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서 보고드리는 겸 장관 해임에 대해 물었으나 대통령께선 반대 의견을 냈다. 그 이유는 경제 장관을 3월 초에 바꿨는데 또 바꿀 수는 없다는 의견이었다.

"... 그래서 못 바꾼다꼬 하는 기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강 선배를 설득시키는 방법 밖에는 답이 없었다. 경제 위기 상황을 보고한 보고서는 대체로 비관적인 결과였다. 최악의 경우에는 10-12월 사이 한국이 부도의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 보고서를 이용해서 설득을 하면 되겠지.

진로그룹 처리 문제는 6개 계열사에 부도유예협약을 맺어버렸다. 그렇게 진행되는 사이 5월이 찾아왔다. 강경식 선배와 다시 한 번 회의를 하게 되었다.

-1997년 5월 4일, 비공식 회동-

비공식적으로 KDI와 비서관들이 합작해서 만든 보고서를 발표했다.

"...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이나 IMF의 지원을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금융개혁법안도 정부 힘이 다 빠지기 전에 얼른 상정해서 통과시키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강경식 선배는 이 보고서와 브리핑을 받고는 안경을 고쳐 쓰는 등 꽤 심각해진 표정으로 생각에 빠진 듯 했다.

약 한 시간 정도의 고찰 끝에 선배는 말을 꺼냈다.

"흐음... IMF는 경제 실패의 상징과도 같은 일이니 일단 빼 놓고 일본이 아시아개발은행을 이용해 한국에 300억불 정도를 지원한다면 해결 가능할 수도 있겠구만. 그리고 금융개혁법안과 빅딜은 5월 내에 협의를 보도록 하겠네."

그렇게 5월은 지나갔다. 5월 15일에는 삼립, 19일에는 대농, 30일에는 한신공영이 부도를 맞이하게 되었다.

국회에서는 금융감독원으로 감독기관이 통합되고 물가 통화 관리는 오롯이 한국은행이 맡는 금융개혁법안이 드디어 5월27일에 상임위원회를 통과, 6월 4일에 본회의 표결에 붙혀졌다.

파산한 기업들을 청산하는 작업이 실행되었다. 5월 24일 30대 대기업 회동에서 결정한 바에 따르면 한보 철강은 현대와 포스코가 나눠 가지게 되었고, 한보 건설은 현대건설이, 대농은 미도파만 남기고 나머지 계열사들은 청산하거나 롯데그룹 등 경공업 중심 기업에 인수시켰으며, 진로그룹은 주류 분야를 두산의 오비 맥주와 합치고 나머지는 재산을 매각하고 법인은 청산하기로 결정하였다. 삼립은 삼양식품에서 가져갔다. 한신공영은 대우그룹이 인수했다.

또한 살아남은 기업들을 보강하는 빅딜을 벌였다. 기아그룹의 제일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던 기산건설, 기아특수강, 아시아 자동차를 각각 쌍용, 포스코, 대우에게 매각하도록 하였고 쌍용에게 쌍용차를 받도록 하였다.

삼성자동차 역시 현대그룹에게 넘겨져 현대차와 인수합병 절차를 밟도록 했고, 엘지 반도체와 현대 전자를 합병시키는 등의 빅딜이 진행되었다.

그렇게 5월이 가고 무더운 여름이 왔다. 더 이상의 부도는 없을 것이다 감히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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