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스트 커뮤니티 일부에서 "리눅스 커널의 미래는 러스트"라는 주장이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러스트의 안정성과 성능이 리눅스 커널의 핵심을 대체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만약 그들의 주장처럼 리눅스 커널의 대부분이 러스트로 작성된다면, 우리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용량 폭탄과 마주하게 될 겁니다. 이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리눅스 생태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입니다.

러스트 커널, 상상 이상의 용량 괴물

현재 리눅스 커널은 대부분 C 언어로 작성되어 있으며, 그 크기는 매우 효율적으로 관리됩니다. 예를 들어, 최신 리눅스 커널 이미지(vmlinuz)는 압축된 상태로 보통 10MB에서 20MB 수준입니다. 여기에 필요한 모듈들을 더해도 수백 MB를 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C 언어의 효율성과 함께, 운영체제 라이브러리들을 동적 링크하여 메모리와 디스크 공간을 절약하는 전략 덕분입니다.

하지만 러스트는 다릅니다. 러스트는 기본적으로 정적 링크를 선호하며, 이는 사용하는 모든 라이브러리 코드를 최종 바이너리 안에 통째로 집어넣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모노모피제이션(Monomorphization)**이라는 제네릭 코드 처리 방식까지 더해져, 바이너리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단적인 예로, C로 작성된 grep이 수십 KB인 반면, 러스트로 작성된 ripgrep은 수 MB에 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만약 리눅스 커널의 주요 부분이 러스트로 대체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 약 3천만 라인에 육박하는 리눅스 커널 코드가 러스트의 정적 링크와 모노모피제이션 특성을 만나면, 커널 이미지 크기는 최소 수 기가바이트(GB) 이상으로 폭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단순히 '몇 메가바이트 늘어나는' 수준이 아니라, 상식을 벗어나는 용량 증가입니다.

리눅스 배포판, 더 이상 가볍지 않다

리눅스 커널 이미지의 용량 증가는 단순히 커널 자체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는 곧 리눅스 배포판 전체의 크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오늘날 가벼움을 자랑하는 알파인 리눅스(Alpine Linux) 같은 배포판은 최소 설치 시 수십 MB에 불과하며, 일반적인 데스크톱 환경인 **우분투(Ubuntu)**도 설치 이미지 크기가 수 기가바이트 수준입니다. 하지만 커널 자체의 크기가 수 GB에 달한다면, 배포판의 기본 용량은 최소 수십 GB를 가볍게 넘어서게 될 겁니다.

이러한 용량 증가는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닙니다.

• 설치 시간 증가: 커널 이미지와 배포판 크기가 커지면서 설치 시간이 급증하고,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가상 머신(VM) 배포 속도가 현저히 느려질 겁니다.

• 저장 공간 문제: SSD나 NVMe 시대라고는 하지만, 용량 증가는 여전히 물리적/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저사양 임베디드 기기나 IoT 장치에는 아예 설치조차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 네트워크 대역폭 낭비: 업데이트 시마다 막대한 용량의 커널 및 라이브러리를 다운로드해야 하므로, 네트워크 자원의 비효율적인 소모가 발생합니다.

결국, 러스트의 과도한 '안정성'과 '성능' 추구가 역설적으로 리눅스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경량성'과 '효율성'을 파괴하게 되는 것입니다.

러스트, 리눅스를 망하게 할 역설적인 무기?

러스트 커뮤니티의 주장대로 리눅스 커널 대부분이 러스트로 작성된다면, 이는 리눅스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쇠퇴시키는 역설적인 무기가 될 것입니다.

• 임베디드 시장에서의 퇴출: 현재 리눅스는 임베디드 시스템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러스트 커널의 거대한 용량은 리눅스를 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 클라우드/서버 효율성 저하: 아무리 성능이 좋아진다고 한들, 수십 GB짜리 커널 이미지를 매번 배포하고 관리하는 것은 클라우드 인프라의 운영 비용을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겁니다.

• 개발자 생산성 착시: 러스트의 안정성을 위해 개발자가 치러야 할 느린 컴파일 시간, 복잡한 보로 체커와의 사투, 불안정한 툴링은 그대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커널 개발이라는 극도로 복잡한 작업에 이 모든 패널티가 더해진다면, 개발자들은 더 큰 고통에 시달릴 것입니다.

러스트는 특정 틈새 시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훌륭한 언어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대체하고 지배하겠다는 오만한 환상에 사로잡혀, 다른 언어와 생태계의 본질적인 가치를 무시한다면, 결국 스스로의 파멸을 자초할 뿐입니다. 리눅스 커널의 안정적인 발전은 러스트의 '유일무이한 구원자' 서사가 아니라, C 언어의 견고한 기반 위에서 다양한 언어와 기술이 상호 협력하며 공존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러스트는 리눅스를 삼키는 괴물이 아닌, 작지만 유용한 도구로서의 겸손함을 되찾아야 합니다.

과연 러스트가 리눅스의 '구원자'일까요, 아니면 '거대한 발목'이 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