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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코랄문학) 해방 이후의 이야기 -12-

나르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4 19:22:33
조회 666 추천 15 댓글 43
														





벨리우스 중부에 있던 미들 플랫웰이 오키프의 제안을 들었을 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때 아르카부스의, 그 악명을 떨치던 아르카부스의 베스퍼 3대장 출신이라는 인물이 바스큘러 플랜트의 접근과 시스템 장악을 논했을 때는 순간적으로 통신을 끊어버릴 뻔 했다.


발람에게 버림받아, 본사와 척지게 된데다 BAWS에게 적극적 협력과 인적자원 및 기술자원 교류를 하고 있는 레드 건 잔당의 경우는, 본사가 자신들을 내다버리고 항성계를 떠난 것에 크나큰 배신감과 증오를 품고 있었다. 그래서 발람을 비롯한 모든 기업을 증오한 루비코니언을 제외하고 그들과 일정 규모 이상의 마찰을 빚으려고 하지 않았고, 좀 심각한 수준의 마찰이 일어나려고 한다면 인덱스 더넘이 직접 나서서 상황을 중재했기에 루비콘 해방 전선과 BAWS에 잔여 세력이 흡수되는 것은 꽤 원활하게 흘러갔다.



“근데, 이번 건은 그때와 다른 쪽으로 규모가 상당하지.”



[“그래도 허가는 해 줬잖아?”]



중앙 빙원 사령부와 통신이 연결되어, 플랫웰은 사람 없는 통신실에서 하소연을 하듯이 반대 회선을 붙잡고 있는 러스티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 본다면, 우린 루비코니언이고, 루비콘 해방 전선이자, 코랄의 전사지.

그런데, 플랫웰... 누누이 구호로써 코랄의 전사라고, 다른 동지들이 그렇게 말을 했지만.

수부를 제외하고, 코랄을 이해하고 있는 동지들이 몇이나 될 거 같아?”]



오키프에게 바스큘러 플랜트의 출입 허가를 내렸던 건에 대해서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던 플랫웰은 러스티의 말을 듣고는 긍정할 수 밖엔 없었다. 아니, 부정이랄것을 절대로 할 수 없었다.


코랄에 대하여, 자세한 것을 공개하지 않은 섬 돌마얀에 의해서 수많은 루비코니언들은 코랄을 단순히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게 향정신성 약물, 즉 마약으로 오남용이 가능한데다 자가 증식까지 가능한 수준이라고만 알고 있지, 코랄의 진실과 정체에 대해서는 모르니까.



“후우... 그래, 결국 출입은 이뤄졌지.. 그래서 그 친구의... 오키프의 시스템 장악 상태는?”



[“들어간지 이틀 째, 겨우 모든 방화벽 우회를 성공했어.”]



이틀이나 걸려서 우회를 성공한 것이냐고 말을 하려다가, 이틀 만에 우회를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여긴 플랫웰은 그저 작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래도 진척은 확실히 있으니 다행이군.”



[“시뮬레이션을 돌려 본 결과로는 앞으로 8일에서 10일 정도가 소요될거라고 했어.

그러니까, 모든 시스템 장악까지 걸리는 시간 말야.”]



“그래... 그렇다면 그때까지 수고 좀 해달라고 전해주게.”



플랫웰이 해방 전선 중진들을 설득하는데에 꼬박 20시간이 걸렸었다. 수부, 섬 돌마얀은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제외, 그나마 가끔씩 링 프레디가 현황을 확인하러 왔고, 설득을 위한 회의장에도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렇다고 의견을 피력했냐면 그것은 아니었고, 그저 중립만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


갑론을박이 오가긴 했지만 결국 모두의 의견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코랄을 자원으로 이용하는데에 바스큘러 플랜트의 기능들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고, 그 결론을 이용해서 가까스로 통합이 가능했다.



[“아 참, 오늘 새벽에 들어왔던 행성 외부 소식이 있어.”]



그걸 왜 이제서야 말하는거냐는 표정을 지었던 플랫웰이지만, 저쪽 나름의 바쁜 상황을 생각해서 그에 대해 추궁하진 않기로 하고 대답했다.



“무슨 소식이지?”



