용에게 납치되었다. 나라를 통치하던 노왕은 달리 후사가 없었기에 당연스럽게도 공주의 남편자리와 자신 다음시대의 왕좌, 많은 재물들을 약속하며 공주를 구할 용사를 모집하였고 왕국의 젊은이들은 너나할것 없이 갑옷과 무기를 들고 일어서 자신들의 기사도를 뽐내며 스스로가 공주를 구한 용사가 되기를 꿈꿨다.  형이 죽었다. 형은 용에게 죽었지만 이를 용에 의한 타살이라고 말할 수 있을가. 형은 자살을 한 것이다. 형은 누구보다 강했지만 용보다 약했고, 용에게 도전해 죽었다. 형은 왕국 제일의 기사로, 국내에서 세번의 마상결투대회에 나가 모두 우승을 차지했고, 이웃한 나라의 대회에 두번 나가서 그 역시 모두 우승했다. 스믈여섯명의 기사에게 도전받아 그 스믈여섯을 모두 상처하나 없이 이겼다. 한번 사교장에 나갔다 하면 먼 발치에서 형의 뒷 모습이라도 보려고 모여든 귀족가의 여식들이 사교장 문 밖으로 줄을 스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그 어느때나 형은 먼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공주가 용에게 납치당했다. 소문으론 공주를 납치한 용은 키는 첨탑처럼 크고 길이는 왕궁의 내성을 한바퀴 돌아 머리와 꼬리가 맞다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 무시무시한 용에게 납치당했으니 공주는 이제 죽은 목숨이 아닐까 싶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납치된 공주를 되찾기 위해 왕은 용의 목에 국제적인 현상금과 함께 자신의 사위자릴 약속했다. 용을 죽이는 자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 나는 국왕의 그러한 약속이 없었더라도 형이 언젠가 용과 싸울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은 하고 있었다. 형은 언제나 만족을 몰랐다. 그는 현존하는 최고의 기사였고,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되려면 전설이 되는것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은 언제부터인가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침 일어난 이런 큰 사건에 대해, 형이 용을 죽이고 공주를 구해낸다면 형은 전설이 될 것이다. 형은 드디어 자신에게 그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는지 용과 싸울 채비를 마친 그길로  말을 타고 용을 찾아 떠났다. 한동안은 용에 대한 소문과 왕의 약속, 공주의 안위, 누가 용을 잡을 것인가에 대한 열띈 토론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렸다. 그러나 그런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그라들었다. 들려오는 소문은 어느나라의 이러저러한 젊은 기사등이 용에게 도전했다 패하여 죽었다는 대동소이한것들 뿐이었고, 그런것들은 용과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상상도 잘 안가는 먼세상의 얘기일 분이었다. 가끔 들려오는 기사의 죽음은 그날밤 취객들의 술안주가 되었고 이내 일상에 묻혔다. 그리던 어느날인가에 형이 돌아왔다. 용과 몇날 몇일을 싸우다 패한 형은 초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왼팔은 용의 날카로운 엄니에 잘려나갔고 가슴팍엔 용의 발톱에 긁힌 상흔이 남았다. 철퇴처럼 휘둘러진 용의 억센 꼬리가 그의 왼쪽 갈비뼈 3개를 가루로 만들고 거기에 3개를 더 부러트렸다. 형은 자신이 타고갔던 애마에 간신히 매달린채 돌아왔다. 용이 흘린 산성피에 넝마가된 고삐는 형을 고향의 문턱에 데려다놓고 힘을 다해 끊어졌다. 고향을 나설때 의기양양하게 금의환향할 것을 약속했던 기억속의 그와 같은 인물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모습이었다. 그는 열상에 시달리며 삼일을 밤낮으로 공주를 애타게 찾았고 나흘째 되던날 죽었다. 나는 삼일밤을 형의 옆자리를 지키며 그가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형은 왜 죽어가는 것일까. 무엇때문에. 무엇을 위해 그가 저렇게 되었나? 용. 나는 그가 용을 이길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패배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하였고, 이런 비참한 모습으로 죽어가게되리란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다. 화가났다. 그는 삼일동안 천천히 죽었고,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분노를 키왔다. 그리고 그가 죽던날 용에 대한 분노가 불같이 일어났다. 용이 아니었으면 형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용이 공주를 납치하지 않았더라도 형이 공주의 남편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형은 최고의 기사였으니 공주의 남편될 자격에 충분하다. 그가 왕이 되었더라면 그는 그자리에 만족하고 평안한 여생을 살았을 수도 있다. 그래, 용이 형을 죽였다. 척보기에도 형의 상처는 모두 용에게 입은 것이다. 용이 아니고선 그를 이렇게 상처주는 것이 불가능하겠지. 내 형은 죽지 않을 수 있었다. 형은 죽어선 안됬다. 그는 무적의 기사였어. 용이 형을 패배시켜선 안된다. 그는 전설이 되었어야만 했어. 그러나 그는 죽었다. 용과 싸워 이긴 영웅이 되지 못하고, 용과 싸우다 죽은 젊은 기사들 중 한명이 되어서. 이제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누가 그를 기억할 수 있을까? 차라리 용과 싸우지 않았더라면 그는 무적의 기사로서 역사에 길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용이 그를 죽임으로서 그는 패배한 기사가 되었다. 무적은 깨졌고 그는 전설이 되지 않는다. 용이 형과 함께 그의 전설을 죽였다. 용. 용이 문제다. 용이 그를 죽인게 문제다. 그를 이긴게 문제야! 용이! 형이 죽은 날이 지나고 새로운 해가 채 떠오르기도 전에 용을 향한 나의 증오는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형의 칼과 방패를 차고 형의 갑옷을 입고 형의 말에 올라 용을 죽이기 위해 길을 떠났다. 그간 다녀간 수많은 젊은 용사들의 발자취 덕분에 용의 둥지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아 수주간의 여정끝에 난 용의 둥지를 찾을 수 있었다. 용은 이제 내 앞에 있다. 증으로스러운 용. 공주를 납치한 국가의 적이자 그 많은 용사들을 죽인 인류의 적. 내 형을 죽인 나의 적! 나는 그 용의 둥지를 코앞에 두고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나는 형같은 초인이 아니다. 내겐 증오스러운 대적을 눈앞에 두고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무력이 없다. 하지만 나는 복수를 원한다. 그러니 비겁하게 숨어서 용이 방심하는 틈을 노린다. 모든 도둑들의 신에게 가호를 빌며 죽은듯 용을 기다렸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단편소설 \'용을 죽인 사나이\'의 패러디. 13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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