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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오에스랑 유진이랑 만나는 문학 - 1

ㅂㄷㅂㄷ(218.101) 2015.09.28 19:37:10
조회 1103 추천 13 댓글 10

저그들의 사체만 가득한 전장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을 때 에스오에스는 어이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전장을 누비며 별별 일을 다 겪어온 에스오에스지만 이런 일은 마주할 거라곤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일단은 저 인간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에스오에스는 블레이드를 재차 뽑으며 발길을 돌렸다. 발에 저글링의 사체조각이 밟혔고 곧 치이익 연기를 뿜으며 바닥이 타들어갔다. 그냥 돌아다니기만 해도 치명적인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전장이었다.


“누구냐 너.”


접근해오는 히드라리스크를 한 방에 두 조각내버리고 돌아서며 물었다. 그러나 뭐라 말하려는, 저와 똑닮은, 아니 저와 그냥 판박이인 인간의 손을 에스오에스는 그냥 덥석 잡았다. 대답 들을 시간도 없는 듯 다크템플러의 워프블레이드가 뒤로 달라드는 저글링 날려버렸다. 아무 무장도 없는 보통 인간에게 전장은 너무 위험했다.


“에스오에스, 지금 부대로 복귀합니다.” 


통신기에 보고한 후 에스오에스는 저에게 붙들린 인간을 돌아봤다. 비록 눈동자 색은 다를지언정 약간 비뚤어진 눈동자 모양까지 저랑 똑같아서 기분이 묘해졌다. 


“네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죽기 싫으면 내 옆에 붙어있는 게 좋을 거야. 기지에 도착할 때까지 조금 힘들어도 참아.”





영문도 모른 채 낯익지만 낯선 세상에 떨어져서 마찬가지로 낯익지만 낯선 괴생명체한테 둘러싸여 목숨을 위협당하는 지경에 이르더니, 저와 똑같이 생긴 사람... 인지 프로토스인지한테 구해졌다. 유진은 아픔과 공포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최대한 몸을 사려봤지만 산성체액이 조금이라도 스칠 때마다 피부가 타들어가 아팠다. 사방에서 예고없이 공격해오는 저그 유닛들은 물론 그것들을 귀신같이 베어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저랑 똑같은 놈의 모습도 무서웠다. 이따금 피에 젖은 채로 돌아서서  제가 무사한지 확인하는데 그럴 때마다 유진은 저도 모르게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되먹은 건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저 원래 알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용케 눈물은 안 난다고 유진은 생각했다.


기지에 들어와서 에스오에스는 피를 닦아내고, 유진은 질럿인지 뭔지한테 질질 끌려가서 상처를 치료받고, 에스오에스의 개인 집무실에서 둘은 깨끗한 모습으로 통성명했다. 에스오에스의 코드네임을 들은 유진은 어 그거 내 아이디...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유진이 본 에스오에스의 외양은 거울을 보는 듯 저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아까는 눈동자색이 달랐던 것 같은데... 어느새 똑같이 까만 눈동자가 유진을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진보다는 에스오에스가 조금 더 마르고 서늘한 느낌이기는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끔한데도 피냄새가 나는 것도 같아서 유진은 긴장했다. 


에스오에스가 보기에도 유진은 분명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관리 안 하고 대충 살면 저런 모습이 될까. 편해보이는 모습이네. ...그뿐이었다. 그 외에 특별한 생각은 없었다. 처음에는 테란군에서 저를 복제하기라도 했나 싶었지만 무슨 계획을 꾸며도 이렇게 허술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사는 담당 부대에서 알아서 하겠지. 유진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도 에스오에스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무섭게 여기든 신기하게 여기든, 부질없는 짓이다. 


“그러니까 너는 아예 다른 세상에서 왔고 아까 본 저그나 프로토스들은 네가 하는 게임에 나온 것들이다 그거지? 그럼 이대로 보고를 올리도록 하지. 여긴 내 방이니까 편하게 쉬어. 저기 침대, 사용해도 괜찮아.”


유진의 걱정과 달리 에스오에스는 유진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니, 유진의 말에 대한 시비를 가릴 생각이 전혀 없는 거 같았다. 유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너무 무심하잖아. 마치 무기물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 무서워서 유진은 결국 고개를 떨구고 탁자만 쳐다보게 되었다. 


“저기..요..”


가만히 앉아서 탁자 모서리만 매만지던 유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 필요한 거라도?”

“물 좀... 주세요..” 


