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귀속문제를 결정짓는 조건을 들자면 강역으로 역사의 귀속을 결정짓는 속지주의, 그리고 민족으로 역사의 귀속을 결정짓는 속민주의, 해당 역사 속에서의 주체집단과 피주체집단 및 역사적 계승성의 문제 등으로 상당히 복잡하오. 그러나 역사귀속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 중 하나는 바로 역사의 귀속성의 주체가 될 수 있는 \' 국가의 존재 \'요.

선례로 중국과 몽골이 중국과 몽골을 한데 아울렀었던 과거 원제국의 역사를 각기 자신의 역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중국과 몽골이 현재 각자 자신만의 국가로써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오. 마찬가지로 한국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할 수 있는 것도 역시 현재 한국이라는 국가가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오. 각자의 존재 덕택에 역사의 귀속을 논할 수 있는 대립구도 자체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오.

반대로 국가가 부재하다면 이러한 역사귀속문제를 논해줄 수 있는 주체가 소멸되거나 크게 약화되오. 그렇게 된다면 역사의 귀속성은 거의 일방적으로 국가를 보유하고 있는 집단의 승리로 귀결되기 마련이오.( 현재 몽골이 중국에서 독립하지 못했다던가 한국이 일본에서 독립하지 못했다면? 그렇다면 역사귀속의 문제는 거기서 종결된 것이나 다름없소. )

그러한고로 국가존재의 유무에 따라서 역사의 귀속성은 결정되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원제국은 중국이 독점할 수 있는 요, 금, 청과 같이 국가가 부재한 기타 민족의 역사와는 다르게 그 원제국의 계승성을 주장할 역량이 있는 국가로써 존재한 중국과 몽골 공동의 역사가 될 수 있는 것이오. 물론 역사 귀속의 문제는 상술했던 여러 문제들로 인해 간단히 논할 바는 아니오. 예컨대 원제국과 일본제국의 역사귀속문제가 일률적으로 취급될 수 없다는 것처럼 말이오.

잊지마시오. 역사 귀속의 문제는 그 역사를 보호해줄 수 있는 국가존재의 유무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그나마 이러한 국가가 존재해서 타국의 역사공정에 대항할 수 있기라도 하는 한국이나 몽골 같은 경우는 운이 좋은 편이오. 세계상에는 고유의 존재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국가가 부재하거나 역량이 부족해서 남의 부속물이 될 수 밖에 없는 집단들이 허다하오. 굳이 멀리 예를 들 것도 없소. 한국 옆 나라들의 소위 소수민족들만 봐도 능히 짐작이 될터이까.  

어찌보면 역사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고 냉혹한 결론일지도 모르겠소만 그것이 현실이고 역사요. 이는 과거의 우리도 이미 경험했던 역사요.( 일제 치하 당시 조선의 역사 = 일본의 지방사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통념이었소. 세계사 편력을 저술했던 네루는 동병상련의 예외랄까. ) 그러한 역사를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실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고 그러한 역사를 깨닫고 잊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를 배워야 하는 것이오. 그러한 까닭에 역사는 혹자가 말한 것과 달리 결코 현실과 무관하고 무용한 것이 아니오. 아시겠소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