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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그 해골이 감자튀김만 먹는 이유(2)

태지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7.09 20:25:46
조회 857 추천 17 댓글 3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1082484

단어신청 받은 걸로 씀. 단어는 생존본능 / 링겔 / 손/ PotatoField / 외유내강


*이번 편에 들어간 단어는 링겔, 손.

저번편에 깜빡하고 뺐는데  PotatoField 이것도 들어감. 


*포스타입 백업은 못함. 간접묘사 나올 예정.


*1편: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1082987



 죽는다는 건, 꿈을 꾸지 않고 자는 잠과 같은 게 아닐까. 어둠을 부유하는 샌즈의 의식이 그렇게 속삭였다. 

샌즈는 그것에 동의하지도 거부하지도 않은 채 그저 몸을 맡겼다.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자신이 아닌 무언가가 

자신인 것 같기도 했다. 그 연기처럼 몽롱한 의식이 또렷해지면서 샌즈는 어딘가에 뉘어져 있는 제 몸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무겁게 내려앉은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다소 낡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푹신함. 등을 포근하게 감싸는 푹신함과는 반대로 오른팔을 찌르고 들어온 따끔함. 

몽롱한 시야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줄과 그 줄 끝에 달린 비닐 팩과, 그 비닐 팩을 가득 채운 액체. 중간의 작은 통에서 똑- 또옥- 

하고 한 방울씩 떨어지는 액체가 제 몸으로 들어온다는 것도 모른 채 샌즈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의식이 남아있던 순간을 떠올리고, 튀어 오르듯 몸을 일으켰다.


 “파피? 파피?”


 샌즈는 불안한 듯 주변을 둘러보다 곧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걸 느꼈다. 바로 옆 침대에 누워있는 파피루스가 자신과 똑같이 

비닐 팩이 달린 줄을 팔에 꽂은 채 잠들어있었다. 고통 한 줌 없는 그 얼굴에 샌즈는 눈구멍을 타고 따뜻하고 동그란 것들이 

제 옷자락에 떨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샌즈가 그것들을 손바닥으로 훔치자마자 닫혀있던 문이 열렸다.


 “깨어났네요.”


 겨울밤을 새는 모닥불처럼 조용하면서도 무게감이 있는 목소리에 샌즈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확인한 순간, 방금 전까지 느꼈던 안도감과 기쁨이 손바닥 뒤집듯 엎어지는 걸 느껴야만 했다.


 “링겔을 맞았으니 기운은 날 겁니다. 동생.... 맞나요? 저 애는 약도 맞았으니까, 잘 쉬면 금방 나을 거고요.”


 샌즈는 밑에 깔린 이불을 세게 움켜쥐었다. 도망치고 싶어도 파피루스 때문에 도망칠 수도 없다. 또렷하게 들릴 만큼,

샌즈의 호흡이 가빠지고 있었다.


 “그리고 둘 다 영양실조도 있다 하니까 잘 먹어야....”

 “...왜.”


 샌즈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약을 뺏기고 얻어맞은 아픔이 표면 위로 솟아오른다. 머리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것을 

몸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어째서....?”


 불꽃 머리를 가진 괴물, 감자를 도둑맞은 감자밭 주인은 샌즈의 말에 하던 말을 멈췄다. 선글라스를 쓴 탓에 

눈빛을 읽을 수 없어 샌즈는 더더욱 크게 움츠러드는 걸 느꼈다.


 “감자 몇 개 없어졌다고 죽진 않으니까요.”


 샌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감자밭의 주인은 물 한 컵을 따른 뒤 샌즈에게 건넸다. 샌즈는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컵을 받았지만, 차마 마시진 못하고 손에 컵을 쥔 채 발을 까딱였다.


 “그리고 살던 곳 말입니다, 불법 건축물이라고 근위대에 의해 철거되어서.... 남은 게 없어요. 

혹시 몰라서 그 안에 있던 짐을 추려내긴 했는데...”


 그렇게 말하며 불꽃 괴물은 침대 옆에 있던 종이상자를 들어 샌즈 앞에서 펼쳐 보았다. 샌즈는 내용물을 확인하고 허탈하게 웃었다. 

동전 몇 개와 낡은 뒤집개, 그리고 너덜너덜해진 동화책 한 권이 전부였다. 그대로 죽었더라면 남길 것도 없었겠단 생각에 

샌즈는 동전 한 개를 움켜쥐고 만지작거렸다.


 “만약 갈 곳이 없다면.... 여기서 지내는 건 어떤가요.”

 “난 돈도 없고 줄 것도 없어.”


 샌즈는 잠들어있는 파피루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입 한 번 대지 않은 컵을 도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아주 가끔 남들보다 농도가 짙은 동정심을 내비친 자들이 있었지만, 그 진득한 감정 역시 흐르는 시간에 의해 묽어지고 옅어지다 

끝끝내 사라지곤 했다. 자기 자신도 챙기는 게 힘든 것이 인생이다. 한 사람을 챙기기 위해선 자신의 것을 절반으로 나누거나, 

혹은 자신의 것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한 몸에서 갈라진 가족도 힘든 것을 타인이 해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샌즈는 최대한 매몰차게 말했다. 어설픈 동정심은 양쪽 모두에게 상처가 될 뿐이니까. 

