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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Why Peacekeeping Fails?

  앞 글에서 나는 <밤> MV가 은하에게 생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소원이 시간을 멈춘 것이라고 봤음.

  자, 그러면 <해야> MV로 넘어가서 조금 살펴봅시다

  <해야> MV에서 안무 장면을 빼고, 멤버들의 평상복을 중심으로 보면

  일단 은하의 생일 파티 장면과 은하가 사라진 직후의 밤 장면, 그리고 MV 초입과 후반을 포함해 그 이외 대부분의 장면은 복장 면에서 구분됨.

  (쇠-분홍/띤-흰색에 파란 점무늬/옌-노랑/엄-파랑/윶-분홍상의+흰색에 꽃무늬 치마

  ↔ 쇠-파란 상의+흰 치마/띤-노랑/옌-꽃무늬/엄-체크+노랑/윶-전체 분홍)

  이것은 결국 시간대의 구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인데

  특히 초입 부분이 엄지의 '어젯밤'에 대한 회상과 함께 시작되고, 같은 복장이 마지막의 일출 장면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생일 파티와 그 직후의 단체 씬 장면이 과거이고, 그 나머지 부분이 해가 뜨는 현재로 이어지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음.

  나는 그 생일 파티 시점이 은하가 살아있는(生) 때라고 생각함. 딴 이유 다 제끼고 생일(生日)이잖어.

  평소와 다를 바 없던 어느 날, 은하의 생일. 그렇지만 그 생일이 끝나는 일몰의 순간,

  은하가 분 촛불은 생일을 축하하는 촛불이 아니라 생명을 상징하는 촛불이 되고

  이 시점을 기점으로 은하는 멤버들의 곁에서 사라짐.

  그런데 <해야> MV에서는 복장으로 보아 앞서 말한 두 시간대와 무언가 달리 취급되는, 한마디로 특이한 장면이 중간에 등장함.

  그게 터널을 통과하는 장면인데, 터널 씬의 처음 장면에서는 6명이 다시 모두 만나고 있고, 나머지 장면에서는 신비와 유주가 헤매고 있음.

  문제가 해결되는 동시에 심화되는 굉장히 희한한 장면인데,

  나는 <해야> MV 중간에 삽입된 이 장면이 <밤>을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함.

  앞 글에서 나는 <밤> MV가 태양과 달이 만나는 일식이라는 시점에, 소원이 시간을 멈춤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라고 봤음.

  다시 말해서 <해야> MV 중반부까지 '은하가 사라졌다'는 문제를 해결해 6명이 다시 만나게 하는 방책이자,

  '시간을 멈춘다'는 극약 처방으로 인해 멤버들이 방황하게 되는 단초라고 생각함.

  6명이 함께 만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들어가기는 했지만, '터널 속'은 또 다른 하나의 어둠이고,

  '대체 언제 어둠 속을 벗어나게 할 거야'라는 호소가 등장하는 배경이겠져

  그러면, 'Peacekeeping'을 위한 소원의 해결책은 왜 실패했는가?

  여기서 이미 <밤> MV에서, 멤버들과 함께 하고 있음에도 소원이 웃음 짓게 하기 전까지 여전히 슬퍼하고 있던 예린을 살펴보면...

  예린은 이전에 말했듯이 봄을 상징하는 멤버인데,

  장미꽃 덩굴이 얽힌 전화 부스에서 전화를 걸고 있음.

  이미 무언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고

  아마도 은하에게 연락하기 위한 전화를 걸어서, 엄지와 마찬가지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장면일 것임.

  여기서 이라는 앨범이 발매된 4월 30일이라는 날짜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됨.

  앞에서 작중 시간이 겨울이라고 봤지만, 상징성만 따와서 생각을 해보면

  4월 30일은 당연히 5월 1일로 넘어가기 직전의 날짜임.

  그리고 장미꽃은, 하도 품종 개량이 많이 된 꽃이라 일괄하기 어렵긴 한데,

  국내 여러 장미 축제들이 5월에 열리듯이 자연 상태에서는 5월을 전후해 피는 꽃임.

  결국 소원의 행동에 의해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 예린은 장미꽃이 피는 5월을 맞이할 수 없음.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계절은 제대로 존재할 수 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봄에 꽃이 피지 못하면 가을에 열매가 맺히지 않고,

  데메테르 신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지상 세계는 엉망이 됨.

  열매가 맺히는 계절인, 가을을 상징하는 엄지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 무언가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 엄지가 보고 있는 시계의 시간이 눈에 들어옴.

  10시 10분을, 은하의 생일과 들어맞는 5시 30분처럼 해석하면 10월 10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앨범 발매일이나 여자친구라는 그룹의 기념일과 관련해서는 사실 가장 대표적인 상징으로 쓰기는 어색한 날임.

  그래서 10시 10분이라는 시간의 기본적인 의미를 생각해 보면,

  우리가 시계방을 갔을 때 많은 시계의 기본으로 맞춰져 있는 시간이 10시 10분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음.

  다시 말해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 시계'를 상징하는 것이 엄지 씬에 나타나는 10시 10분에 맞춰진 시계.

  그러니까 엄지는 <해야> 전반 시점에서는 퍼즐 조각을 통해 무언가 이상한 낌새는 눈치 챘지만 주도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다가

  <해야> 후반 시점에서 시계를 보고 시간이 멈춰 있다는 점과, 그로 인해 일어날 문제 상황을 자각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보임.

  그 해결책이,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 엄지가 캐치했던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을 통한 악보의 완성.

  음표는 음을 표시하는 기호이기도 하지만, 음악의 시간적 분할을 표시하는 기호이기도 함.

