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하이텔 시절에 돌고 돌던 것을 오탈자나 비문만 조금 수정한 것. 어떤 분이 번역하신 건지는 기억 안 나네요. 어떤 설정집에 수록된 엽편인데 어디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정신나간 배신자들! 건방진 어린아이들! 한심한 단세포들 같으니라고!"
이그나티우스 칸티코리는 자신의 로브 색만큼이나 검게 변한 얼굴을 한 채로 작은 사무실 안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그의 입은 아직 내뱉어지지 않은 단어들을 담고 있었고, 그 단어들의 쓴 맛을 느끼며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는 휙 돌아섰고, 곧게 뻗은 그의 팔에 옷자락의 소매가 펄럭이며 감겼다. "바보들! 이 바보들 같으니라고!"
책상 뒤에 앉은 여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 그렇겠죠. 하지만 당신이 이 사실을 너무 자주 알려주시다 보니, 모든 질책을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어지네요. 이번에는 우리의 어떤 정신적 결함에 대한 지적을 하시려는 거죠?"
그의 두 눈은 더 크게 타올랐다. 콘스탄스, 지금 나를 비꼬는 건가?"
"물론 아니에요, 이그나티우스." 그녀는 짙은 색 안경의 위치를 조절하며 테이블의 반 자리를 가리켰다. "그러니 이제 의자에 앉아 편한 마음으로 우아한 질책을 계속해 주시죠."
그는 몸이 굳어졌다. "이번 계획에는 절박함의 냄새가 배어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은 눈먼 공포 상태에서 자신을 구하고자 하는 구조자마저 끌고 들어가게 되지. 하지만, 난 그대들의 비참함에 동참할 생각이 없어. 내가 이 계획을 묵과하거나 동의할 이유가 없지."
콘스탄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당신에게 그런 걸 요구한 적은 없는 걸로 아는데요."
메간은 두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낄낄거리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휴는 갑자기 천장 타일의 섬세함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보이는 듯 했다. 순일은 단지 이그나티우스를 노려보았다.
"이런 모욕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이그나티우스는 낮은 톤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닥치고 앉아, 이 새끼야." 순일은 중얼거렸다.
이그나티우스가 몸을 떨었다. "지금 뭐라고 말했지?"
"이 망할 놈의 회의를 빨리 끝내게 너더러 닥치고 의자에 앉아 있으라 했다, 이 도도한 좆대가리야."
"순일..." 콘스탄스가 그에게 경고했다.
"이봐, 코니.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 저 자식은 우리가 뭘 하든 간에 꼭 저 따위로 나온다고. 자기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라고 하고, 동맹이나 구해보겠다고 설치고, 우리 사이에 골을 더 깊이 파고... 저 자식이 정치놀음하는 건 마치 휴가 여자 다루는 것 같아. 즉 적만 더 만든다는 뜻이지."
휴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거 좀 심하..."
순일의 얼굴이 굳어졌다. "봐. 저 자식은 대가리에 박힌 총알만큼이나 우리 집단에 잘어울리는 자라고. 호라이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좋아, 한 번 그 폭풍을 놓고 도박해보라지. 운이 좋다면, 저 놈 몸뚱이가 갈기갈기 찢겨서, 그 누구도 저 새끼의 지ㄹ..."
"조용히 해." 콘스탄스가 속삭이자, 방 안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순일의 입은 계속해서 움직였지만, 그의 얼굴에 가득한 분노는 곧장 놀라움으로 변해 도중에 입을 다물었다. 이그나티우스도 자신의 심장 고동 소리나 호흡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차분히. 마음을 차분히.' 그렇게 말하는 음성이 이그나티우스의 마음 속에 속삭여왔고, 그는 이 속삭임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콘스탄스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지켜보며 콘스탄스가 자신의 내면에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곧 소리가 둔한 포효와도 같이 되돌아 왔고, 그는 자신이 숨을 들이키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안정을 취했다.
