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열대야와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방 안에서 열기를 내뿜는 컴퓨터, TV, 그리고 사람(그러니까 나) 탓에 방 안의 온도는 35도를 넘어 섰고,

밤 중에 샤워를 두 번이나 했음에도 더워서 잠이 들지 못하여 30분쯤 선잠에 들었다가 동서울터미널로 출발.

추억의 광역버스를 타고 광주에 도착해서 영아원으로 택시를 타고 ㄱㄱ싱.

아이 1명당 2명의 봉사자(그러니까 봉퀴)가 배정 되었는데 내 짝꿍은 가을이.

4살이라 무게가 꽤 나가는데 우반신을 잘 쓰지 못하는 아이라 대부분 안고 다녀야 했습니다.

거기다가 무엇이든 아직 입으로 가져가서(그럴 나이는 지났잖니ㅠ) 실내에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영아원 내에는 아이들에게 큰 해가 될 물건들은 대부분 처치가 되어있기 때문에 그래도 좀 나은데

영아원 밖에서는 아무래도 청결 문제도 있고 위험성도 높아질 수 밖에 없어서 1박 2일간 신경이 좀 곤두 서 있었습니다.

(거기다 잠도 30분 밖에 못 잔 상황)

양평에 도착해서 감자도 캐고 송어 잡이도 하고 신나게 애들과 놀았는데

감자를 캐는 것과 송어를 잡는 것은 아이들과 놀아줄 구실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버려두고 감자를 캐고 송어를 잡는 봉퀴들을 보며 '아 저 녀석들 인싸 되려면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물에서 제일 신나게 논 가을이를 보니 흐뭇했습니다.

선생님 중에 나이 제일 많은 선생님이 나를 물로 담그(?)려고 했으나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며 물총으로 헤드샷을 다섯 번 쯤 맞추었더니 포기 하셨습니다.

(나능야 군 시절 1등 사수)

저녁을 먹고 아이들을 재운 후(역시나 자려 하지 않았지만) 선생님들과 치소를 즐겼습니다.

살짝 한 잔씩 하다보니 나이가 어린 봉키들이 자기들끼리 놀고 있는 걸 보며 '아 저 녀석들 인싸 되려면 멀었구나...(2)'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제나 잘 통하는 나의 나이 개그로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키워보려 힘썼는데 괜찮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음날 간만에 베개도 없이 딱딱한 바닥에서 잠들어서 온몸이 삐걱대는 것을 느끼며 아마도 1등으로 기상.

앉아서 야구 하이라이트를 좀 보다가 씻고 잠자리를 정리하고 아이들과 다시 활동 시작.

던지고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가을이 최적 맞춤인 제기 만들기가 있었지만 종이로 만들었는지라 입으로 가져가 대서 식겁을...

아침에는 컵라면 비닐을 씹어 먹어서 전쟁을 치루기도 했습니다.

꺼내다가 물렸는데 마이 아파...

숲 체험을 빙자한 계곡 체험을 가서 또 물을 만지며 신나하는 가을이를 보며 흐뭇(2)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개떡 만들기는 현대적인 예술 감각을 지니신 추상 표현주의 화백 가을 + 성찬이의 개떡 뿌리기로 하나의 예술 작품을 탄생 시키기도 했습니다.

개떡 같아도 먹기는 잘 먹더군요.

점심을 먹고(카레 마이쪙) 영아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제일 뒤쪽에 앉았는데

통로를 사이에 두고 옆에 앉으신 여선생님이 머가...아니 머리를 너무 통로 쪽으로 재끼...아니 젖히시고 주무셔서 자다가 깨서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영아원에 도착해서는 짐을 내리고 나니 가을이는 이미 방으로 돌아가고 없더군요.

1박 2일 동안 찰싹 달라 붙어서 해달라는 거 다 해줬음에도 나랑은 놀아주지도 않던 가을이지만 인사도 못 해서 조금 섭섭하긴 했습니다.

서울로 나와서는 오랜만에 예전 나와바리인 건대로 가서 뒷풀이를.

즐거운 분위기에서 언젠가부터 계속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한 것 같지만(나 말고) 여튼 즐거웠습니다.

피터팬 형님 반띵은 안 하셔도 되니 나중에 몇 번 좀 얻어 먹겠습니다.ㅋ

여튼 왠지 피곤한가 사람들을 완전 빨리 정리한 코데인이 사람들을 다 택시에 싣어서 보내 버리는데

지갑이 안 보여서 3차 갔던 술집에 잠깐 다녀온 사이 모두 사라지셨더군요.

(지갑은 가방 안 쪽에 있었...)

그래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25차도 가고 싶네요.

3줄 요약.

1. 가을아 나랑도 좀 놀아줘.

2. 놀러가면 좀 스까놀자.

3. 25차도 가고 시퍼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