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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 無題 ) - 1

ㅇㅇ(122.128) 2017.04.02 23: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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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밤이다.

검은 밤을 밝히는 것이라고는 드문드문 켜진 가로등 몇개 뿐이었다. 그마저도 계속해 깜빡거리며 제대로 켜져있지 않았다. 깜빡거리며 보이는 거리의 담장은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나타내고, 굴러다니는 벚꽃잎들은 안나에게 희미하지만 봄이란 것을 계속해 말하고 있었다. 안나는 계속해 낮에 자신에 말을 건 키 큰 여자가 떠올랐다. 백금발에 하얀 얼굴, 큰 키, 그리고 검은 정장에서 나타나는 고귀하지만 쓸쓸해 보이는 두 어깨가 눈가에 멤돌고, "당신 나 알죠?" 라는 말이 귓가를 멤돌았다. 가로등이 한번 깜빡일때마다, 그녀가 말한 말이 깊게 들려왔다. 깊은 곳에서 나온 듯한 말 같았다. 하지만 안나는 그 것을 알지 못했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안나는 자신에게 말을 건 그녀를 생각하며 그대로 씻지도 못한 채, 잠에 들었다.  




#




검고 마른 하늘이 불길하게만 느껴졌다. 도깨비라 불리는 존재들은 흔한 존재가 아니다. 누군가의 염원이 깃들어 도깨비가 되거나, 살아생전에 사용하던 물건 등에 사용하던 한이 많은 주인이 깃든다면 그 역시 도깨비가 되는 것이었다. 때마다 경우는 다르지만 염원이나, 혼이 깃든 물건들 이를 도깨비들은 ‘근원’이라 불렀다. 많은 도깨비들 중 근원을 가진 도깨비는 적었다. 어쩌면 ‘근원’ 이라는 존재 자체를 모르는 도깨비들이 어쩌면 그 존재를 아는 도깨비의 수보다 많다. 애초, 근원이란 것은 꽤 지위가 있는 도깨비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승에서 수많은 사람을 다스리거나, 수많은 사람을 이끌던 사람이었으나, 그들 모두 공통적인 사항이 있었다. 

 칼과 거울 그리고 방패가 근원인 도깨비들은 대부분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여, 그 수많은 한이 염원하는 순간에 그의 죽음으로서 그 혼이 물건에 깃들어 도깨비가 되었고, 세치 혀로 수많은 이를 죽인 이 역시 수많은 혼의 한이 깃들어 붓 혹은 펜에 그 혼이 강제로 갇혀 깃들은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엘사가 도깨비가 된 과정은 이들과 달랐다. 

엘사는 자신이 죽은 날로부터 지난 날들을 세어봤다. 그러다 백년이 지난 어느 순간부터 그 날을 세지 않았다. 검은 비단에 금색의 실로 수놓아진 쓰개치마를 뒤집어 쓴 여인이 말을 걸고, 낮인지 밤인지 구분되지 않는 그 순간을 목격한 이후 단 일주일만에 잃은 목숨에 차마 그 순간이 아깝다 할 수 없었다. 처음엔 운명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뒤로가면 갈 수록 참으로 쓸쓸하고 악랄한 죽음이었다. 그녀의 시신이 너른 들판에 아무런 비석 없이 묻힐 때, 그녀가 느낀 것은 ‘억울하다.’ 였다. 바쁘게 살다 비참하게 죽은 그 순간이 너무나도 서글퍼, 엘사의 영혼은 이미 죽어버린 육신을 보다 빈 허공에 울부짖고 있었다. 신의 목소리도, 귓전을 멤도는 이상한 여인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설화 속, 전설 속이라고 부르는 시간의 틈에서 그녀는 항상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지나온 수많은 시간들 중 그녀가 느끼기에 가장 무료한 순간들 이었다. 그 곳에서 아무 것도 듣지 못하니, 말을 할 수 없었고. 보지 못하니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그 순간들이 답답해 그녀는 이따금씩 그 틈새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내미는 그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손은 다시 틈새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그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고, 엘사는 틈새에서 조금이나마 빠져나와 세상을 구경했다. 해가 지지 않고, 달이 지지 않는 세상 속에서 옛 쓰개치마를 뒤집어 쓴 여인을 다시 조우 했을 땐, 무어라 할 말 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따져 묻기 보단 단순한 “예”, “아니요.” 만이 떠올라 단답을 했다. 그러다 그 순간순간 떠오르는 것을 물었다. 아무리 엘사가 화를 내는 기색을 보여도, 여인은 기품을 잃지 않았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그녀가 여인과 대화하는 내내, 오랜 시간 동안 보이지 않던 반짝이는 눈을 보였고, 들리지 않았던 귀를 세웠다. 결국 여인의 말에 홀린 그녀는 오랜 세월동안 그 곳을 다스렸다. 

