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 앉아." 

FNC은 움직이지 않았다. 

"초코도 우수한 인형이니까, 당연히 저체온증 작전에 투입되고 싶겠지?" 

"군수." 

지휘관과 간부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지휘관이,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초코야, 군수는 힘들고 고달픈 작업이야. 인권단체와 민간인이 우글대는 도로로 가서 어쩌자는 거야?" 

"군수." 

"다시 한 번 생각해봐.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이야.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지?" 

"군수."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카리나가 나앉는다. 

"FNC 씨, 지금 그리폰에서는 군수 작전만 하는 3성 딜러들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한 여러 대책들을 냈어. 

FNC 씨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보람을 느낄 작전의 핵심 인력으로 투입될게 될 것이며, 

그리폰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수 있어요. 지휘관과 저희들도 FNC 씨의 작전 투입을 기다리고 있어요. 다른 인형들도 FNC 씨의 저체온증 작전 투입을 반길 거예요." 

"군수."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지휘관이, 다시 입을 연다. 

"초코의 심정도 잘 알겠어. 효율을 중시하는 작전에서 다른 2성 인형들의 희생 때문에 주저한 것도 용서할 수 있어. 그런 염려는 하지 마. 

그런 작은 희생에 마음 아파하며 작전을 거부한 것보다도 우리는 초코의 그리폰의 승리에 대한 공헌을 더 높이 평가해.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지. 초코는……" 

"군수." 

크루거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지휘관은 증오에 찬 눈초리로 FNC를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문을 열고 들어서는 ST AR-15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FNC는 지휘관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옆의 상담실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네 전투 실력는 어떻게 되나?" 

"……" 

"음, 상위 3성이군." 

페르시카은,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말한다

"군수라지만 막연한 얘기야. 제 적성에 맞는 것보다 좋은 데가 어디 있겠나. 군수에만 투입되는 인형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밖에 나가 봐야 

적성에 맞는 걸 하는게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 FNC가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알아. 작전에 투입되도 혼자만 살아 돌아오고, 

일이 매우 고달프다는걸 누가 부인하나? 그러나 저체온증 작전은 FNC의 적성에 맞어. 인형은 무엇보다도 자기가 원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것이 

소중한 것이지. FNC도 군사과장 생활을 통해서 그걸 느꼈을거야. 인형은……" 

"군수."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냐. 다만 내 인형, 우리 기술로 만든 한 인형이, 적성과 소질에는 상관없이 군수작전에만 가겠다고 나서서, 제작자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나. 우리는 이곳에 나라의 부탁을 받고 온 것이야.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철혈 퇴치 작전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군수." 

"FNC는 M14와 더불어 3성에서 금메달까지 받은 영재야. 그리폰은 지금 FNC를 요구하고 있어. FNC는 철혈의 위기에 처한 회사를 버리고 떠나 버리려는가?" 

"군수." 

"우수한 인형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이지.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나?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 3성 인형 하나를 잃는 건, 

소모품에 불과한 2성 백을 잃은 것보다 더 큰 회사의 손실이야. FNC는 매우 똑똑해. 그리고 그리폰은 FNC 같은 효율적인 3성들을 매우 많이 필요로 해. 

나는 FNC보다 인생을 더 살아봤다는 의미에서, 인생의 선배로서 충고하고 싶어. 작전 투입을 해서, 그리폰의 이익을 가져다줄 일꾼이 되어주길 바라네. 

적성에 맞지않는 군수작전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인형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네. 

나는 초코를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어. 뭐 어떻게 생각지 말아. 나는 딸처럼 여겨졌다는 말이야. 

만일 저체온증 작전에 투입될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어. 어때?" 

FNC는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군수." 

페르시카는,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지휘관을 돌아볼 것이다. 지휘관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지휘관의 작전일지란에 ‘군수작전’을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녀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녀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군수 작전을 위해 생활관으로 돌아갔을 때, 다른 2성 동료들은 이미 ST AR-15와 함께 저체온증 작전에 투입된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