"이 토의가 매우 비생산적이라는 점은 분명하군요." 콘스탄스가 중얼거렸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 모두 얼마 동안 이곳에서 떠나 있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오늘 밤은 그냥 쉬도록 하세요. 내일 같은 시간에 다시 만나도록 하죠. 다음 회의 때는 모든 것이 매끄럽게 진행되고 쓸데없는 대립이 없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염두에 둔 것을 말하는 것과, 자신이 말하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우리 모두 이 사실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콘스탄스는 일어나서 자신의 맹도견인 독일 셰퍼드 클레이의 끈을 잡고 방 밖으로 나갔다.
순일은 휴와 메간을 힐끗 쳐다 보았다. "난 사격장에 있을게. 좀 기분 좀 풀고 와야겠어." 그는 중얼거리며 벌떡 일어나서 이그나티우스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쳐 갔다.
"난 내게 관심없는 여자들에게 술이나 사주러 바에 가겠어." 휴는 그의 등 뒤에 대고 이야기 했다. "농담이고, 연구실에 가서 글루코스 대체물의 전송방법에 대해 분석하고 있을 거야. 아마 치유 속도를 높여주거나, 시리얼과 어울리는 토핑이 되겠지. 내일 보도록 하지." 그는 윙크를 하고서 나갔다.
"음...저도...음..저기, 음..." 메간은 머뭇거리다가 한숨과 함께 문으로 향했다. "난 멍청한 핑계거리도 대지 못하겠어요. 사실 지금 무지 엄한 상황이고, 당신도 혼자 있어야 할 듯하니까, 제가 사라져 드릴게요." 그녀는 문 앞에 서서 갑자기 붉은 머리결을 던지며 뒤돌아 섰다. "우리가 당신을 증오하는 건 아니에요, 이그나티우스." 그녀의 미소는 진실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떠났고, 그는 혼자가 되었다.
메간이 그를 찾았을 때, 이그나티우스는 챈트리의 뒤에 있는 들판에서 따스한 버지니아 주의 밤을 즐기는 중이었다.
"우리가 오늘 잔디 깎지 않은 걸 행운으로 여기세요." 메간은 웃으며 이그나티우스의 옆에 주저앉았다. 이그나티우스는 굳어진 채로 일어나고자 했으나, 메간은 그의 가슴에 손을 대고 강하게 밀쳤다. "여기 있으세요." 메간은 말했고, 이그나티우스는 그녀의 눈빛에 담긴 강한 의지를 보고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누워서 메간이 자신을 너무 귀찮게 하지 않기만을 바랐다.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메간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어디로 가면 제일 쓸모가 있을지를 생각해봤어요. 제가 당신 팔꿈치를 밟았을 때 운명의 수레바퀴가 멈추었으니, 당신이 뭐라 하던 간에 전 여기 있을래요." 메간의 미소가 두 눈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그나티우스는 메간를 무시한 채 별들을 바라보았다.
"싫은가 보네요." 메간은 인상을 찌푸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밤에 구름 구경인가요, 네?"
이그나티우스는 메간이 자신의 옆에 눕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바로 왼쪽에서 느껴지는 메간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어색하게 몸을 뒤척이며 머리에 붙은 벌레를 떨구어냈다.
"무엇을 찾나요?" 메간이 물었다. "저 위에 말예요."
"진리." 그는 경계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외과의사가 인체도를 보는 것처럼 우주의 패턴을 본다. 나는 피 대신 빛을 뿜어대는 신들의 핏줄을 본다. 나는 모든 해답이 존재함을 보고, 단지 내가 올바른 질문을 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보고 있지."
메간은 길고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감동적인 말이네요."
두 사람은 다시 조용해졌다. 밤의 소리와 고속도로의 희미한 굉음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자네는 무엇을 보지?"라고 이그나티우스가 어색하게 물었다.
"거짓." 메간이 속삭였다. "수면자들을 미약하게 만들고 미신 속에 가두어 두려는 미지근한 환상이 보이네요."
이그나티우스는 경악스런 표정으로 메간을 돌아보았다. "어찌 그런 말을-"
"제 생각일 뿐이에요, 그냥." 메간은 이그나티우스의 말을 가로 막았다. "제가 틀린 걸지도 모르지만,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보기 전 까지는 모르는 거죠. 그게 이번 계획의 핵심이에요, 이그나티우스. 우리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것. 그게 트레디션의 힘이에요. 아홉 개의 분파가 대립되는 관점을 지닌 채로, 단지 부분의 총합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창조해 내고자 하는 단결. 이론상으로 트레디션은 불만 붙이면 날아갈 가솔린 통이에요.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는 수 세기 동안이나 버텨왔죠."
