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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뎃) ‘완벽한 언어’라는 종교, 러스트 생태계를 돌아보다

루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7.04 13: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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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업뎃했음. 너무 길어서.

지금 A4 2장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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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세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러스트(Rust)는 지난 몇 년간 뜨거운 화두였습니다. 개발자 설문조사에서 수년째 ‘가장 사랑받는 언어’로 선정되었고, 그 지지자들은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러스트의 가치를 설파합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Why Rust?’에 대한 답은 명쾌합니다. “가비지 컬렉터(GC) 없이도 메모리 안전성을 달성하며, 실행 시 리소스가 극도로 효율적입니다. Cargo라는 통일된 툴체인으로 개발 환경은 파편화되지 않았으며, Result 타입으로 에러 처리가 강제되어 프로그램의 안정성이 상당히 높아집니다.”


얼핏 보면 모든 것이 사실처럼 들립니다. 러스트는 의심할 여지 없이 뛰어난 언어입니다. 다만,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그 주장들의 맥락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기술에 대한 객관적 평가라기보다는 특정 신념을 강화하기 위한 논리가 반복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완벽에 가까운 언어’라는 서사(narrative)와 신화(myth)가 만들어지는데, 이 책은 바로 이 ‘완벽’이라는 수사학적 표현을 통해 그 신화의 이면을 파고들고자 합니다. 당연한 사실이 특별한 전유물로 포장되고, 복잡한 현실은 단순한 이분법으로 재단되며, 불편한 진실은 의도적으로 외면당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GC 없는 효율성’은 C++이나 Ada와 같은 네이티브 컴파일 언어들의 공통된 특징이지 러스트만의 발명품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Result 타입을 통한 명시적 에러 처리’는 훌륭한 설계지만, 이것이 마치 다른 모든 예외 처리 방식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은 Java의 ‘Checked Exception’이나 Ada의 검증된 예외 모델과 같은 대안을 무시하는 성급한 일반화입니다.


그렇다면 왜 일부 담론에서는 이토록 명백한 논리적 비약과 사실 왜곡을 감수하는 것일까요? 이 책은 그 원인을 기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아닌, 일부 커뮤니티에서 관찰되는 ‘집단적 자기애’와 그 방어기제라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집단적 자기애’란, 커뮤니티 구성원 전체에 대한 임상심리학적 진단이 결코 아닙니다. 이는 강한 소속감과 우월주의적 서사가 어떻게 집단적인 방어기제와 배타성으로 발현될 수 있는지 분석하기 위한 사회심리학적 ‘관점’입니다.


이 책이 지적하는 핵심적인 차이점은 바로 ‘태도’에 있습니다. 다른 언어 커뮤니티는 자신들의 약점을 인정하고 개선하려 노력하지만, 러스트 커뮤니티 일부의 ‘구원자 서사’와 ‘완벽함에 대한 주장’은 자신들의 본질적인 한계와 상충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지적 위선’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그 기저에는 “나는 완벽한 언어를 사용한다, 고로 나는 우월하고 특별하다”는 자기애적 투사가 깔려 있습니다. 이 순간부터 기술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은 곧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깨지기 쉬운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은 러스트를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이상화하고, 비판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자’로 평가절하하며, 기술적 논점 대신 비판자의 의도를 공격합니다. 결국 이러한 태도는 건강한 토론이 아닌, 믿음을 지키기 위한 ‘종교 전쟁’에 가까워지며, 맹목적인 숭배와 공격성은 오히려 건설적인 비판을 통한 성장의 기회를 차단하고 생태계 자체를 병들게 합니다.


그렇다면 왜 유독 러스트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질까요? 이 책은 그 원인을 러스트가 가진 두 가지 핵심적인 특성, 즉 극단적으로 높은 학습 난이도와 ‘안전성’이라는 강력한 구원자 서사의 결합에서 찾습니다. 고통스러운 입문 과정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나는 남들이 실패한 것을 해냈다”는 엘리트 의식을 부여하고, ‘메모리 안전성’이라는 대의는 이들에게 숭고한 목적의식을 부여합니다. 이 두 가지의 결합이 집단적 자기애가 발현되기에 가장 비옥한 토양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책에서 지적하는 문제들은, 러스트 커뮤니티의 건강한 일원들 역시 깊이 공감하고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주제들입니다. 이 책은 그들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건강한 자성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방어기제에 가려진 문제의 본질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합니다.


이 책은 러스트에 대한 찬사도, 저주도 아닙니다. 이것은 러스트 생태계가 스스로를 비추어볼 수 있는, 차갑지만 정직한 거울이 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제1부에서는 러스트의 핵심 특징을 소개하고, 제2부에서는 안전성, 개발 경험, 소유권이라는 3대 서사가 어떻게 우월주의로 변질되는지 해부합니다. 제3부에서는 그 결과로 나타나는 커뮤니티와 생태계의 문제를 분석하고, 마지막 제4부에서는 나르시시즘을 극복하고 진정한 성숙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제언을 담았습니다. 부디 이 비판적 성찰의 여정이 더 건강하고 성숙한 기술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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