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은 “중등도 이상의 급성질환자는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접종을 연기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아픈 상태에서 맞으면 백신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이후 발생하는 부작용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결국 중요한 건 ‘언제’보다 ‘어떤 상태에서’ 맞느냐에 있다.

독감 백신은 접종 후 약 2주가 지나야 항체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시기보다 몸의 회복 상태가 더 중요하다. 피로가 누적되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하루 이틀 미루는 편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건강할 때 맞은 예방주사는 단순한 방어를 넘어, 감염 후 중증 악화를 막는 든든한 방패가 된다. 접종 전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진짜 예방의 시작이다.

접종을 미뤄야 하는 경우

열이 나거나 근육통, 오한 같은 급성 증상이 있을 때는 접종을 미루는 것이 좋다. 이런 상태에서는 면역 반응이 분산돼 항체 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미열이나 통증과 기존 증상이 겹치면 이상 반응을 구분하기 어렵다.

충분히 회복한 뒤 의료진과 시기를 상의해 접종하면 안전하다. 일반적인 감기 증상 정도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발열이 동반된 상태에서는 며칠 정도 안정기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몸이 완전히 회복된 시점이 백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과거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사람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독감 백신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계란 단백질(오벌부민)에 심한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면 반드시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두드러기 정도의 가벼운 알레르기라면 접종이 가능하지만, 아나필락시스 경험이 있다면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개인의 상태에 따라 백신 반응이 다르므로, 접종 전 병력과 증상을 의료진과 충분히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부와 만성질환자

임신부는 독감에 감염될 경우 폐렴이나 조산 같은 합병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질병관리청은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불활성화 백신 접종을 권하지만, 발열이나 급성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증상이 호전된 후 맞는 것이 좋다고 안내한다.

임신 중 형성된 항체는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어 출생 후 약 6개월간 보호 효과를 제공한다. 즉, 산모의 예방접종이 아기의 첫 면역이 되는 셈이다. 단, 접종 시기와 백신 종류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만성질환자 또한 접종이 필요하다. 당뇨,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환자는 독감 감염 시 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유행 시기 이전에 접종을 마치면 감염 후 합병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면역저하자나 항암치료 중인 사람은 항체가 충분히 생성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담당 의사와 함께 접종 시점과 백신 종류를 조정해야 하며, 세포배양 백신 등 대체 수단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접종 후 꼭 지켜야 할 관리 방법

독감 예방주사 후에는 미열이나 피로감, 주사 부위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이는 면역 형성이 진행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대부분 하루 이틀 내에 가라앉는다. 접종 부위가 붓거나 따갑다면 냉찜질을 해주고, 과도한 마사지는 피해야 한다.

접종 당일에는 과격한 운동이나 사우나를 삼가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는 회복이 더디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호흡곤란, 전신 발진, 어지럼증 같은 비정상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과거 길랭-바레 증후군이나 심한 알레르기 반응 병력이 있다면 접종 후 30분간은 병원에 머물러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안전하다.

접종 후 2~3일간 체온과 컨디션을 살피고 이상 증상이 없으면 일상생활로 복귀해도 무방하다. 몸 상태를 세심히 살피는 것만으로도 부작용을 예방하고 백신 효과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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