"그렇게 단순화할 수 있는-"
"여러 관점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에요. 절 보세요. 아카식에게 명령을 받는 에우타나토스죠. 역사적으로 따지자면 우리는 밤낮으로 서로를 죽이려 해야겠지만, 코니랑 제가 잘 지내는 이유도 바로 우리 둘 다 같은 목표를 위해 일하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수백 세대 전의 선조들의 죄 때문에 서로 싸우기 보다는 이 점을 잊지 않으려는 거죠.
이그나티우스, 세상은 변했고 우리도 적응해야 해요. 베일 너머의 분들과 언제 연락이 닿을지는 알 수 없어요. 자리를 비운 부모의 뜻만 지키다가 이내 자신이 버림받은 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수는 없잖아요. 대체 언제가 되야 우리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걸까요?"
이그나티우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 말이 맞아. 우리가 언제 호라이즌과 연락이 재개될지 알 방법은 전무하지. 그 폭풍은 다음 주에 사라질 수도 있고 다음 세기에 사라질 수도 있어. 그러니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를 하네. 다만 대체 어느 정도가 합당한 선일까? 폭풍이 그치고서 우리의 지도자들이 돌아왔을 때, 우리가 테크노크라시와 동침하고 있는 걸 본게 된다면 대체 무어라 할까?"
메간은 미소지었다. "왜라는 걸 질문하는게 지금 우리의 목적은 아니에요. 저도 틀에 박힌 모범군인처럼 대답하긴 싫지만, 이건 의장께서 지시하신 일이고, 우리는 챈트리의 뜻대로 실행해야죠."
"왜 다른 자들이 동원되면 안되는 거지?"
메간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휴는 실전보다 연구실에서 진가를 발휘해요. 작년에 그 사람이 무릎 아래로 다리를 절단할 뻔 했을 때 그걸 알게 됐어요. 순일? 순일은 긴장하면 발포하는 성격이라 이번 임무에 곤란해요. 코니는 클레이 없이 돌아다니는 것이 힘든데다가, 그놈의 개가 비밀임무라는 개념에 대해 그리 많이 알 것 같지도 않아요."
"퀸이라면 이런 일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을 걸세."
"퀸은 이제 여기 없어요." 메간이 중얼거렸다. "그와 연락이 되거나 그의 죽음을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콘스탄스가 의장직을 대행할 거에요. 퀸이 당신의 친구라는 건 저도 알고, 폭풍이 터졌을 때 당신이 여기에 있었던 것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제 말은, 당신은 정말 호라이즌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당신이 버리고 간 세상에서 네 명의 낯선 사람들과 있고 싶지는 않을 거라는 뜻이었어요."
"자네는 내 생에 대해 전지한 통찰력이 있나보군."
"아뇨. 하지만 분별없는 생각은 잘 알아차리죠. 통찰력이라... 그럼 이건 어때요. 당신은 우리들과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워서 외부자 역할을 해요. 당신은 모든 생각과 희망을 호라이즌에 걸고 있으면 보다 빨리 그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멍청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요. 마치 오래 견뎌내고 헌신적으로 노력하면, 마치 상으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듯이 말예요."
그의 침묵은 압도적이었다.
"운 좋게 제대로 짐작했나 보네요." 메간이 속삭였다. 이그나티우스는 메간의 손이 자신의 손을 잡으며, 따스한 포옹처럼 손가락들끼리 엮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돌아서서 그녀를 쳐다 보았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주근깨 얼굴을 거의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그녀의 눈빛에 담긴 서글픔은 알 수 있었다. 그는 힘겹게 마른 침을 삼키며 목을 가다듬었다. "세부 사항에 대해 반복 설명을 해주게."
메간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좋아요. 이름은 칼 타일러. 야외에 있는 매너사스에 살아요. 이 남자의 집은 커다란 숲속에 있으니이웃들에 대해 신경쓰지 않아도 될 거에요. 관찰된 바에 의하면 타일러는 월요일까지 다른 곳으로 떠나 있다는군요. 즉 삼일 간의 기회가 주어진 거에요. 제가 잠입과 탈출 경로 계획을 다 짜 놓았으니까 저를 따라서 눈에 안 띄게 오시면 되요. 당신의 놀라운 마법으로 우리가 들키지 않게 해주시면 좋구요. 아 그리고, 그 검정 로브 입고 오세요."
