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전영선 기자] 2026년 1월 6일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을 앞두고 글로벌 기술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텍스트와 이미지 영역에서 혁신을 이끈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넘어, 올해는 AI가 로봇·자동차·가전이라는 물리적 실체를 입고 현실 세계를 제어하는 '에이전트 AI(Agentic AI)'와 '물리적 AI(Physical AI)' 시대가 본격 개막할 전망이다.
■ 2026년 기술 트렌드, '스스로 행동하는 AI'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핵심 주제로 에이전트 AI,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모빌리티, AI 기반 디지털 헬스를 제시했다. 가트너(Gartner)는 2026년까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40%가 AI 에이전트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5% 미만이던 수치가 급증하는 것이다. 에이전트 AI는 기존의 '대화형 AI'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수준을 넘어 복잡한 과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금융권의 대출 심사, 사이버 보안 위협 탐지와 대응, 물류 최적화 등 다단계 프로세스를 최소한의 인간 개입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물리적 AI의 부상도 주목된다.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CEO는 "물리적 AI와 로보틱스가 다음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며, 전 세계 1,000만 개 공장과 20만 개 물류창고에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종합 플랫폼 'Isaac GR00T'을 공개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 Figure AI 등 글로벌 로봇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 기회와 과제 양면
2026년 1월 6일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이러한 AI 혁명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2026년 글로벌 웨이퍼 공정장비 시장이 1,260억 달러(약 180조 원)에 달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 역시 2025년 약 2,250억 달러에서 2026년 약 4,200억 달러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한국 반도체 기업에는 호재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분이 이미 상당 부분 매진된 상태이며, 올해 하반기 차세대 HBM4 양산을 본격화한다. 삼성전자 역시 HBM3E와 HBM4 공급 확대를 추진 중이다. KB증권은 양사의 2026년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9% 증가한 15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강점이 시스템 반도체와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확장되지 못할 경우, 한국은 '부품 공급자'에 머물 위험이 있다. 특히 미국 빅테크가 자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구글 TPU, 아마존 AWS 칩 등 주문형 반도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한편으로 이는 HBM 수요처 다변화라는 기회이기도 하다.
■ 글로벌 경쟁 속 한국의 전략적 선택
2026년 1월 6일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전문가들은 한국이 AI 주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적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메모리를 넘어 '엣지(Edge) AI 반도체' 영역으로의 확장이다. 현재 HBM은 데이터센터용 GPU에 주로 탑재된다. 그러나 AI가 개별 기기에서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저전력·고효율의 NPU(신경망처리장치)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26용 엑시노스 2600에 자체 개발 GPU를 탑재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둘째, 국내 기업 간 AI 생태계 연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CES 2026에서 로보틱스 장기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며, 'K-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가 출범해 서울대·KAIST·포스텍 등 20개 대학과 레인보우로보틱스·두산로보틱스·LG전자 등 224개 기관이 참여한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 구축이 관건이다. 셋째, 범용 AI 경쟁보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의료·콘텐츠 분야의 '버티컬(Vertical) AI'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배터리 공정 데이터를 학습시킨 '자율 제조 AI', K-컬처 데이터 기반 창작 지원 도구 등이 대표적이다.
■ 규제 혁신과 인프라 투자
산업계는 정부의 규제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AI와 로봇이 결합된 신규 서비스가 규제 장벽에 막혀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금지된 것 외 전면 허용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력 인프라도 핵심 변수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망 확보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다. 한국형 전력요금제와 재생에너지·원전 조합, 송배전망 투자 계획을 반도체·AI 전략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
2026년은 AI가 단순한 신기술을 넘어 산업과 일상을 지탱하는
2026년은 AI가 단순한 신기술을 넘어 산업과 일상을 지탱하는 '국가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대한민국은 과거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으로 IT 강국 반열에 올랐다. 이제 그 역량을 AI 시대에 맞게 재구성해야 할 때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호기를 단기 실적으로 소진할지, 파운드리·첨단 패키징·AI 칩·소프트웨어까지 이어지는 풀스택 전략의 출발점으로 삼을지는 기업과 정책 당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변화의 파도는 거세지만, 그 파도에 올라타는 자만이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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