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애들은 거의가 게임이나 웹툰 지망인 것 같네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노답인걸 깨닫고 내 이름으로 된 그림책 내고 싶어서 시작한게 벌써 9년인데

이쪽 희망하는 애들 도움될까 싶어 썰 푼다

그림에 처음 입문하는 기초가 필요한 경우 말고 어느 정도 자기 스타일이 있다는 가정 하에

포폴 준비하면서 이걸로 먹고 살 길 트고 싶은 애들을 위한 내용이니 참고하고

자기 그림으로 어느 방면의 일을 받아서 벌어먹고 살고 싶은지 노선을 확실히 해라

학습지나 사보인지, 그림책인지, 팬시인지, 웹툰인지, 게임인지...... 확실히 하고 그쪽에 맞는 스타일로 파야 한다

나는 도서, 출판쪽이니 게임이나 웹툰쪽은 패스

도서, 출판쪽은 출판사에서 컨텍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데 이때 제일 중요한 게 포트폴리오

그림에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는 건 기본적인 거니까 넘어가고

포트폴리오 만들 때는 하나의 주제로 몇 장의 시리즈로 구성해서 자기가 안정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걸 보여줘야 된다

신인일수록 한장 후벼파서 완성하는 거만 집중하기 마련인데 자기가 제일 잘그린 거 몇 개 엄선한게 티날 수 밖에 없다

일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필요한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찾았다 싶으면

이 사람이 기간안에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러 컷을 안정적으로 그릴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입장 바꿔서 너네들이 돈주고 학습지나 책 삽화를 누군가에게 맡긴다고 생각하면 쉽다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는 안정적인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출판사의 요구대로 다양한 걸 그릴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것도 중요하다

인물, 동물, 사물, 풍경 등등 여러 가지를 그려보고 구도도 다양화 해서 출판사의 요구에 맞춰줄 수 있다는걸 어필해라

일을 맡아보면 알겠지만 소컷, 중컷부터 여러 장에 걸친 큰 그림에 책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아이콘 등

책 안에 들어가는 다양한 용도의 그림을 그리길 요구한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내가 잘 못그리는건 피하기 마련인데 여러 가지를 그릴줄 알아야 막상 일이 들어왔을 때 개피 안본다

일이 들어왔다고 좋은게 아니고 그 일을 잘 해서 다음 일로 이어지는게 중요하다는거 명심해

신인때는 오히려 일이 많이 들어온다

실력에 비해 단가가 싸고 이런 저런거 요구하기 편하거든

오히려 나 정도의 어중간한 경력이 되면 일이 잘 안들어온다

책 몇권 표지나 메인 삽화 했으면 아무 일이나 하기 힘들고 단가가 올라가는데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말 잘듣고 잘그리는 저렴한 신인이 편한거지

그러면 진정한 멘붕이 오고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내 책을 내서 인세를 받는 작가로 올라서야 되는데 이게 존나게 힘들다

그림만 잘 그린다고 되는게 아니라서 바라볼 건 공모전 입상인데 일이 잘 안들어오니 생활은 팍팍해지는데

될지 안될지 모르는 공모전 준비한다고 생각해 봐

대신 공모전 입상해서 딱지붙은 책 몇권 내면 그때부터 안정권이다

책 낼때는 저작권 조심하고 한꺼번에 돈준다고 덥썩 저작권까지 다 넘기면 강아지똥같은 케이스로 피눈물 흘릴 수 있으니까

저작권 얘기 나왔으니 말인데 보통 출판사랑 일하면 처음에 계약서를 안쓴다

한참 일을 진행하다보면 집으로 계약서를 보내주는데 보통 양도 계약서가 오고 

인세같은 계약 조건을 보면 자기들 유리하게 되어 있는데 이게 참 열받는다

계약 내용이 불합리해도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된 상태라서 작가가 쉽게 뒤엎기 힘들거라는걸 알거든 ㅅㅂ

하여튼 이래 저래 힘든 바닥이다

내가 할 줄 아는게 이거밖에 없고 다 포기하고 올인할 자신있는 놈들만 시작해라

취직해서 그림 그리는 거면 모를까 혼자 프리로 하는거면 각오하고 들어왔어도 떨어져나가는 놈들 수 없이 봤다

그래도 포기가 안되면 취미로 해라

어쩌다보니 신세한탄 글이 되어 버렸네

얘들아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