이그나티우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메간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손을 꼭 쥐었다.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어요?"
그는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그저... 대체 왜 우리가 이런 하찮은 도적질에 선택된건가? 왜 하필 우리지?"
메간은 웃음을 터뜨렸다. "저요? 저는 유타나토스의 라크슈미스트 분파에 속해있거든요. 그러니 뭐, 무단침입의 전형적인 전문가에요. 그리고 당신은 말이죠." 그녀는 그를 쳐다 보았다. "제가 부탁해서 선택된거에요."
"실례하네만, 뭐라고?"
"당신은 스스로 인정하는 것보다 더 유능하고, 또 저도 혼자 임무를 수행하는 것보다는 당신이 제 뒤를 지켜주는게 안심되거든요. 이런 잠입조사 임무야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저급한 일일지 몰라도 제 생명을 보호해 주시는 선 할 만 하겠죠? 이제 이해되세요?"
"그래."
"좋아요. 아 그리고요, 도적질에 대해서 말인데요. 일단 이 수면자가 똥간의 돼지보다 더 추잡한 인간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이런 도둑놈에게서 물건을 훔치는 건 절대로 위법이 아닐 거에요... 적어도 중요한 법은 안 건드릴 거에요. 자, 이제 그럼 벌레들이 귓속에 진을 치기 전에 풀밭에서 일어날까요?"
메간은 이그나티우스를 질질 끌어 일으켜 세운 후 그를 데리고 챈트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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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저 개를 죽여야 했나?" 이그나티우스가 내뱉었다.
"그냥 동물인데요 뭘."
이그나티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살아있는 존재였어."
메간은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심장을 멈추지 않았다면 당신의 목을 물어뜯었을 살아있던 존재였지요. 좀 조용히 하고 조사나 시작해요, 네?"
이그나티우스는 옷장과 종이 더미를, 메간은 두 개의 책상을 살폈다. 메간은 디지털 카메라로 책상의 내용물을 찍었다. 이그나티우스는 별들의 힘으로 그가 본 모든 것이 그의 혼에 각인되도록 했다. 그들은 핏불의 시체가 완전히 경직되기 전에 조사를 마쳤다.
"이제 남은 건 이 컴퓨터네요. 이런 부자 자식이 이런 골동품을 갖고 있다니 원." 메간은 키득거리며 고대유물과도 같은 컴퓨터에 Windows for Workgroups가 부팅되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어쩌면 그래서 저 기계를 가지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군." 이그나티우스는 골똘히 생각했다. "저 기계에 친숙해졌고, 다른 사람들은 저리도 구시대적인 물건을 다룰 인내심이나 지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야. 필요한 작업은 할 수 있으니,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
"아니면 그냥 구두쇠던가요. 수집가치고는 전혀 품위가 없거든요. 아마도 벼룩시장에서 사 온 거겠죠. 그리고, 아, 젠장."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무슨 일인가?"
"파일은 찾은거 같은데 꽤나 보안이 잘 되어 있네요. 일단 우리가 찾는 파일이 맞는지 보려면 크랙을 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도적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죠. NSA 요원이 한 10년은 걸려야 해독할 수준이네요. 하지만 저는요, 저는 부정행위를 할 수 있죠."
메간은 창백한 빛깔의 눈물 모양의 물건을 꺼내 들었다. 싸구려 플라스틱인 그 물건은 기껏해야 메간의 손 정도 크기였고, 50센트짜리 동전만한 구멍이 나 있었다.
"그게 무엇인가?"
"위자(Ouija) 점괘판." 그녀는 씨익 웃었다.
"위이자?"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어쨌든 도와주셔야겠어요. 제가 이걸 키보드 위에 놓고 살짝만 붙잡고 있을 거에요. 그러면 이 판이 조금씩 저절로 움직이면서 암호에 해당되는 키 위에 멈출 거에요. 그러면 당신이 구멍을 통해 그 키를 눌러주면 되요."