가끔씩 무료해지면 글을 썼다. 그 틈에서 일어나는 일을 글로 쓰기도 했고, 가물가물해지는 기억 속의 일들을 있는대로 종이에 옮겨 적었다. 여인이 근원으로 되돌아가고, 가끔. 아주 가끔씩 분노가 치밀었다. 나의 분노인가,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감정이란 녀석의 분노인지 그 주인인 엘사는 알지 못했다. 허나 그 분노의 칼끝이 이 곳에 자신을 데리고 온 여인의 목에 겨누어져 있다는 점은, 감정이나 마음이 아닌 이성이란 놈이 말하고 있었다. 


-


 세월은 기다림없이 바쁘게 흘러간다. 숨이 멎을 듯, 흐르는 시간에 제가 느끼기에 수십년이란 짦은 세월동안 몇번의 죽음을 목격한다. 죽지않기 위해 버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죽지못해 살아가는 것인지 모를 그녀가 짦은 호흡을 내뱉고, 들이쉴 때마다. 수많은 인연들의 육신이 흙으로, 바람으로, 물로 돌아가고, 혼은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의 세계로 되돌아갔다. 아마 잠깐의 시간이 있다면 해가 지지 않고, 달이 지지 않는 그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이(異)세계를 분명 봤을 것이었다. 정확히는 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잊히지 않는 그 모습이 인상적인 세계이기도 하고, 경계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까지 비문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남에게 수많은 것을 베풀던 선량한 자. 이 곳에 잠들어 평안을 누리니라.’

 수십년이란 세월동안 목격한 죽음 앞에 적은 수많은 비석의 겉을 채운 비문이 적힌 종이는 천장에 닿을 듯, 높은 책꽂이에 꽂혀 책꽂이를 가득 채웠고, 그녀는 하루에도 몇번씩 그 비문이 적힌 종이를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만지작거린 부분은 노랗게 손때가 타 있는게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수백, 수천년의 세월동안 필요가 없어 사실상 잊고 지낸 슬픔이란 감정을 다시 배웠다. 이미 석 위에 새겨진 그 수많은 비문을 손으로 쓸고, 닦으며 한 때의 기억을 회상하고, 흐느끼기며 그 감정이 점점 무뎌진다는 것도 배웠다. 


 그러다 얼마전 지나가던 여자 하나를 붙들었다. 이미 근원으로 돌아간 여인의 얼굴과 같아 붙든 것이었으나, 이상하리만큼 희한하게 꼬인 운명이라 갸웃거렸다. 거기에 그 운명에 당황해 이상한 질문만 날린 엘사의 얼굴은 붉었고, 자제한다해도 자꾸만 초록빛의 도깨비 불이 돌았다. 그녀는 급히 명함만 건넨 채, 도깨비불이 다리쪽으로 감도는 걸 끄지 못한 채, 사람 사이로 섞여 달아났다. 명함을 건네 받은 여자는 도깨비불에 당황한 것이 아닌, 계속 이상한 질문만 하다가 그대로 사람들 틈에 섞여 사라져 버린 엘사의 모습에 당황했다. 도무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빠르게 사라져버린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당황스럽기도 했으나, 두 손에 남은 것이라고 반쯤 탄 명함이었다. 


“이만큼 살면, 이런 짓 안할만도 한데.. 허물며.. 그럴만도 한데..”


 그대로 달아난 엘사는 침대에 누워 읊조렸다. 한참을 읊조리다 침대 위에 놓인 이불을 걷어찼다. 걷어차여 날아간 이불은 그녀의 염력에 다시 되돌아와 몇번이고 걷어차였다. 음울한 기운이 순식간에 침실을 가득 메웠다. 멍청하게 보였다는 점이 계속해 걸렸고, 당황하게 만든 것이 계속해 걸렸다. 그 생각을 하니 음울한 기운은 한술 더 떠서, 먹구름이 되었다. 비가 쏟아진다면 곤란해진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어, 억지로 참아냈다. 