  음악이 흐른다는 것은, 곧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기도 하져

  그리고 완성된 악보를 연주하는 그 때 엄지의 복장은 'Midnight' 복장, '날(日)'이 바뀌는 시점.

  문제는 시간이 그대로 흘러 '밤'의 일식이 끝날 경우, 은하는 촛불이 꺼지는 것처럼 멤버들의 곁에서 사라지기를 피할 수 없는 운명임.

  물리적인 제약, 시간적인 제약을 뛰어넘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여기에 대해서 엄지가 내놓은 답은, MV를 봤다면 다들 알고 있을 것임.

  "어젯밤 꿈을 꿨다.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을 뿐, 우리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었다."

  (4) The Power of a Positive No

  이 사진 보면서 앞에서 올려놓은 사진들하고 차이를 바로 느낀 갤러도 있을 것 같은데,

  <해야> MV를 보면서 한 가지 눈에 띄었던 것이

  MV 후반부, 6명의 멤버가 Daybreak 티저의 옷을 입고 함께 하는 장면에 들어가면서 카메라 앵글이 갑자기 커진다는 것임.

  (쉽게 말해서 앞에서 올린 사진들하고 비교하면, 위 아래 검은 띠 같은 것이 사라짐)

  무언가 MV에서 이 장면이 갖는 의미를 부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앵글이 일종의 '세계관' 역할을 한다면,

  이 장면은 현실과는 다른 세계, 다시 말해 MV 처음에서 언급하는 '꿈'이라는 개념이겠지

  이 '꿈' 속에서(정확히는 신새벽의 꿈 속에서) 멤버들은 다시 만날 수 있고, 은하와 함께 할 수 있음.

  '꿈'에서는 공간도, 시간도 제약이 없기에, 얼마든지 다시 만날 수 있고,

  카메라 앵글이 넓어진 것은 꿈이라는 세계가 현실의 제약을 넘어 인식의 지평이 넓어진 곳임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임.

  마지막 단체 씬, 이 해결책을 내놓은 엄지가 은하 옆에 앉아 있고, 멤버들이 함께 서 있음.

  우여곡절 끝에 밤과 어둠을 상징하는 달을 가로지르며 해는 다시 떠오르고, 시간은 다시 흘러감.

  계절들은 다시 흐를 것이고, 멤버들은 태양인 은하가 곁에 없더라도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됨.

  은하는 멤버들의 바로 곁에는 없지만('No'), 은하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음('Positive').

  'Midnight' 옷을 입은 은하의 귀걸이 모양이 얼핏 보면 리본 모양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나는 저게 나비가 아닐지 의심이 됨.

  <밤>보다 전작 MV들에서 몇 차례 나비가 나온다는 건 말할 필요가 없고

  나비는 <장자>에서 등장하는 나비꿈(호접몽) 이야기와 관련해서 꿈과 관련된 중요한 상징물임.

  (참고로 이 나비꿈 이야기가 말해주는 것은, '꿈과 현실 사이에는 경계가 있는가?'와, '만물은 변화하는 것'이라는 문제.)

  그렇게 본다면 은하는 과거 멤버들과 함께 할 때의 '나비'를 여전히 지니고 있고

  바로 곁에 있지는 못하더라도, 온 세상을 비추는 태양으로서 멤버들과 함께 할 것이 분명함.

  (cf. 셰익스피어 소네트 43 : 마지막 부분 -

  "And nights bright days when dreams do show thee me."
  "또 모든 밤은 낮이다, 꿈이 당신을 비춰주는 때에")

  사진 캡처라 부족한 걸 어쩔 수 없지만, 결말부의 저 장면에서 LP판은 계속해서 돌아감.

  LP판은 삶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고,

  그 시간은 (팔찌 씬에서 살펴보았던) 순리대로의 시계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음.

  그렇지만 은하 스스로가 방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듯이, 은하를 바로 곁에서 함께 할 수 없다는 것 자체는 분명함.

  잠깐 다른 얘기로 들어가서, ~의 로고를 일종의 시계로 본다면

  3시 정각을 가리키는 시계로 볼 수 있음.

  우리가 다 아는 신비시계이고,

  5시 30분이 5월 30일을 상징하는 것처럼 3시 정각이 3월을 상징한다면

  이 3시 정각이라는 시간은 '겨울, 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음.

  그리고 3월부터 새 학년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졸업'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임.

  (물론 여기서는 문자 그대로의 졸업은 아니고, 인간적인 성숙 뭐 그런 것임)

  하나의 해가 끝나고, 하나의 계절이 끝나고, 하나의 겨울이 끝나고,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사람은 성장해 나감.

  소원이 펼쳤던 과거의 추억이 담긴 다이어리는 이제 접히고, 새로운 아침이 찾아옴.

  아이는 그렇게 어른이 되겠지만

  잠든 신비가 흘리는 눈물은 그런 현실을 삶으로 맞이해야 하는 고민에 대한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3줄 요약 :

  1. <해야> MV는 은하가 사라지기 이전과 일몰 직후(생일 파티 복장)-터널 씬(밤)-새로운 아침으로 이어지는 듯하고, 터널 씬은 <밤>의 내용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해봄.

  2. 소원이 은하와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잡아 시간을 멈췄지만, 시간을 멈출 경우 계절은 정상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봄과 가을을 상징하는 예린과 엄지는 이를 극복하려 노력함.

  3. 시간이 다시 흘러가면서 실제의 만남을 대신할 수단으로 엄지가 내놓은 것이 '꿈'이고, 멤버들은 은하가 곁에 없더라도 언제나 함께 있음을 자각하지만, 그 결과 아픔을 안고 성장함.

  관련 :

  호접몽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687865&ref=y&cid=50801&categoryId=50806

  셰익스피어 소네트 43번 : http://anatta.tistory.com/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