"그게 끝인가?"
"넵. 그리고 그 스펠링을 기억해 주시면 다음에 또 이런 짓 안해도 되니까, 암기해 주세요." 그녀가 답했다.
"알겠네."
메간은 점괘판을 양손으로 잡은 채로 키보드 위에 가져다 대었다. 그녀는 눈을 떨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이그나티우스는 그녀의 겉으로 다가 섰다. 그녀의 숨결의 속삭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집중하며 구멍을 내려다 보았다. 처음에는 다소 천천히, 그러나 점점 자신있게 그녀의 두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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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장은 불편하군." 이그나티우스가 불평했다.
"보기 좋은데요." 메간이 중얼거렸다.
"내 흉부와 고환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옷일세."
메간은 크게 웃었다. "일이 빨리 해결되서 당신이 로브로 갈아입을 수 있길 빌어요."
문이 열리자 두 명의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회색 양복을 입고 안경을 쓴 키 큰 흑인 남자가 책상 뒤에 앉아 종이폴더의 내용물을 열어보았다. 키가 작은 백인은 입고 있는 갈색 정장이 빡빡해 보일 정도로 튼튼한 체구였고, 그의 모자 너머로는 대머리를 가린 몇 가닥의 갈색 머리가 보였다. 남자의 손이 허리에 찬 피스톨 자루 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보고 이그나티우스는 경계했다.
"채드? 방이 안전하게 보안 검사를 해주게." 책상 뒤에 앉은 흑인 남자가 파일을 훑어보며 말했다.
경호원으로 보이는 백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닫은 후 휴대폰처럼 생긴 기기를 벨트에서 꺼냈다. 그는 버튼 몇 개를 눌렀고, 잠시 후 두 번의 기계음이 들리자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책상 뒤에 앉은 남자는 파일을 접은 후 앞에 있는 두 사람을 한동안 응시했다. "저는 IRS의 범죄조사부서의 세드릭 그린 요원입니다. 또한 신디케이트의 요원이기도 합니다. 제가 듣기로 당신들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 저희 측에 연락을 했더군요. 비록 다소 이례적이긴 하지만, 당신들의 주장을 듣기 위해 제가 파견되었습니다.
신디케이트의 1999년 10월의 공정보고조약에 따라 이 대화가 내부적인 용도에 이용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내부적인 용도란 음성 분석, 데이터 확증, 음성 패턴 기록, 음향복원을 실행할 수 있고, 최소 30년 동안 이 데이터 보관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저기 있는 채드의 임무는 제가 이 방에 들어왔을 때와 동일한 상태로 나갈 수 있게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그는 외모로 평가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유능한 인물임을 기억해주십시오."
메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이그나티우스가 대답했다.
"좋습니다." 세드릭은 약간 긴장을 풀었다. "수도에 오신 이유가 뭡니까?"
"대량의 위조, 도난당한 유물들의 보유, 부패 등에 대해 보고하려 왔소."
"자백입니까?" 세드릭은 눈썹을 치켜 뜨며 물었다.
이그나티우스는 코웃음을 쳤다. "전혀 아니오, 그린 요원. 미스 깁슨과 나는 당신네 단체에 관계된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뿐이오."
세드릭은 경직됐다. "그건 절대로 - "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요, 그린 요원? 우리가 그 가능성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부인할 수 없는 증거까지 제시할 수 있다고 하면 어쩌시겠소. 우리는 단지 당신의 시간과 개방된 정신을 믿을 뿐이오."
잠시 동안의 머뭇거림 후에 세드릭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메간은 의자에 앉아서 불편한 듯이 몸을 꼼지락거리며 걱정스런 눈빛으로 이그나티우스를 쳐다 보았다. 이그나티우스는 메간에게 윙크를 해주고 다시 세드릭을 향해 돌아앉아 흐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한 가지 가설을 제시하겠소. 우리들의 단체들 사이의 의견의 불일치가 지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접적이었던 4년 전, 우리 측의 대의에 동조한 자가 이 건물을 침투해서 신디케이트와 관계된 몇몇 사안들에 대해 다소 민감한 내용을 담은 정보를 탈취했소."
