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9 11:27:54]


[뉴스엔 김형우 기자]

안방극장에 몇 해 전까지도 용납되지 않던 두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배우자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소위 싱글맘과 싱글파파를 다룬 휴먼 다큐멘터리와 드라마가 첫 방송을 시작한 것. KBS 2TV '인간극장'과 월화극 '싱글파파는 열애 중'이 그것.

싱글맘이나 싱글파파는 남편이나 아내 없이 혼자 힘으로 자식을 키우는 남녀를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회적 윤리관에 따라 배척을 받던 이들이 지상파 방송에서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KBS 2TV '인간극장'은 지난해 12월31일 딸을 출산한 방송인 허수경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은 허수경은 아빠없이 살아가야 하는 2세와 세상의 편견에 끝내 눈물을 흘렸다.

1989년 데뷔 후 방송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꾸준히 사랑받아온 허수경은 사람들 앞에서 늘 밝고 화사한 미소를 지었지만 여자로서 평범치 못한 삶을 살았다.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그 와중에 자궁 외 임신으로 아이 둘을 잃은 허수경은 결국 불임이라는 절망과 슬픔 끝에 서게 됐다.

끝내 아기만은 포기할 수 없었던 허수경은 비혼(非婚)의 몸으로 정자를 기증받아 시험관 아기를 가졌고 2007년 마지막 날 꿈에 그리던 딸 '별이'를 만났다. 하지만 허수경은 이로 인해 한국 사회 가족주의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방송이 끝난 직후도 마찬가지였다. 허수경의 용기 있는 선택과 힘든 고난을 보며 함께 울어준 시청자들이 있는가 하면 싱글맘에 대한 미화가 심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삶의 다양성도 인정받아야 하지만 사회 윤리관은 물론 2세가 겪어야할 인생 고초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앞으로 허수경은 '인간극장'을 통해 자신이 싱글맘을 선택한 솔직한 마음과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이산'과 '왕과 나' 양대 사극이 매회 화제를 모으고 있는 월화드라마 시장에도 의미있는 드라마 한 편이 방송을 시작했다.

싱글파파를 소재로 삼은 '싱글파파는 열애 중'은 1회 5.9%(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그 의미는 남달랐다.

'싱글파파는 열애 중'의 무기는 싱글파파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코믹하게 터치하며 대중들에게 다가섰다는 점이다. 엄마가 없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싱글파파 강풍호(오지호 분)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선사했다.

물론 유쾌함과 코믹함으로만 무장한 것도 아니었다. 싱글파파의 애환과 고민까지 진지하게 담아내며 무거움과 가벼움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낮에는 해충방제요원으로, 밤에는 격투기 선수로 분하는 강풍호는 아들 산이(안도규 분)와도 친구처럼 지내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흐뭇하게 했다. 하지만 산이를 버리고 간 엄마이자 피아니스트인 소이(강성연 분)의 존재를 애써 부정하려는 풍호를 통해 싱글파파의 슬픔이 잠깐이지만 애잔하게 녹아났다.

'싱글파파는 열애 중'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싱글파파라는 소재를 웃음과 감동으로 버무리며 시청자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또 하나의 명품 드라마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김형우 cox109@news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