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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책 추천받고 싶다던 갤러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약간 혼잣말성)

유동성님(211.243) 2012.11.17 03:17:35
조회 10585 추천 47 댓글 21

뭐 기본적인거니까 독서 많이 한 사람들은 이 정도는 다 읽어봤겠지 하고 쓰는거야.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은 내가 빠뜨린 거 중에서 보강하는 방식으로 추천해주길 바랄게.

일단 이마미치 도모노부 옹이 쓴 건 무조건 추천.... 이 사람은 세계 단위로 인정받는 철학자라서.
내가 알기로, 이마미치 옹의 철학 서적은 우리나라에 단 세 개 나와있는 걸로 알고 있어.
다른 두 책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한데(그래도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단테 신곡 강의>는 정말 명저지. 정말 진심으로 꼭 읽어보길 바란다. 내게는 정말 감동으로 다가왔던 책이야.
철학자가 문학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정말 필독서.

그리고 철학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면, 일단 철학사에 대한 공부도 좋지.
여기저기서 입문서로서는 프리틀라인, 힐쉬베르거는 추천을 많이 하는데
사실 두 사람은 좀 독일 관념론 쪽에 치우친 해석을 하므로
관념론에 반대하고 싶다 하면 오히려 썩 좋지 않은 입문서일 수도 있어.
(물론 저 두 사람의 입문서는 러셀의 입문서보다 뛰어나고 공정한 서술로 되어있어.
특히 프리틀라인의 <서양철학사>는 핵심만 잘 요약해놓은 명저)
쉽게 쓰여진 철학사를 원한다면 <세계사를 바꾼 철학의 구라들>이라는 책도 나쁘지 않아.
제목이 좀 병맛이긴 한데, 이건 번역자가 책 제목을 저따구로 출판하면 출판 안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는데도
출판사에서 땡깡부려서 오히려 저런 병맛스러운 제목이 되었음....
내용은 병맛 아니고 정상적인 내용을 쉽게 써놨고 역자도 꽤 심혈을 기울였으므로 참고가 꽤 될거야.
무엇보다 이슬람 철학자 아베로에스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 중세철학의 계보를 제대로 밝혀주는 책이라 할 수 있지.
그리고 요즘 철학사 교재로 스텀프의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라는 책도 많이 쓰더라.

그래도 서양철학사의 본좌라면 아직까지 프리틀라인과 힐쉬베르거지.
근데 전공자로서, 오히려 나는 저 두 사람만큼이나 코플스턴의 철학사를 높게 평가하고 있음.
왜냐면 원전 직접 인용이 많거든. 참고해도 좋을거야. 즉, 원전을 읽으려면 코플스턴 철학사가 좋을 수도 있어.
독일 관념론에 한해서는 오히려 코플스턴보다 나은 게 있는데, 밑에 내 방 사진에도 있지만 니콜라이 하르트만의 책도 쩔어주는 명저.
특히 헤겔에 대해서는 아주 해부를 체계적으로 해놨다. 헤겔 입문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하르트만부터 읽으라고 권하고 있어.

철학사에 대해 그런 체계적인 이해보다 교양 식으로, 그러니까 산책하는 식으로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도 있어.
클라우스 헬트의 <지중해 철학기행>은 데카르트 이전까지의 전근대 철학을 훑어보는 데 도움되는 저술이야.
일단 형식이 지중해 근처의 유적지를 돌면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형식이라, 정말 산책하듯이 읽을 수도 있어.
그거 말고도, 에른스트 블로흐의 <서양 중세 르네상스 철학 강의>라는 책도 좋다.
이거 좀 산책이라기보다는 강의 식인데 좀 교양 강의식이라 쉽게 잘 해설되어 있더라.
서양 고대 철학사와 근대 이후 철학사도 중요한 건 다뤄주는 맥락 구성도 아주 좋고.

그냥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철학을 다룬 것은 뭐 서광사에서 나온 네이글의 <이 모든 것의 철학적 의미는?>이라는 책이 무난해.
보다 더 명제-분석적인 저술을 원한다면 웨스트팔의 <철학적 명제들>이 좋다. 러셀의 <철학이란 무엇인가>도 이 경우에 추천할 만하고.
난이도를 very easy로 맞춘다면 <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도 괜찮다. 이건 그냥저냥 나쁘지 않은 수준.

참, 좀 뜨거운 책읽기를 원한다면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라는 책도 좋다. 이것도 좀 술술 읽힐듯.
우리나라에서는 김상봉 씨의 저작도 읽을만 해. 나는 아직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밖에 못 읽어봤는데
2000년대 초반의 문제 의식을 담고 있어서 요즘에는 좀 부적절할지 모르겠다 싶은 대목도 몇 가지 있어.
하지만 고대 그리스 비극에 대한 철학적 접근으로는 나쁘지 않을듯 싶어.

근데 공부를 해보니까 철학 공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원전인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니체, 스피노자, 마르크스를 좋아하거든. 그리고 약간 루카치주의자라고 해야 하나?
딱 봐도 약간 빨갱이스럽긴 한데 내가 그게 맞는데 뭐 어쩌겠어. 물론 아직 속류이자 자칭에 불과하지만.
나는 고대철학에 특히 흥미가 많아. 약간 학문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측면에서는 플라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걸.
나는 장래에 철학자 겸 문학자가 되고 싶은데, 아무래도 단기간에 이룰 수 없는 일에 너무 조급해 있었던 것 같다.
전공하고 싶은 분야만 해도, 고대철학, 중세철학, 고대문학, 중세문학, 미학, 정치철학, 사회철학, 과학철학 등등... 너무 많았어.
그러다보니 너무 조급해져서 프레임이 좁아진 것 같아. 그러다보니 쓰는 글도 다 똥글이 되어버렸고, 그 때문에 자아비판을 하려고 한 거임....

조급해 하다보니 세계관 구축이 잘 안 되니 프레임을 좁혀서 나한테 맞는 지식만 취사선택하고
그렇게 프레임이 좁아지니 당연히 들어오는 지식보다 흘러가는 지식이 더 많아진 거 같다. 아니, 아마 이게 맞을거야.
그래서 나는 당분간 내 즐거움인 독서를 때려치우기보단, 그냥 시시껄렁한 소설, 그러니까 성석제 같은 소설가 위주로 읽어야겠다.
다시 한 번 아까 내 넋두리 들어준 갤러들 고맙고, 이 장문의 글은 그에 대한 조그만 보답이라고 생각해줘.
종종 여기 들러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책들 추천해주곤 할게. 문학도 많이 읽어서 문학 쪽으로도 조금 자신이 있거든....
글이 너무 길었다. 하지만 여기에 글을 쓰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는 다른 데보다 이 긴 글을 읽어 줄 갤러들이 많아서 그런 거 같다.
밤이 차네.... 모두들 몸조심해라. 내 여친님은 아프대. 지금쯤 자고 있을테니 별 걱정은 안되지만, 이 글을 보는 너희들은 모쪼록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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