"성 패트릭 기념일의 침입 사건.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확하오. 대부분의 정보는 유용가치가 없어 보였소. 그래도 우리 단체 내에서 폐기되지 않은 채로 보급됐지. 이 정보는 곧바로 자동정보분석 장치에 맡겨진 후 지금까지 보존되어왔소. 그리고 5주 전에야 분석작업이 완료되어 우리의 눈길을 끌게 됐소. 물론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정보는 4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 가치가 없어진 정보이거나 부정확한 정보였소."
"이 이야기의 요점이 뭡니까?" 세드릭이 내뱉었다. "제가 듣기에는 그저 자랑하는 것으로 밖에 안 들리는군요."
"결코 그런 것이 아니오." 이그나티우스가 경고했다. "우리가 얻은 정보를 교차검증하며 알게 된 몇 가지 부조리가 있었소. 우리가 당신에게 알리고자 하는 한 사건은 바로 알프레드 트렌톤이라 불리는 관리자(Administrator)에 관한 일이오."
이그나티우스는 세드릭이 매우 조용해지는 것을 지켜보며 말을 이었다. "트렌톤은 칼 타일러라는 이름의 수면자와 오십 평생의 대부분을 친구 사이로 지낸 듯하오. 1987년에 트렌톤이 신디케이트에 가입한 사건도 둘 사이의 우정에 영향을 주지 않은 듯 하오. 오늘날까지도 트렌톤과 타일러는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요. 우리같은 족속들 사이에서 이런 종류의 운정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 친구라는 자들이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벌이는 일들의 수준은 가히 흥미로울 정도요.
나는 타일러의 여러 범죄 사실들, 값비싼 미술품과 유물의 도난, 후원금의 돈세탁, 불법 사유재산의 미신고 등에 대해 말하고자 하오. 타일러는 예술품에 흥미를 가진 듯 하며 개인적 만족을 위해 여러 미술품을 모으고 있소. 이 취미는 단순한 회화나 도자기에 그치지 않소. 타일러는 박물관 전시물들과 역사적 가치를 지닌 유물들에까지 손을 대고 있고, 심지어 바티칸에서 1997년에 발생한 도난 사건에도 중개인을 통해 관여했소. 지금 알려진 타일러의 소장품들의 가치는 USD로 환산할 경우 약 7억 달러로 예상되오.
트렌톤은 타일러의 이러한 취미에 대해 알고 있었소. 그리고 자신의 능력으로 이것을 IRS와 신디케이트에게서 은폐하고 있었소. 트렌톤이 직접 배후에 있는지는 알 수 없소. 하지만 최소한 그가 당신네 조직 내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증거가 있소. 소위 말하자면 그는 장부를 고친 셈이오. 내부에서 정보를 조작해서 당신네 이상에 어긋나는 자를 당신들로부터 숨겨온 거요."
세드릭은 안경을 벗었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천천히 안경을 닦았다. 그가 정성스레 렌즈를 닦는 동안 그의 표정은 백지와도 같았다. "대체 왜 내게 이 사실을 알려주는 겁니까?"
"또 하나의 부조리한 사건 때문이에요." 메간이 끼어들었다. "5년 전에 세드릭 제롤드 그린 요원은 관리자인 알프레드 트렌톤을 조사해 돈세탁의 여부를 알아내라는 임무를 받았어요. 하지만 그는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해서 그 이후에 승진에 있어 여러 번의 불이익을 당했어요. 우리야 짐작 밖에 못하지만 아마도 상위층의 누군가에 의해 일어난 일인 듯했죠. 마치 그린 요원을 고위직의 누군가가 벌 주는 듯 했어요."
"원하는게 뭐요?" 세드릭이 끊어 말했다.
이그나티우스가 목을 가다듬었다. "우리가 요구하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겠소. 우리는 타일러와 트렌톤을 처벌할 수 있는 증거를 넘겨줄 의향이오. 이 정보를 당신이 참고하는 지는 당신의 자유요. 우리는 명백히 관여할 수 없는 당신네조직 내부의 문제지."
세드릭은 안경을 다시 쓰고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덫이 뭡니까?"