[“펄롱 다이내믹스의 무장 선단에서 연락이 왔어, 자리를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하더군.”]



루비콘 항성계에서 기업의 발자취가 사라지려고 하는 순간.


또 다시, 기업이 루비콘 3의 문을 두드렸다.




바스큘러 플랜트에 오키프가 들어간지 사흘 째, 러스티는 시스템 장악이 10%대를 돌파했다는 소식과, 펄롱 다이내믹스가 루비콘 3의 문을 두드렸다는 소식 두 개를 받고 고민했다.



“....러스티 씨?”



그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를 돕고 있던 청년, 아실의 부름에 러스티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자.



“그... 죄송합니다. 너무 힘든 일을 떠밀어버린 게 아닐지…”



“아니, 어차피 지금 이 건강상태로는 뭘 못하니까, 이거라도 해야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기분을 환기시킨 러스티가 잠시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실 너, 사실은 우리가 빨리 돌아갔으면 하고 있는 거 아냐?”



“네?! 아니, 그건-”



“지금 정리하는 손이 다급하거든? 플랫웰이 자리 비워놓은 동안 쯔이랑 즐겁게 지냈나봐?”



러스티가 나름 분위기를 환기시키자고 선택한 것은 아실과 쯔이의 사이에 대해서 물어보기였다.


뭐, 상대는 어떻게든 숨기려고는 하지만-



“누구한테 들었냐는 소리는 하지 마, 너희 둘 붙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알아.”



아무래도 자제를 못 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러스티는 그 이상으로 아실을 놀리지는 않았다. 플랫웰의 지시대로 현상 유지만큼이라도 아주 확실하게 해놓은 모습을 보니, 그가 마냥 시간 때우기만 하지는 않았다는게 확실하니까.


아니, 애초에 아실은-



‘책상머리에서 펜대 굴리게 생겨놓고, 상상 이상으로 현장직 타입이란 말이지.’



해방 전선의 헬기 조종사 중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파일럿이었다. 위험한 현장을 오가며 물자와 인력을 수송하던 사람을 책상 앞에 앉혀놓고 서류작업을 시킨다면 제대로 하지도 못 할텐데, 이만큼이라도 해뒀다는 건, 그의 재능은 둘째치고 상당한 노력이 들어갔다는 것일 터.


내심, 아실의 사무처리력에 감탄을 하던 러스티는, 여전히 자신이 쯔이와 붙어다니고 애정행각을 나눴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하고있는 아실의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전우한테는 소문 안 낼게.”



“전우... 아, 루비콘의 해방자 말인가요.”



레이븐이 언급되자, 아실은 손부채로 얼굴의 열기를 날려버리곤 뒷목을 긁적였다.


서로 성격이 나쁘거나, 인간적 상성이 안 좋은 건 아니지만, 아실은 이상하게 레이븐을 어려워했고, 레이븐은 그런 아실에게 살갑거나 편하게 대한 적이 있냐면 그렇진 않으니까.



“아실, 레이븐에게 무슨 불만이라도 있어?”



“아, 아닙니다. 불만 같은 건 전혀 없는데…”



“없는데?”



“...그냥, 사람이 좀, 무서워 보여서요.”



위험한 현장을 자주 드나들어서 깨우친 육감은 아실에게도 있었다. 그 수준이 레이븐, 프로이트, 오키프, 그리고 러스티만큼 예리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수준이라 애매모호할 뿐.


만약 아실이 헬기 조종 뿐 아니라 MT나 AC의 파일럿이었다면, 그 육감이 예리하게 연마되어 자신 못지 않게 레이븐의 진정한 모습을 파악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으니 그저 이유 모를 꺼림칙함만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흐음, 레이븐이 그렇게 보이기는 하는데, 보이는 대로 행동하는 친구는 아냐.”



“그... 그런가요…”



“바스큘러 플랜트에서 작업하던 오키프랑 통신할때 그런 소릴 하더라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비해서 엄청 상냥하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까 레이븐도 결국 한 명의 인간이자 한 명의 남자다... 라고 하던데?”



