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스탈린의 군부 숙청이 한창 진행중일때 소련 비밀경찰의 간부가 일본군에게 망명합니다. 그것이 구실이 되어 소련군 소수병력이 소-만 국경의 장고봉에 진주하게 되는데.. 이의 방어를 담당하는 것은 조선주둔 일본군이었고 이들은 관동군 대신 대본영의 지휘계통 하에 있었습니다. 대본영 장교단은 중국과의 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소련을 자극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웬일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조선군에게 자제할 것을 명령합니다.

그러나 조선군에는 관동군처럼 혈기왕성한 장교들이 많이 있었고 이들은 소련군을 응징해야한다고 주장하는통에 조선군 산하 제19사단이 마침내 일을 저질러 버립니다. 장고봉에 진주한 소련군은 정말 소수병력이었고 19사단의 공격으로 전원 전사하거나 포로가 됩니다. 이에 격분한 소련군은 전차, 대포, 비행기를 총동원해 공격하는데 이런 중장비를 갖추지 못한 19사단은 고전을 겪습니다. 그리고 결국 장고봉에서 1km 물러나는 것으로 상황을 종결짓습니다.

그런데 이 장고봉 전투에서 소련군의 피해가 일본군보다 훨씬 컸습니다. 선두에 서서 공격해 오던 전차들은 일본군의 잘 숨겨진 소형포들의 공격으로 대부분 파괴되었으며 대포 역시 16문을 상실합니다. 이것은 마치 1920년 청산리전투를 연상시키는 것이죠. 청산리에서도 북로군정서는 결국 후퇴했지만 전사자가 독립군 100명 vs 일본군 3300여명으로 압도적인 격차의 피해를 안겨줬습니다. 그래서 전술적 승리로 평가되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