"덫은 없소, 그린 요원. 모든 면을 종합해 볼 때 - 특히 우리가 획득한 정보를 통해 본 당신 상사들의 의견을 감안할 때 - 당신은 도덕적인 인간이오. 내 안의 냉소가는 그런 일은 불가능하고, 특히 신디케이트나 테크노크라시에는 그런 인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당신에 대한 기록 중 당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한다'고 언급된 내용을 뒤집을 만한 점은 확인할 수 없었소. 따라서 당신과 같은 자에게 우리가 얻은 증거를 남기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할 수 있겠다 판단했소."
"거짓말. 뭔가를 원할텐데."
"그렇다면 당신이 당근이 달린 막대기를 쫓아다닐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고만 다시 말씀드리겠소. 메간 양? 증거를 제출하시오."
메간은 다섯 개의 두꺼운 고무줄로도 간신히 묶을 수 있을 정도 두꺼운 폴더를 서류가방에서 꺼냈다. 사방으로 여러 색의 종이가 삐죽거리며 튀어나와있었다. 컴퓨터로 정보를 저장하는 시대를 거부하는 듯한 뭉텅이였다. 메간은는 세드릭에게 미소를 짓고서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댔다.
"다 드릴게요." 메간이 말했다. "협박도 없고, 뇌물도 없고. 걱정된 시민들이 전해주는 것 뿐이에요."
"그렇겠죠." 세드릭이 중얼거렸다. "이게 전부입니까?"
이그나티우스는 메간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은 다 끝낸 듯하군."
"그래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올린은 어디있지?" 세드릭이 중얼거렸다.
"실례지만 다시 말해주겠소?"
세드릭은 앞으로 상체를 숙이고 두 손을 깍지 낀 채로 씁슬한 눈빛을 띄었다. "이게 다 나를 위해서라면, 왜 지금 악마와 거래를 한 듯한 기분이 드는 거요?"
이그나티우스는 분노로 꿈틀거렸다. 그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세 개의 지적을 물리쳤고, 상당한 시간 동안 네 번째 지적과 씨름했다. 그가 입을 열었을 때, 그의 어조는 마치 짜증난 부모의 자로 잰 듯한 강도였다.
"나는 네가 상상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시대와 장소를 가보았노라. 나는 네가 가능하다고 믿지 못할 것들 - 형체를 지닌 죄악, 일방적인 사랑, 춤추는 신들의 변덕에 따라 해부당하는 별의 찬란한 비애를 보았노라. 나는 네판디 창녀의 부하들을 죽였고 그들의 죽음이 공기 중에 가득해지자 움브라의 풍경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노라. 나는 이 세계의 30년 동안 테크노크라시의 일반화 정책에 맞서 싸우고서 - 그러한 내 노력마저 - 지난 몇 개월 사이에 물거품이 되는 것을 보았노라.
그런데, 이 회색 도시의 심장인 회색 건물 안에서 회색 정장을 입은 그대를 보며, 내가 지난 30년의 상처입은 자존심을 억누르고 평화와 협조의 태도를 취하자, 그대는 나를 어둠의 사악한 존재에 비유하며 내가 공허한 거짓말로 그대의 약점을 잡고서 댓가를 요구할 것처럼 말하는가. 그렇다면 말일세, 그린 요원. 상대에 대한 그런 감정은 나 역시 공유하고 있다네."
이그나티우스는 세드릭이 움찔거리는 것을 보며 메간의 경계하는 눈빛을 느꼈다. 그는 채드가 등 뒤에서 피스톨에 손을 대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의 몸이 긴장을 풀도록 집중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나는 우리 둘 다 틀렸다고 확신하네. 우리는 단지 보복적인 파괴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하는 걸세. 우리는 올리브 나뭇가지를 받아도 수 주 동안 가시를 찾아내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네. 우리가 그것이 단순한 올리브 나뭇가지라는 단순한 사실을 증명하는 동안, 이미 나뭇가지는 오래 전에 말라 비틀어지고 말지. 우리의 경계심 때문에 그 호의어린 태도가 시선을 빼앗기 위한 전략이라 믿고, 악의에 가득찬 비밀스런 계획을 감추기 위한 기만술이라 믿게 되지. 그래서 선제 반격이 일어나고 전투는 새로이 시작되네.