먹구름에서 마른 벼락이 내리쳤다. 불이 붙진 않았지만, 따갑긴 매한가지였다. 엘사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를 지르고, 애꿎은 베게만 내리쳤다. 그러다 탁자 위에 쓸쓸히 놓인 휴대전화가 소리를 내며 반짝였다. 그 소리와 반짝임에 놀라 엘사는 침대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휴대전화 화면엔 모르는 번호가 쓰여 있어, 냅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다급히 전화를 받은 엘사의 목소리에 전화 너머의 상대는 놀란 기색을 보였다.


“저기 저번에. 반쯤탄 명함 건네신 분, 맞나요?, 명함에 엘사라고 쓰여있던데.”

“네?, 아. 네. 맞는거 같네요.”

“그때, 그 어깨 붙들고 물으신.. 그..”

“네, 그땐 제가 경황이 너무 없어서.. 무례를 범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엘사는 전화 너머의 상대에게 사과를 건넸다. 


“괜찮아요. 괜찮아. 예전부터 그런 일 있었어요.”


둘은 어색하지 않은 듯, 어색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다, 우연히 약속을 잡았다. 전화를 끊자마자 방안 가득 차 있던 먹구름도, 음울한 기운도 순식간에 물러나고, 정반대인 밝은 기운이 순식간에 가득찼다. 천년이 넘어가는 분노가 봄바람에 눈 녹듯 사라졌다. ‘아마 무슨 연유가 있었겠지.’ 라는 생각이 금세 그녀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리고는 깨끗한 옷을 고르며 약속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수번의 해가 뜨고, 달이 졌으며 천장이 유리로 된, 오래된 사색을 즐기는 방 안에 놓인 의자에 앉아 몸을 가볍게 앞 뒤로 흔들때마다 가벼이 흔들리는 의자에 몸을 맡긴 채, 눈을 감고 사색을 즐겼다. 빠르게 흘러가는 그 순간순간의 시간이 아깝지 않았고, 오히려 이 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약속 날이 오자마자 엘사는 미리 준비해둔 깨끗한 옷을 입었다. 어두운 색의 청바지에 회색의 목폴라, 그리고 검은 코트. 그녀가 고른 옷 중에 가장 정상적인 옷들이기도 했고, 가장 깨끗한 옷이었다. 

 약속 장소로 정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창에 붙어 안을 살펴봤다. 유리창에 딱붙은 얼굴의 살이 밀리고, 일그러져 우스워보이는 얼굴을 연출해냈다. 카페 안엔 이미 안나가 도착해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문을 열며 딸랑거리는 소리에 안나가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 문 앞에 당황한 것인지, 아니면 넋이 나간 건지 모를 표정을 짓고 있는 엘사가 보였다.

멍청히 서 있는 그 모습에 깊은 안도의 웃음을 보이며 안나 쪽에서 먼저 손을 흔들었다.


“이거.. 제가 너무 늦었..”

“아뇨, 아뇨. 제가 너무 빨리 왔어요 약속만 잡으면 일찍 와 있는게 습관이 되어버려서.”


손사레를 치며 늦게온게 아니라 하는 안나의 모습이, 꼭 어디선가 본 것만 같았다. 제가 아무리 날고 기는 도깨비라 하더라도, 중요한 순간에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아 머리를 긁적였다. 


“전화로 소개를 못했죠 아마?, 전 안나라고 해요. Anna L’ Aredelle. 편한대로 부르셔도 되요.”

“전, 저번에 그 명함에 보신대로 엘사라고 합니다.”


엘사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따라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동시에 도무지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인물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은 모르는 듯 하지만, 일단 걸치고 있는 것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명품이었다. 입고 있는 본인은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으나, 안나는 그 모습에 긴장하고 당황해 마른 침을 계속 삼켰다. 엘사는 마른침을 삼키고, 식은땀을 흘리는 안나를 보며 혹 자신이 불편한 건가 싶어 겉으로 티는 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안절부절했다. 


“저기.”

“저.”


 동시에 말이 터져나왔다. 둘은 그 상황에 어쩔 줄 몰라하며 서로 먼저 이야기하라며 발언권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그렇게 다시 어색한 시간이 흘러만 갔다. 그러다 시간이 멈췄다. 이 상황에 엘사는 당황을, 안나는 눈치채지 못하다 갑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잡담이 들리지 않자, 그제야 눈치를 채고 앉아서 빵을 먹고 있는 사람의 빵을 손에서 빼내 그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의 입에 넣어보고, 마시던 커피를 빼내 분명 커피는 쏟아지고 있었으나, 쏟아지지 않고 그대로 멈춰 있었다. 


“이게 무슨..”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도무지 안나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엘사는 그 모습을 보며 손톱을 깨물었다. 