붙잡았다 믿었던 손에 가늘고 깊숙한 손톱자국만이 남겨질 것이니까.


 “부담 갖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괜찮아. 우린 잘 살 수 있어. 약값은 나중에라도 줄 테니까....”


 샌즈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불꽃 괴물이 손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당장이라도 활활 타오를 것처럼 뜨거워 보이는 외견과 다르게, 

맞잡은 손의 온도는 다른 괴물과 비슷한 온도였다.


 “정 부담스럽다면 제가 일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안심하세요. 나쁜 일은 아니니까요.”


 샌즈는 반신반의했다. 몇몇 괴물들이 자기보다 어린 괴물을 부려먹으며 착취하는 일도 있단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샌즈의 의구심을 눈치챘는지 괴물은 샌즈의 손을 아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며칠 동안은 제가 같이 동행하겠습니다. 돈도 가져가지 않을 거고요.”

 “......”

 “적어도 동생이 나을 때까진 여기 있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샌즈는 파피루스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운 좋게 약을 얻어 고비는 넘겼지만, 보금자리로 잡았던 곳까지 철거되었고 

당장 빵 하나 사 먹을 돈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 밖으로 나가봤자 굶어 죽거나 아파서 죽는 결말만이 둘을 반길 것이다.

 결국 샌즈는 불신과 의심을 억누르는 길을 선택했다. 굶어 죽거나, 착취당하거나, 어차피 거기서 거기다. 운명이란 이름의 강요였다.

 불꽃 괴물은 잠깐 기다리란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가더니, 1분도 채 되지 않아 뭔가가 가득 쌓인 접시를 들고 왔다. 

노란색 막대기 같은 것들이 하얀 김을 내뿜고 있었다.


 “드세요.”

 “이게 뭐야?”

 “감자튀김이에요.”

 “...튀김?”

 “감자를 작게 잘라서 기름에 넣고 튀긴 거 에요.”


 설명을 듣고도 샌즈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길바닥에 살았던 만큼 기름이란 비싼 물건을 접할 수 없었던 탓이리라. 

약간의 뜨거움을 느끼며 샌즈는 감자튀김 하나를 집어 씹었는데, 혀를 타고 정수리까지 타고 오르는 짜릿함에

샌즈는 멍한 표정으로 감자튀김을 바라봤다.


 “...맛있어.”


 고소하다, 바삭하다, 노릇하다.....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사용할 일이 없는 단어들이 혀에 감겨왔다. 오랫동안 누적되고 

굳은살이 박인 허기가 몰려왔다. 교양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샌즈는 한 손 가득 감자튀김을 집어 들고 볼이 빵빵 미어터지도록 먹었다. 

중간에 목이 막힌 소리를 내자 불꽃 괴물은 조심스럽게 아까 치워둔 컵을 줬다. 샌즈는 단숨에 물을 들이켰다.

 접시 위의 감자튀김이 사라질 동안 불꽃 괴물은 조용히 샌즈의 곁을 지켰다. 채워지지 않던 허기가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불꽃 괴물의 이름은 그릴비였다. 그 역시 가족이라곤 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이 전부였고, 그러한 점이 샌즈에게 있어 동질감이라는 

한 가지 연결고리를 만들어줄 수 있었다.

 샌즈는 그릴비의 소개를 받고 일을 시작했다. 워터폴의 물풀 자르는 일부터 공장의 음식을 포장하는 일까지. 

다소 힘들고 고된 일이었지만, 처음으로 받은 노동의 대가에 샌즈는 충만감까지 느꼈다. 조금씩 높아지는 동전 무더기를 보며 

샌즈는 남몰래 웃기도 했다.

 파피루스는 그릴비의 집에 머무르면서 무사히 회복할 수 있었다. 파피루스는 샌즈를 따라 같이 일하겠다고 했지만 

샌즈는 행여 파피루스가 또 아플까 겁이 나 필사적으로 파피루스를 말렸다. 처음엔 볼이 땡땡 부은 파피루스는 결국 마지못해 

샌즈의 설득을 받아들였고, 샌즈는 그런 파피루스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그릴비는 감자밭 외에도 여러 가지 작물을 키웠다. 그리고 부엌에 틀어박혀 이것저것 요리 하거나, 여러 가지 술을 나열한 뒤 

그것들을 섞어 한 잔의 술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동네도 살기 좋지만.... 조금 조용한 곳에서 음식점을 여는 게 목표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그릴비는 바삭하게 튀긴 감자튀김을 샌즈 앞에 내밀었다. 샌즈는 그릴비라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란 말을 하며 

감자튀김을 베어 물었다.