여기에 온 이후로 물을 한모금도 못 마셨다. 거기다가 말까지 많이 한 유진은 급격한 갈증을 느꼈다. 그제야 갈증이 무서움을 이긴 모양이었다. 에스오에스는 아, 목 마르겠네 중얼거리면서 물을 가져다줬다. 물이 몸에 들어가자 생각이 좀 정리되는 것 같았다. 유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식사도 필요하면 말해. 테란용 식량도 있어.”

“어.. 아니.. 아니에요..”


저도 모르게 사양하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유진은 말했다. 그리고 에스오에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빤히 보자 흠칫하는 유진이었다. 그럼 쉬라고 말하면서 에스오에스는 아예 집무실에서 나가버렸다. 물어볼 게 하나 가득이었건만 어째선지 유진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제 사진에 히익거리던 스갤시발들을 보며 낄낄거렸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들이 느꼈을 공포를 유진은 그제야 꺠달았다. 슬프게도 저는 객관적으로 무서운 얼굴이었다. 


그런 유진이 깨닫지 못한 게 있었는데, 그때 사실 에스오에스가 제 집무실에서 나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어머나, 이게 뭐야, 살다보니 별 일을 다 보네, 세상에 에스오에스 같은 놈이 둘이라니... 단순한 검사라면서 사공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인지 유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동물원의 동물 구경하듯 검사실에 교대로 들어와서는 저를 보며 수군거리는 뱃사공들이었다. 심지어 그 사공들이 낯익은 얼굴들이라 더 민망했다. 돌아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만약에 돌아간다면 몇몇 프로게이머 동료들의 얼굴을 제대로 못 볼 것만 같았다.


피를 뽑고 무슨 CT 촬영하듯 다양한 기계들 여러 대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고 굉장히 수상해보이는 주사도 맞고 의사로 추정되는 예쁜 누나 앞에서 면담도 하고... 바로 다음날 받은 정밀검사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함께 검사받은 에스오에스와 나란히 집무실로 돌아왔다.


“저기,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평소의 유진을 아는 사람이라면 놀랄 정도로 매우 조심스럽게 유진이 물었다. 뭔데, 하고 돌아보지도 않은 채 에스오에스가 되물었다.


“저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내 담당이 아니라서. 답변이 오면 알려줄게.”

“그럼 그냥 무작정 기다려야 되는 건가요?”


그제야 에스오에스가 고개를 돌렸고 유진은 흠칫했다. 인간적으로 내 얼굴 무섭다...


“뭐 불편한 거라도?”

“아니 그, 저도 하는 일이 있고 기다리는 가족들도 있고...”


곤란해하는 유진의 얼굴을 에스오에스는 빤히 바라봤다. 자신의 얼굴로 이런저런 표정을 짓는 게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군에서도 최대한 노력할 테니 양해.. 부탁한다. ...미안.”


제딴에는 애써 사과하는 것이 훤히 보이는지라 유진은 연신 괜찮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낯익은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진은 모르는 무슨 초인종 같은 게 울렸던 건지 에스오에스가 나가서 문을 열어줬고 에스오에스도 알고 유진도 아는 얼굴이 집무실에 난입했다. 둘 다 평범한 일상복을 입고 있는데다가 평소에는 워낙 제 기운을 죽이고 사는 에스오에스여서 얼핏 보면 구분이 안 됨에도 키 작은 히어로는 에스오에스와 유진을 바로 구분했다.


“구경왔어 구경. 근데 확실히 이쪽 에스오에스는 좀 더 귀염상이잖아. 살도 좀 더 쪘구.”


히어로의 짓궂은 시선이 명백히 배로 가있었기에 유진은 쩔쩔매면서 두 팔로 배를 가렸다. 나랑 에스오에스는 완전 다른데 이 인간은 왜 이렇게 하이텐션모드 김준호야;; 의외로 에스오에스는 이런 일에 익숙한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내일부터 에스오에스는 또 멀리 나가있을 텐데...”

“네?”

“그러니까 내일부터 너는 혼자라는 거지. 물론 걱정 마. 나도 있고 여기에는 널 지켜주고 도와줄 프로토스가 많아요.”


어느새 히어로는 유진의 어깨에 다정히 팔을 걸치고 있었다. 어째 돌아가게 되면 종변을 하게 되지 않을까 프로토스라면 이제 지겹다고. 히어로에게 붙들린 채 유진은 완전 얼어붙어서는 네네 하는 대답만 반복할 뿐이었다. 에스오에스랑 떨어져 지낸다는 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아직은 판단내릴 수가 없었던 유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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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재미로 끄적거린 건데 걍 싸갤에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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