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드라마 모두 보고 있는 1인으로서
홍설,유정 관계의 변화를 가장 크게 보여주는 게 오영곤 사건이라 생각함

허조교 일에 대해서도 설이 화를 내긴 했지만 그건 유정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기 보단
남에게 피해 안 주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실은 누군가의 도움이었고
그것도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어 얻은 것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의 자괴감에 가까운 거라 생각한다.


반면 오영곤 사건은 오로지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 느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유정이 설에게 악감정이 있어 불씨를 만든 거고 (물론 불씨를 키운 건 오영곤이지만)
실제로도 설이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지.

인하의 손을 빌어 오영곤과 설을 한꺼번에 보내버리려고 까지 했던(정확히는 방관한 거지만 유정처럼 머리 좋은 애가 그 결과를 몰랐을 리 없음) 유정이 지금은 오히려 설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귀고 있는 상황인 거임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설이 입장이라면 단순히 그 사건에 유정이 얼마나 기여했는 지를 떠나서 유정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밖에...

그렇게나 자길 싫어했던 사람이 지금은 좋아한다며 사귀고는 있는데 그게 과연 진심인지에 대한 의심부터

정말 좋아한다면서 옛날엔 왜 그렇게까지 날 싫어했느냐에 대한 섭섭함까지

단순히 누가 얼마나 잘못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와 감정에 대한 문제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에서 설이가 유정을 찾아가는 부분이 매우매우 중요하다.

지금껏 유정과의 관계에서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했던 설이 처음으로 직접 유정을 찾아간다는 것!
그냥 유정이 붙잡은 손을 뿌리치지 못해 사귀기 시작한 설이,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도 유정이 좋고 보고 싶다 생각했다는 것,
그걸 설이 드디어 스스로 깨달았다는 것이 치즈인더트랩을 통틀어 둘 사이 관계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라 본다.

유정은 설이 떠날까봐 과거를 무조건 묻고 싶어했지만
그래서는 기형적이고 불안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
과거 사건이 하나 터질 때마다 흔들릴 수 밖에 없는 불안정하고 나약한 관계.

그건 설이는 물론 유정에게도 좋은 관계가 아니다.
당장 아프더라도 과거를 다 드러내고
그럼에도 좋아한다는 걸, 좋아해 준다는 걸 깨달았을 때
비로소 두 사람의 관계가 땅에 깊이 뿌리 내릴 수 있지 않을까.

겨우 과거 일 한 두개쯤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엄청난 트라우마가 되었던 일도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그래서 결론은
오영곤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 설이 유정을 찾아가는 장면이 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 중요하니까
작감님아 제발 잘 좀 부탁한다.
제발 플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