 그렇게 일을 하고 돌아와 그릴비가 내주는 감자 요리를 먹는 날이 계속되었다. 대부분은 감자튀김이었지만 어떤 날은 삶은 감자, 

어떤 날은 크림소스를 곁들인 감자, 어떤 날은 감자전.... 등등 다양한 요리가 나왔다. 남들 같았으면 입에서 흙냄새가 날 거라고 

질색할 수도 있거늘, 샌즈는 한 번도 남기지도 밀어내지도 않고 모든 요리를 먹어치웠다.

 모든 게 좋았다. 안정적으로 잘 곳과 먹을 것이 생겼고, 돈까지 차곡차곡 모이고 있었다. 파피루스는 무사히 회복된 이후 

잘 먹어서 그런지 키가 점점 크고 있었다. 그릴비의 레시피 개발도 끝을 보이고 있고, 자금도 충분히 확보되었으니 

조만간 가게를 새로 열 것이라 하였다. 감자밭의 감자들은 잘 자라고 있다.

 모든 게 좋았다. 앞으로 이런 날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모든 게 좋은데....


 “.....”


 오랜만에 일이 일찍 끝나 평소보다 조금 빨리 집으로 돌아온 샌즈는, 반짝거리는 동전들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보는 것만으로도 싱글벙글했을 그인데 어째선지 오늘은 웃지도 즐거워하지도 않고 되려 심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릴비는 샌즈에게 단 한 푼의 돈도 받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 쓴 약값은 고사하고 식비나 월세 등 일체 비용을 받지 않고 있었다. 

처음 돈을 벌고 어떻게든 주겠다고 하는데도 그는 한사코 샌즈가 내민 동전들을 조용히 그의 손에 돌려주는 것이었다.

 쌓이는 동전만큼 샌즈의 마음속에도 뭔가가 쌓이기 시작했다. 부채나 빚이라는 섬뜩한 단어 외엔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샌즈는 동전들을 차곡차곡 세며 액수를 계산해봤다. 꽤 모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세어보니 남들이 가진 수준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이것도 그릴비의 배려 덕분에 모을 수 있었단 사실에 샌즈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동전에 묻은 입김이 흐릿하게 퍼져나가다 사라졌다.

 샌즈는 밖으로 나왔다. 하늘이 없는 만큼 낮과 밤처럼 선명한 구별은 없지만, 조명의 밝기 조절 덕분에 지금이 

낮에서 밤으로 넘어갈 시간이란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언제나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오던 그에게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은은한 조명은 신선함을 넘어 신기함까지 줄 정도였다.

 샌즈는 조심스럽게 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리하느라 다소 한산해진 가게부터 이제 문을 열기 시작하는 가게,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 또는 이제 길거리로 나서기 시작한 사람 등 하루의 시작과 퇴장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발을 통통 두들기던 샌즈 뒤에, 갑자기 누군가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봐.”


 낯선 괴물이었다. 샌즈는 아는 사람 없는 길거리에서, 이 괴물이 왜 자신을 불러 세웠는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너 말이야, 저번에 약국에서 약 훔치려다 걸린 그놈 맞지?”


 찬물이 확 끼얹어진 기분이었다. 더럽다고 얼씬도 하지 말라며 뿌려진 양동이 안의 걸레 물의 악취와 차가움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도망치지도 대답도 못 한 채 샌즈는 가늘게 몸을 떨었다.


 “뭘 그렇게 겁을 먹어. 어차피 다 끝난 일이잖아.”

 “......”

 “그 때 멀리서 보긴 했는데.... 엄청 절박해 보이긴 했었어. 뭐가 그렇게 급했던 거야?”

 “.....”

 “됐다. 어쨌거나 돈이 없었던 거겠지. 그렇게 무식하게 뛰어들어갈 이유가 뭐가 있겠어.”


 괴물은 가볍게 샌즈의 어깨를 두들겼다. 윽박지르거나 힘을 주는 것도 아닌데 샌즈는 그 손길이 너무 아파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괴물은 토닥이던 손짓을 멈추고, 샌즈를 향해 속삭이듯 말했다.


 “돈이 필요하지 않아?”

 “그.....”


 괴물은 가까이 다가와 몇 개의 숫자를 속삭였다. 샌즈는 머리를 얻어맞은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적어도 두 자릿수 단위의 날짜만큼 일을 해야 벌 수 있을 금액이 괴물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이었다.


 “아주 잠깐이면 돼. 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아?”


 샌즈는 말하지 않았다. 괴물은 샌즈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는데, 샌즈는 주춤거리긴 했지만 손을 빼거나 멈추진 않았다. 

괴물은 좀 더 힘을 주고 걸음을 빠르게 해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갔다.

 샌즈는 한 번 뒤를 돌아봤다. 원색적인 빛깔의 조명이 켜지기 시작한 길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붙잡은 손이 아팠다. 

샌즈는 두려움과 호기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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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으로 끝. 외유내강이 조금 어렵긴 함.


오랜만에 글 쓰는데, 글을 쓸 때마다 감각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그런 조마조마함을 느낀다.

비가 엄청 내려서 그런가 울적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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