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할 말은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 신체의 병이라는 거야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라는 건 어떤 병신이 한 소린진 몰라도 경험자의 입장에서는 멍멍소리로 밖에 안들려

우울한 감정은 우울증의 원인이자 부산물이지 그 자체는 아니야

그럼 우울증이란게 어떤거냐면

자신의 감정이 슬프고 괴로울 때만이 아니라 웃기고 즐겁고 신난데도 불구하고

처지고 힘없고 불안하고 불쾌하고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지속되는 병이야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시험보기 전의 긴장과 불안과 기분나쁨과 불편함(시험 확 빨리 봐버리고 마음 편해지고 싶은 느낌이 들잖아)

이 24시간, 365일 지속되는 느낌이지

정도가 심각하면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어(난 그렇게 심하진 않았지만)

저 상태는 우울이 아니라 불안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우울과 불안은 서로 붙어다니기 때문에 하나가 있으면 나머지 하나도 동반돼

저런 몸상태가 지속되게 되면 그 어떤 철인이라고 해도 결국 감정과 마음 역시 우울하고 불안하게 될 수밖에 없어

몸과 감정상태(마음)은 철저하게 서로의 영향을 받거든

이에 변화를 주려면 외부 환경변화가 필요하지 의지로는 바뀌는게 아니야

자신의 의지로 심장박동수를 바꿔보려는 것과 같은 병신짓이지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싶으면 나가서 달려야지 '내 심장아 빨리 뛰어라!' 라고 마음먹는다고 빨리 뛰진 않는것과 같아

우울증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크게 유전과 주변 환경과 그에 따른 자신의 감정상태야

유전은 뭔지 다 알거고 환경은 여기서 설명하기엔 너무 긴데다 찾아보면 금방 나오는 거니까 생략하고 가장 흔한 감정상태가 원인인 경우만 설명할게

인체에는 항상성이라는 유지기능이 있어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기능이지

이 때문에 감정은 쉽게 변해도 신체는 쉽게 변하지 않아

정상인 사람은 우울증과 관련된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유지가 되지만

우울증인 사람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등 우울증과 관련된 기타 호르몬의 농도가 적은 상태를 신체가 '정상'으로 인식해서 그에 대한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상태야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겨서(가족 또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 실연 등)

감정상태가 안좋아지면 신체는 이에 영향을 받아서 저 우울증과 관련된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서 가슴 답답하고 불쾌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

감정이 일시적이었다면 다시 신체는 항상성에 따라 원래의 정상 상태로 돌아가겠지만

저 상태가 곧 끝나지 않고 지속되면 신체는 저 불쾌한 상태를 '정상'인 상태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해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슬픈 감정이 사라져도 저 우울한 신체는 바로 돌아가지 않지

이렇게 우울증이 생기는거야

그럼 우울증을 낫게하려면?

기쁘고 즐겁고 안정된 상태를 지속해야겠지

그런데 극적인 외부환경 변화 없이 그런건 불가능해

그게 아니라면 신체의 항상성 사이클을 바꿔야겠지

그래서 나온게 항우울제야

항우울제는 신체의 항상성 사이클을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바꿔주는 역할을 해

그래서 처지고 불안하고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이 드는 몸 상태를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려줘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내가 이전엔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렇게 몸이 원래대로 돌아가면 감정상태 역시 정상으로 돌아가게 되지

물론 감정 자체를 바꿔주는게 아니니까 기분이 저절로 즐거워 지는건 아니야

주변 환경이 안좋아서 계속 안좋은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 몸 상태는 다시 우울증에 걸리겠지

좀 길게 썼지만 자신이 우울증인지 아닌지 병원에 가야하는지 아닌지 이거 보고 생각해 봐

미련하게 의지로 낫는다는 거나 주변 힘들어 하는 사람한테 의지가 부족해서 라는 개소리는 하지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