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는 스티브 뉴튼 저 <쿠르스크-독일측 시각> 챕터15. 우울증으로 좀 버벅대고 있을 때 정신안정용으로 번역하다 만 것에 첨부하려고 만든 표 되겠습니다. 독일군 병사들이 아무리 잘 싸운다고 해도, 잘 만들어진 방어선에 닥치고 돌격하면 무슨 결과에 직면하게 되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나 할까요. 안 그래도 조공 수준의 부대로 소련군 방어선 중에서도 제일 튼튼하게 보강된 데에 닥돌했으니 이 꼴이 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만...
하여튼 이 손실비 때문에 쿠르스크 전역의 독일군, 특히 제9군의 작전지휘는 졸렬함의 극치에 속했다-라는 말도 있는 모양입니다. 참고로 이 전투를 처음 통계분석한 스웨덴 군사학자인 체터링 영감은 저 손실비를 전투원대비 손실비가 아닌 총원대비 손실비로 기재, 심각한 오해를 불렀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의 15장 자체가 바로 그런 주장을 위해 씌어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것도 상당히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는 문제입니다만...
그나마 이 시기까지의 손실이 단기간에 집중되어 심각하긴 한데, 이것으로 9군의 수난이 끝난 건 아닙니다. 9군은 7월 31일까지 16,000명을 더 잃어서, 실질적 전투병력손실은 30%를 훌쩍 넘기게 됐기 때문입니. (다만 이때는 7월 중순 소련군의 반격이 시작되고 나서 비전투병력 손실이 상당히 늘었기 때문에 전투병력 손실비는 그나마 좀 낮습니다만... 대신 상당수 사단을 다른 군에 내줬기 때문에 전력은 완전 아작났고, 그 전력을 이어받은 제2기갑군의 손실 역시 그 한 달 동안 총계 46,000명으로 9군보다도 거의 1만 명 이상 더 많았다는 것도 생각하긴 해야 합니다.)

 - 혁이가 -

P.S : 독일군이 약했다고 주장하진 않겠는데, 그 친구들도 인간이라 윗대가리가 똑바로 못 하면 저렇게 됩니다. 44년 이후의 급격한 손실증가는 결국 윗대가리들이 아무리 열심히 통박을 굴려도 극복 불가능한 수준의 전력열세에 놓인 상태에서, 덤으로 작전주도권까지 소련군에게 뺏기고, 결정적으로 "히틀러의 압뷁으로 장군들이 바보가 된" 상황이었다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죠. -_-; 병사가 아무리 강하고 장비가 아무리 강하면 뭘 합니까. 쪽수가 안 받쳐주는데다 최상층부에도 병진들이 많은데.
P.S 2 : 독일군을 굉장하게 봐야 하는 건, 저 정도 손실을 입고도 지휘체계가 제대로 유지되고, 자살적인 옥쇄전투를 수행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것도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손실이건, 단기간에 저렇게 녹아내리는 부대들이건 상관없이 말입니다. 다른 나라 군대들 같으면 저렇게는 못 합니다. (일본군은... 지휘체계가 유지 안 되면 병사까지 자살해 버리는 이상한 군대지요. 우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