“저기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어.. 음.. 그게..”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니, 이번엔 음울한 기운이 카페 안을 가득 메웠다. 시간은 다시 흘러가 안나가 건든 곳만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다 한번 번쩍이는 바깥 풍경에, 고개를 돌리니 수가지의 천둥이 한번에 내리치고,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순간 자신의 맞은 편에 앉은 이 사람이 보통의 인간이 아닌 신이라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듯 하던, 이 사람이 꼭 신인것만 같았다.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 여전히 엘사는 앉아서 기발한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저기요. 엘사라 하셨죠?”

“네?, 아 네. 엘사라 했죠 제가.”

“혹시 도깨비..?”


안나의 말에, 엘사는 손사레를 치며 부정했으나, 부정할때마다 천둥이 크게 내리쳤다. 식은땀이 흐르고 어디 둬야할지 모르는 눈동자가 계속 허공을 멤돌았다. 그때 안나는 그녀가 도깨비라 확신했다. 


“도깨비 맞죠?”


안나가 물을 때마다 하늘에선 벼락이 내리쳤다. 엘사는 그 추궁을 피하기 위해 일부로 시선을 피하고, 모른채 하며 못들은 척 했다. 


“도깨비 맞잖아요. 왜 자꾸 아닌척해요?, 이미 들켰어. 들켰다고. 그냥 시원하게 인정하면 얼마나 좋아요.”


그 말에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자세를 고쳐앉은 엘사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도깨비.. 맞는거 같네요. 도깨비..”


엘사의 눈썹이 가늘게 떨린다. 떨릴 수록 밖의 폭우는 더 심각하게 쏟아졌고, 천둥이 내리치는 횟수도 순식간에 늘어나, 카페 안 사람들은 내내 창 밖을 쳐다봤으나, 둘은 서로의 그 심각한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이거..”


엘사는 수줍게 금괴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 행동과 모습에 안나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자신의 따귀를 소리가 나도록 때려보았으나, 아프기 그지 없어 지금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했다.


“아니.. 그걸 그리.. 무슨 그걸.. 그리 수줍게..”

“이 것도.., 이 것도..”


 엘사는 계속해 금괴를 테이블 위에 놓으며 블록을 쌓듯, 쌓아올렸다. 그러다, 손 끝에서 도깨비 불이 올라오니, 손을 털어 도깨비불을 꺼버렸다. 그런 모습에 안나는 점점 고뇌에 빠지고 있었다. 

기분이 조금씩 가라앉자, 폭우도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좀 격한 소나기라 생각했으나, 왜 그런 현상이 생겼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안나는 혼란스러웠다. 대체 이게 무슨 부조화인가 싶어 눈을 굴리며 생각에 빠졌다. 

엘사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인간 세상에 온지 수십년 밖에 안되어 도깨비라는 사실을 들킨 것에 대해 제일 큰 걱정이 되었고, 그 다음으로는 과연 안나라는 여자가 그때 죽은 그 여인이 맞는 것인가였다. 확실한 것은 그때 비가 오던 날, 그 운명을 읽었을땐 확실했지만, 지금에 와서 읽히는 운명은 그저 불길한 운명에 불과했다. 어떻게 흘러가는 운명인지도 읽히지 않았다. 

계속해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안그래도 어색한 분위기는 더욱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안나는 그 정적을 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 엘사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기. 제가 데려다..”

“괜찮아요. 나중에 제가 다시 연락드릴게요.”


 안나는 자신을 잡는 엘사를 뿌리치고 종종걸음으로 사람들 틈에 섞여 사라졌다. 그녀는 사람들 틈에 섞여 사라진 안나의 모습에 왠지 모를 불운함과 쓸쓸함을 읽었다. 


“원래 태어나면 안되는 것을..”


 중얼거렸다. 운명이 스쳐지나가고 보이는 수많은 순간 중, 이토록 선명히 보이는 운명은 처음이었다. 정확하겐 읽을 수 없었으나, 화(禍)라고 부를 수 있는 수만가지의 것들은 전부 가지고 있었다. 가벼이는 길을 걷다 넘어지는 것부터 시작해, 크게는 자동차 등에 치여 죽는 것까지. 꽤 많은 운명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속된 말로 ‘거지 같은 운명.’ 이었다.

엘사는 한숨을 내뱉다.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기분을 알기라도 하는 듯, 짙은 어두움이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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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열애설♥’ 미주 “한화이글스 경기, 빠짐없이 보고 있어” 디시트렌드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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