“상냥하다... 뭐어, 딱히 틀린 말은-”



쿠웅, 하고 묵직하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살짝 흔들리자, 아실은 멋쩍다는 듯 말을 끝맺었다.



“아닌... 것.. 같네요…”






첫 조우에서 있었던 대전은 제대로 된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으니 아쉬웠다며 사용처가 애매한 폐자재를 AC로 들고 나간 프로이트는 레이븐에게 끝내 재경기를 요청했고, 레이븐은 그것을 승낙해서 다시 대전을 마치고 격납고로 돌아온 상황이다.


근데 프로이트는.



“쳇, 눈에 덮인 지형이 가려져 있어서 자세 제어 오류를 일으켰기 때문에 판정승이라니.”



이겨놓고도 자기 실력으로 이긴 게 아니라 불만이 가득하다.


물론, 불만이 가득한 쪽은 프로이트 뿐이 아니라-



“레이븐, 대체 뭘 했길래 우측 각부가 박살이 난 거야?!”



정비반도 그렇다고 한다.


말주변이 좋은 편이 아닌 레이븐 대신, 그 상황을 목격한 또다른 당사자인 프로이트가 정비반에게 열성적으로 설명했다. 자기가 한 전투에 대해서도 조금 끼워넣긴 했지만, 결론은 폐자재를 깔아 형성한 임시 아레나 필드에서 LOADER 4와 록스미스가 격돌, 그러던 도중에 회피기동을 한 LOADER 4가 지면에 착지했는데, 눈이 가득 덮여서 구덩이가 있는지도 모른 위치에 착지한 탓에 구덩이에 우측 각부가 걸렸고, 전혀 예상도 못한 상황이라 드물게 당황했던 레이븐의 조작 실수로 외장재와 내부 프레임이 뒤틀려 버렸다는 것.



「지형이 그럴 줄은 몰랐어요... 죄송해요, 레이븐.」



에어가 레이븐에게 사과하는 이유는, 아레나 필드로 쓸만한 공간일거 같다고 자신이 추천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추천대로 레이븐이 프로이트에게 제안했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셋은 그 자리에서 재대결을 행했으니 결과는 보다시피.


정작 레이븐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니까.”



그런 걸로 기죽어있지 말라는 격려까지 하는 레이븐의 말, 에어는 그 격려를 받고도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그렇지만, 레이븐 당신의 감정은.. 괜찮지 않잖아요.’」



레이븐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금 씁쓸함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다른 존재도 아니고, 레이븐에게 있어서, 강화 인간 C4-621에게 있어서 소중했던 존재가 마지막으로 남겨준 것이 저 AC이기 때문에, 레이븐은 배정받은 일이 없어서 휴식을 취할 때는 별다른 약속이 없는 경우엔 꼭 격납고에 가저 정비를 받는 LOADER 4를 구경하면서 지켜보는게 일과였다.


이번에도 그런 눈빛으로 수리를 받는 LOADER 4를 지켜보고 있는 레이븐의 모습이 신경쓰인걸까, AC 록스미스의 발람제 파츠 정비를 하려던 포토맥이 말했다.



“뭐냐, G13? 앞으로는 못 만날 여자친구 보는 것 같은 그 애처로운 눈으로 보고만 있지 말고, 이 참에 너도 일손 거드는 김에 정비 기술을 좀 배워라! 그러면 너의 AC를 네가 직접 수리할 수 있게 될 거다.”



“...수리를, 직접?”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AC를 자신의 손으로 고친다. 아무리 제반 지식이 바닥을 찍은 상태인 레이븐이 듣더라도 혹할 수 밖에 없는 말이었다. 다른 AC도 아니고, 자신에게 있어서 굉장히 소중한 AC를 직접 수리할 수 있다니, 예전 같으면 용병 관리 지원 시스템의 도움을 받았겠지만, 그 시스템의 진짜 모습에 대해 전해 들은 지금은, 도움을 받긴 커녕 그쪽에 눈길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 적어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 보다는, 직접 공구 들고 움직이는게 도움은 될테니 말이다.

그러니 그 무거운 발모가지 움직여! 모르겠으면 내가 직접 천천히 알려주마!”



“...G1 미시간이, 하는, 소리 같다.”