이게 바로 우리들의 역사지. 하지만 나와 메간이 여기에 온 것은 역사 때문이 아닐세. 우리는 미래를 위한 기초작업을 세우고자여기 온 걸세. 우리는 순수한 의도로 찾아와서 그대들이 세운 법칙을 따랐네. 이 올리브 나뭇가지를 받게나, 세드릭. 결코 가시는 없고 어떤 수작도 부리지 않았네. 우리는 그대들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길 바라지만, 구걸하지는 않네. 단지 모든 것을 그대의 손에 맡길 뿐."
세드릭의 눈은 이그나티우스에서 멀어져 앞에 놓인 커다란 폴더로 옮겨졌다. 그는 말없이 긴 시간동안 파일과 디스크의 산더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메간의 조용한 기침 소리와 방에 걸린 구식 시계의 소리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는 천천히 손의 깍지를 풀고 앞으로 내밀었다. 그는 살며시 떨고 있었고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다. 그는 두 손을 주저하듯이 종이 폴더 위에 얹고는 그 촉감에 움찔거리다, 이내 뭉텅이를 꽉 잡고 끌어당겼다. 그는 고무줄을 풀고 폴더를 연 후에 읽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하철 뒷칸에 탄 채로 오랜지색 플라스틱 좌석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메간은 번지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이그나티우스의 팔을 톡 찔렀다. "정말 잘했어요. 정말 놀랐어요. 전 당신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꺼낸 건지 몰랐거든요."
"사과하겠네."
"사과하지 마요, 이그나티우스. 사실 당신은 다 알고 그런 거잖아요. 중요한 건, 그게 제대로 통했다는 거에요. 인상적이었어요."
"왜라는 걸 질문하는게 지금 우리 목적이 아니지." 이그나티우스는 더듬거리며 중얼댔지만, 메간은 따스한 웃음으로 보답받았다.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네요." 그녀는 곧바로 진지한 얼굴이 됐다. "연방요원들이 타일러의 거처를 습격해서 수집물을 회수하기를 기다리거나, 다음 주에 하수구에서 세드릭의 시체가 발견되기를 기다릴 일이요."
"혹은 세드릭이 트렌톤을 협박하기를 가다리거나." 하고 이그나티우스가 덧붙였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말이지."
"그럴 리야 없겠지만요, 세 경우 중에 두 개는 그와 우리 양방의 이득이 되네요."
"그가 우리를 호의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네." 하고 이그나티우스가 경고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건, 제아무리 우리가 아무런 조건 없이 정보를 선물처럼 제공했건 간에 그는 도덕적인 인간이지. 따라서 이미 우리에게 빚을 진 것이라 여길거야. 결국 그의 경계심을 죄의식이 갉아먹을 것겠지. 그래서 우리에게 한 가지 이익을 제공하면서 자기가 진 빚을 갚았다고 여기겠지."
메간은 연구하듯 이그나티우스를 눈여겨 보았다. "그럼 그 사람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그나티우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우리가 자신을 조종하고자 한다고 여기는 것은 유감이네만, 만일 우리가 그의 보답을 또 다시 보답한다면... 언젠가는 그도 오늘 우리가 순수한 의도로 접근했던 것을 이해하게 되겠지."
메간의 미소는 천천히 피어 올랐다. "당신도 이제 슬슬 익숙해지는 거 같네요." 그녀는 중얼거렸다.
이그나티우스는 메간의 손을 잡았다. "훌륭한 스승이 있거든."
그녀는 장난스런 놀라움의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 이제 제가 스승인가요? 우리 모두의 결함을 지적해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구로 강림하신 위대한 이그나티우스님은 어디 가신 건가요?" 부드랍게 잡아 쥐는 메간의 손길은 메간의 입에 담긴 독설이 무의미해지게 만들었다.
"그는 별만 바라보는 것을 그만 두었지." 이그나티우스가 말했다. "그는 머리를 구름 속에 박고 다니기 보다는 드디어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깨달았다네."
"멋지네요." 메간이 미소지었다. "드디어 우리가 당신을 문명인으로 만들었군요. 혹시 이제부터는 주기적으로 바지를 입을 생각은 없나요?"
"절대 그럴 생각은 없네." 그는 코웃음을 쳤다. "자네가 내게 새로운 재주를 가르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목숨이 아깝다면 내 옷장 근처에는 얼씬거리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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