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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함 야마토의 최후 -5

뚱띠이 2006.04.07 15:35:25
조회 2060 추천 0 댓글 26


영예로운 죽음의 길이란! 일본해군의 연합함대 사령부는 도꾜와 요꼬하마의 중간지점인 히요시에 있는 게이오 대학 구내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밋밋한 언덕에 자리잡고 있었다. 얼룩덜룩 위장된 건물들이 떼지어 있는 언덕 중턱에 종횡으로 터널을 뚫고 그 속에 일본 해군의 중추부가 은신하여 바다에서 이뤄지는 일본의 전쟁 노력을 총지휘하고 있었다. 필리핀의 레이테 해전 이래로 일본 해군이 미해군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연합함대사령부는 서서히 마비되어 갔다. 연합함대 사령관 도요다 소에무대장은 결단력을 완전히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는 등의 건의는 언제나 백출했다. 어떤 패는 싸울 수 있는 함정은 다가올 본토 해역에서의 결전에 대비해서 숨겨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본은 항공전력을 재정비하기 위해서 만주나 한국과 같은 먼 곳에서 군용기를 긁어모아 와야 할 만큼 쫓기는 형편이었으므로, 그렇게 모은 군용기들의 공중지원을 받거나 또는 공중엄호를 받지 않는 가운데 일본 해군의 잔여 함대가 미군의 오끼나와 상륙을 저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야마토로 하여금 규슈 남단을 돌아 출동케 하여 일본 항공특공대의 미항모 공격을 위한 미끼로 삼자는 최후의 방안도 말하자면 미치광이짓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가장 현명한 친구들은 의견을 내놓기를 삼갔다. 전쟁은 이미 패색이 짙어졌지만 공공연히 입바른 소리를 하는 것은 위험천만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깊은 생각 없이 함부로 지껄여대는 호전적인 대다수는 이길 승산이 있건 없건 싸우는 것을 능사로 여기고 있었다. 가미 시게노리대좌는 그런 부류 가운데 으뜸가는 위인이었다. 바다에 나가 실전의 지휘를 맡게 했다면 그 호전적인 성격에 걸맞는-그리고 아마도 파국적이 될-탈출구를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미대좌는 선임참모로서 여기 히요시 사령부의 책상에 묶여 있었다. 이런 사무적인 임무는 그의 성격엔 영 맞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의 전황으로 말하면 육군의 "반자이 돌격"과 같은 행동, 다시 말해서 적의 숨통을 노리고 막바로 쳐들어 가는  단말마적인 공격이 필요하다고 가미대좌는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옛 무사들은 어떻게 했던가?" 하고 대좌는 외쳤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건곤일척의 공격에 나섰을 것이다. 우리는 쓰시마에서 러시아함대와 맞섰던 도고제독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진주만에서 보인 야마모또 사령장관의 기개를 상기하자!" 그러나 도고도 야마모또도 이만큼 압도적으로 큰 전력의 격차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 그 차이를 정신만으로 바꿔놓을 수는 없다고 지적해도 소용없을 일이었다. 전투기, 숙련된 조종사, 항모, 호위함정 등등 하나에서 열까지 부족한 상태를 오직 용기만으로 벌충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을 듣게 되면 가미대좌는 길길이 화를 내었다.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헛소리야!"하고 그는 떠나갈 듯이 고함치곤 했다. "우리의 기백이 얼마나 큰지 보이는 것, 바로 그것이 필요해! 영광된 우리 조상의 정신을 말이다! 반드시 우리에게 신의 가호가 있을 것이다!" 연합함대사령부는 매일 아침 9시에 회의를 열었다. 1945년 4월 5일 아침 정보참모가 엉성한 상황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오끼나와에 상륙한 미군은 착실히 병력을 증강해서 이제 10만을 넘는 적의 대군이 오끼나와 해변에 집결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순간, 가미대좌가 벌덕 일어서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해상특공대로 이름이 바꿔진 제2함대는 내일 '덴이찌고(天一號)'작전에 참가하기로 합니다. 기함 야마토는 순양함 야하기외에 8척의 구축함과 함께 4월 6일을 기해서 출항, 오끼나와의 미군을 공격해서 이를 격퇴시킬 것입니다. 적에게 입힐 수 있는 최대한의 타격을 준 후,야마토호는 해변으로 돌진해서 모래사장에 얹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생존한 승무원은 상륙해서 오끼나와 수비군을 증원하기로 합니다." 아찔해진 참모들은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도요다 사령장관의 얼굴을 흘끗 살폈다.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았던 도요다제독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급참모가 기막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특공함대를 출격시키기에 족한 연료가 비축돼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공격부대에 연료를 돌리게 되면 반드시 다른데서 그나마도 부족한 연료공급량을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가미대좌는 이런 말로 일축했다. "이건 특공작전입니다. 연료는 편도분만 있으면 족해요." 이 한마디로 끝이었다. 야마토호와 그 호위함들은 가미까제특공대로서 자살하도록 운명이 정해진 것이었다. 모든 일은 그 전날 밤에 이미 정해졌었다. 도요다 장관과 가미대좌는 사람을 물리치고 장관실에 틀어박혀 술을 들면서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둘이서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는 기록에 남아 있지 않지만  나중에 도요다 장관은 야마토 기동특공대가 오끼나와돌격에서 절반쯤은 살아서 돌아올 것으로 여겼노라고 변명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특공함대에 요구한 것은 오끼나와에 정박중인 적의 수송선단을 강타하고 상륙작전을 교란시킴으로써 오끼나와 수비 일본군에게 침공군을 바다로 몰아낼 기회를 주는 일뿐이었다는 것이다. 가미대좌로 말하면 도요다장관 이상으로 미군의 반격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의 사고방식은 꼭 정신 나간  사람 같았다. 그가 횡설수설 늘어놓는 말은 대충 이런 뜻이었다. 적의 우세한 과학기술이나 공업생산력은 대화혼(大和魂)으로 철저하게 무찔러 주겠다. 그리고 희생이 생기면 생길수록 "대화혼"은 단련돼서 승리에 이바지할 것이다. 영웅적으로 산화한 영령들은 자비로운 신들과 손잡고 기적적인 반격을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이 중대한 판국에서는 설사 하찮은 짓이라도 신이 가호를 보내 주시지 않을 리가 없다... 이 얼마나 명예로운 죽음의 길인가! 회의실에 모인 참모들에게 작전계획의 대강을 설명하는 가미대좌의 얼굴은 광신자의 열정으로 불타고 있었다. 회의실은 무거운 침묵에 짓눌려 있었다. 참모들이 어안이 벙버해서 듣고만 있는 가운데 가미대좌 혼자서 한 묶음의 구겨진 메모지를 쥐고 흔들면서 책상 사이를 누비며 외쳐댔다... 거함 야마토와 그 호위함들이, 동이 트기 전 어둠을 뚫고 적군의 한복판에 전속력으로 돌격한다... 겁장이 양키들이 혼비백산해서 어둠 속에서 저희끼리 무턱대고 총질을 할 것이다... 파도치는 바다에는 불타는 적의 함정들이 갈팡질팡하며 표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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