그런 레이븐에게 G1 미시간이 언급되자, 레드 건 야상의 지퍼를 목 끝까지 끌어올리던 포토맥이 멈칫했다. 자신의 뒤에서 익숙한 콜사인이 들렸던 탓일까, 뒤를 직접 돌아보진 않고, 고개를 레이븐 쪽으로 살짝 기울이면서, 포토맥이 물었다.



“..G13 레이븐, 네가 느끼기에.... 미시간 총대장은 어떤 사람이었냐.”



조금 무게가 실린 물음에, 레이븐은 G1 미시간과의 첫 통신부터, 그가 최후를 맞이하기 직전까지의 인상을 되새기며, 천천히 입을 열어 대답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냐.”



좋은 사람이었다. 라는 말을 들은 포토맥은 짧게 심호흡을 하고는 제 손을 들어 코 밑을 손가락으로 슬쩍 훔치더니, 마치 힘 없는 사람이 일부러 힘을 내는 것 같은 목소리로.



“그럼 빨리 움직여라, 이 구들뱅아! 그 좋은 사람이었던 총대장도 네놈이 멍청한 허수아비마냥 서있는 꼴은 안 봐주셨을 거다! 어엿하게 밥값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따라와!”



G1 미시간이 죽기 전 까지도 인색한 평가 한 번도 내린 적 없는 G13 레이븐이 이젠 기억 속에 남아있을 뿐인 총대장을 좋은 사람으로 평가해준 것이 조금은 고마워서일까.


아니면, 패잔병 무리가 되었을 당시에 심신 양쪽으로 폐인이 되어 있던 G6 레드에게 살아 갈 힘과, 예전의 성격을 되찾게 해준 것에 대해 고마워서일까, 진의는 알 수 없었지만-



“뭐냐 G6 레드, 너도 여기 있었냐? 마침 잘 됐다. G13이랑 같이 따라와라!”



포토맥의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은 기분탓이 아니었을거다.









“대행자님, 루비콘 해방 전선이 점거한 우주 공항에 대한 점령이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앞선 알레아 해 수색 작전에서 다수의 형제 자매들이 사망했다는 것과, 일부가 생존해 포로로 잡혀 있다는 정보가 확인되었습니다. 어찌 하시련지요?”



검붉은 핏빛 넝마처럼 보이는 로브를 입고 있는, 창백한 피부색의 여성은 자신에게 보고를 올리는 남성을 내려다보더니 대답을 하지 않고 뒤로 돌아섰다. 그러고는 고철을 엮어 만들어진 십자가에 걸려 있는, 엉성하게 주조된 해골의 머리에 씌워진 황금빛 월계관을 들어올려, 그것을 제 머리에 쓰고서야 입을 열었다.



“사도를 부르라.”



황홀경에 빠진 것 같이 고혹적으로 울리는 여성의 목소리에, 남성은 엎드려 고개를 조아리며 예를 표하고는 곧바로 뒤돌아서서 어두운 의장을 나섰다.


어두워서 불길하고 꺼림칙한 분위기를 풍기는 의장 안에서, 여성은 자신의 핏빛 머리카락을 등 뒤까지 길게 늘어뜨리고는 무언가를 찬양하듯, 양 팔을 벌려 허밍을 하기 시작했다. 의장 실내의 분위기와, 그 여성이 풍기고 있는 섬찟함을 제외한다면 상당히 감미로운 선율이라, 즉흥적인 허밍 치고는 들어줄 만한 느낌이었다.


그마저도, 방금 전 의장을 나섰던 남성이 자신보다 한 뼘 정도 키가 작은, 앳된 티를 다 벗지 못한 남성 청년을 데리고 들어오는 순간, 라디오의 전원이 꺼지듯 흥얼거림이 멈췄다.



“미천한 붉은 늑대가 다시 신의 대행자를 뵈옵나이다.

대행자님, 칙명에 따라 사도가 이 곳에 당도했나이다. 어서 하명하소서.”



