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환란'이라는 경제위기, 지구촌 시대의 선진 한국이라는 휘황찬란한 구호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을 겪으면서, 집권당의 대변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거쳤던 필자는 말로 이루 다하지 못할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자 시작한 정치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개인적인 회의이기도 했다. 그러나 눈앞에 나타난 장벽을 보고 물러서거나 주저앉아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 비겁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필자를 믿고 국가의 일을 맡겨 준 광명 시민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움츠리고 숨어 있기보다는 오히려 한발 더 적극적으로 나의 할 일을 찾아 나서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 책은 이러한 필자의 결론을, 내가 태어나서 자랐던 경기도를 대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필자가 살아오면서 몸으로 겪었던 경험과 필자가 대학 강단에서 보고 배운 이론과 정치인으로 지내 온 짧은 기간 동안에 갖게 된 책임의식을 모두 쏟아부어 판단했을 때, 경기도가 지녀야 할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을 글로 정리한 것이다. 이제 경기도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구심이 되어야 한다. 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21세기 대한민국의 창조적 발전을 위해서 경기도의 위상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 경기도는 서울 외곽에서 서울을 지원하는 역할을 벗어나야 한다. 도민으로서의 공동체적 의식과 도민으로서의 자족적 삶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도 안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불균등과 복지문화적 편중으로 인한 소외감이 해소되어야 한다. 이제 경기도는 참된 민주주의, 상향식 지방자치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모든 도민의 의사가 반영된 공동체의 실현이야말로 지방자치의 완성이요,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한반도의 중심지인 경기도가 이러한 지방자치의 모범이 되어 다른 지역을 앞에서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 책을 발간하면서 필자는 또 하나의 두려움을 갖는다.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글로써 표현해 내는 것이 오히려 여러 사람들의 올바른 생각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창조적 발전은 한 사람의 소박한 아이디어가 더 많은 사람들의 보완과 비판으로 다듬어졌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필자는 믿는다. 이 책도 그저 소박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지고, 따라서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조언과 비판이 있기를 기대한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필자는이 책이 발간된 의의가 완전히 실현되었다고 믿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