“붉은 늑대여, 피를 흘릴 형제 자매들에게 가서 이르라, 찬탈의 시간이니라.”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남성이 다시 의장을 나서자, 어둡게 느껴지던 실내에 은은하고 연한 붉은 조명이 점등되기 시작했다. 그 조명은 실내를 희미하게 밝히다가 여성이 서 있는 연단 위로 빛이 모여들었고, 그렇게 모인 불빛은 여성을 비추다가, 각도를 더 들어올려 여성이 앞에 서서 양 팔을 벌리게 한 물체를 비췄다.



“몇 번을 보아도, 아름답구나.”



조명의 빛이 비춘 것은, 루비콘 조사기술연구소가 만든 아이비스 시리즈 중 하나.


유인 아이비스, IB-C03 : HAL 826.


그것을 모방한, 외형 뿐인 레플리카였다.



“너도 그렇지 않느냐, 아이야?”



광기 어린 흥분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말하던 여성은 갑자기 시선을 뒤로 돌려, 연단 아래 서있는 청년, 자신이 사도라고 칭한 그 청년을 바라보았다.


차갑고 기계적인 분위기와 반대되게, 정돈되지 않은 하얀 더벅머리 사이로 보이는, 코랄처럼 붉게 빛나는 눈동자가 연단 위의 여성, 대행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 사도를 진홍빛 눈으로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지만, 그 눈에는 광기가 서려 섬뜩함을 짙게 뿜어내고 있는 대행자는 몸을 돌리더니 고고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천천히 연단을 내려와, 청년 앞에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추고는 그의 얼굴을 양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카르민, 카르민 헥스]



카르민이라고 대행자를 부른 음성은 합성된 기계음이었다. 그 기계음은 청년의 입에서 나오지 않고, 그 청년의 입 아래, 목의 일부를 뒤덮은 인공생체부품에서 흘러나왔다.



“그래, 아이야, 우리의 사도야... 내가 널 보고, 듣고 있단다.”



[내가 뭘 하면 되지]



“간단하단다. 불신자들을 벌하고, 우리의 붙잡힌 형제 자매들을 되찾아오거라.”



[카르민은, 안 가는 건가]



고저차가 일절 없는 기계음이지만, 청년의 표정은 쓸쓸하게 보였다. 마치 혼자서 심부름을 해야 하냐고 칭얼거리는 어린 아이 같은 표정이라, 카르민은 광기 넘치는 눈을 하고서도 그 청년의 모습이 진심으로 사랑스럽게 느껴졌는지, 조용히 그와 시선을 맞추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너와 같이 가지 않는 이유는, 너를 믿기 때문이란다.

너는 강하단다. 해방 전선이라는 깃발 아래 뭉친 불신자들보다 더더욱 강하단다.”



[루비콘의 해방자보다]



“그래, 넌 충분하단다.”



루비콘의 해방자, 레이븐을 언급한 것은, 자신이 레이븐보다 강한 것이 맞냐고 확인받고 싶어하는 아이 같은 태도이자, 부모와 다름없는 존재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였다.



“그래도, 루비콘의 해방자를 마주하거든 싸우지 말거라, 네가 다치는 건 싫단다.”



[그렇다면, 다른 불신자는]



철 없는 어린 아이를 걱정하듯, 조용하게 타이르던 카르민은 청년이 다른 이들과 싸우는 것은 괜찮냐는 투로 자신에게 묻는 것에 다시금 광기에 차서 눈가가 찢어질 듯이 크게 눈을 뜨며.



“다 불태우거라, 우리의 사도여, 파괴의 천사여.”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어린 아이 같은 성격을 가진 강화 인간의 파괴 본능에 불을 지폈다.







레드 건 잔당들 흡수하고, 일단 최강급 전력으로 베스퍼 1대장이랑 3대장 들어왔고, 바스큘러 플랜트도 장악 중


그러면 이제 앞으로 찾아올건 뭐다? 빌런들이 날뛸 시간이다 이거지


그와중에 621은 자기 AC가 수리받으러 들어가버려서 당장 AC 타고 전투 쪽에서 활약할 방법이 없어진 상황


전투를 못하는 621과 의체 같은것도 없는 에어가 뭘 할 수 있지? 이게 주인공 커플링의 현실?


글 읽어준 모두에게 고맙다. 스포 없는 선에서 질문하면 다 대답해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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