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 필독) 전역자가 말해주는 항작전대 분위기와 군대 팁 *장문

ㅇㅅㅇ · 2023.02.02 17:31:37

우선 본인은 작년 말에 전역한 비행대대 cq임을 밝힘.

내 친구 동생이 곧 입대하는 845기라고 하길래 오랜만에 들어와봄.

시간을 거슬러 2년도 더 전에 난 주변 땅개 형들 군대 썰을 들으면서 도저히 땅개는 갈 곳이 못 되겠다고 판단한 후에 다른 두 공군 전역한 형이랑 당시 말년 휴가 나온 형한테 군생활 썰을 들은 후 곧장 공군 입대를 결심했다.

앞서 말한 두 공군 형들은 각각 비행단 파입 독립 전대랑 비전투 비행단에서 근무하셨고 특기는 각각 총무랑 운항관제였다.

특이한 점은 두 분 모두 비행대대에서 근무하셨고 난 간접적으로 비행대대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두 형이 공통적으로 한 말은 사람 때문에 좀 힘들 순 있겠지만 확률상 또라이가 잘 없으며 비행대대 구성원의 대부분인 조종사님들은 엘리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외부에서 보기엔 평화로운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능력"만큼은 다들 기본적으로 있다는 거다. 나는 고학력자들이 대체적으로 이 능력만큼은 더 있다고 생각했고 이게 중요하다 생각하고 또라이는 피하고 싶다는 마음에 공군에 지원한 거다.

본인은 서성한 경영학과 재학 중이었어서 특기 지망할 때 1. 운항관제 2. 장물보 3. 헌병 박았고 (지금 생각하면 장물보를 1지망에 써도 괜찮았을 듯) 전투 지원 10등대 받고 운항관제 됐다. 당시 운관 티오 50~70 정도.

잠깐 특기 시험에 대해 좀 말해보고 싶은데 자기가 수능 국어 수학 1~2등급 받을 정도라면 운항관제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 어렵진 않으나 "빠르게" 그리고 "전부 다 트라이" 이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다 맞을 필요는 없으니 적어도 맞출 수 있는 문제는 다 맞춰야지?

그렇게 난 어느 전투비행단 비행대대 cq가 됐음. 이제부터 메인이다.

비행단 내에는 항공작전전대, 항공정비전대, 기지방호전대, 작전지원전대가 있다. 의무대는 애매해서 뺐고 위 네 전대는 모든 비행단에 필수적으로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앞서 말한 네 전대 중에서 항공작전전대가 사람들의 분위기가 높은 확률로 가장 좋다. 그 이유가 뭘까? 인원이 작은 게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구성원들이 조종사가 대부분이며 부사관은 거의 없고 병들은 운항관제 특기를 받은 cq(조종사의 노예) 와 총무(잡일은 얘네가 다 함) 그리고 기상대 기상관측(하늘 보고 날씨 기록하는 애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인데 기상관측, 운항관제, 총무는 일단 오기 쉽지 않아서 잘 걸러진 애들이 오고 조종사들은 앞서 말한 이유로 또라이가 잘 없다.

쓰다가 갑자기 생각난 말인데 비행대대에 운전병도 있다. 얘들은 과연 무슨 일을 할까? 얘들은 하는 일이 사실상 거의 없다. 내 사견이지만 얘네가 최고 꿀 빠는 놈들이고 너가 운전병이고 집 근처 사이트나 포대 가려다 비행단이 걸렸는데 비행대대라면 넌 평생 운의 절반은 다 썼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행대대는 말이 비행대대지 규모는 너가 기훈단에서 보게 될 대대의 규모가 아니고 훨씬 작다. 그래서 비행대대 내에서는 그나마 서로 끈끈한 분위기가 생기고 전투기 조종사들은 각 비행단 내에서 최고 존엄들인데 그 사람들이 받는 복지의 콩고물이 병사들에게도 떨어지기 때문에 비행대대에 가면 편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항공작전전대 예하에는 비행대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전대 본부도 있고 운영과, 항공작전과(항작과), 기상대, 운항관제대가 있는데 항작과에도 조종사들 있고(근데 항작과 애들이 그 덕을 보는 지는 의문) 기상대야 당연히 꿀통이며 운관대도 새 쫓는 편한 특기(운항관제 특기고 bat병이라 부름) 가진 친구들이다.

방금 뭔가 불편함을 느낀 bat 전역자나 현역 친구들 있으면 그냥 니가 자세를 고쳐 앉아라. 라인 특기(활주로 위에서 일하는 불쌍한 친구들) 중에서 너네가 가장 꿀 빠는 건 얼추 맞는 말이잖아? 그래도 내가 더 꿀인 건 맞다. 이 글은 미필들을 위한 글인데 bat 친구들이 여기 아직도 자기가 힘들다 징징거린다면 너무 믿지는 말고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머리 쓰기 싫고 몸 쓰는 건 괜찮으며 여러 사람들이랑 활발하게 군생활 하고 싶으면 bat도 매우 좋다.

비행단은 육군 기준으로 여단 정도 규모고 당연히 비행단마다 다르겠지만 3000명 조금 넘는다고 생각해라. 당연히 다른 전대 아저씨들은 뭐 얼굴 외우기도 힘들겠지? 본인 전대 내의 사람들 얼굴도 다 익히기 힘든 게 현실이고 이래서 본인 특기가 중요하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거다. 가령 너가 급양이면 항작전대엔 티오가 당연히 없기에 못 온다.

이제 그냥 팁에 대해서 좀 적어보려고 하는데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니까 조금은 걸러서 들어라. 물론 대체로 다 맞는 말일 거다.

1. 초반 두 달은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존나 열심히 하는 게 무조건 이득이다.

어차피 배워야 할 일인데 초반에 빨리 배워야 너 맞선임도 좋고 너도 좋다. 모르겠는 건 무조건 다시 물어보고 노트 펴서 적는 자세도 보여라. 너의 첫인상이 너 군생활을 전부 결정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너의 첫 두 달이 너의 군생활의 60퍼센트 이상은 좌우할 거다. 열심히 하는 이미지를 남들에게 심어라.

2. 걸리지 않는 가라는 FM이다.

난 내 일 솔직히 가라로 했다. 비행대대 cq가 일을 가라로 하는 게 뭔 말인가 미친 건가 싶을 수도 있으나 다 방법이 있다. 군대는 결국 끌려온 건데 처음 두 달 열심히 하는 건 좋으나 그 다음부터는 최대한 꿀 빠는 게 맞다. 첫 두 달 이후부터는(혹은 그 이후에 본인 일이 숙달된다면 그 이후부터) 눈에 불 켜고 꿀 찾아 다니면서 남는 시간에 공부를 하든 헬스를 하든 너 인생에 도움이 되는 걸 해라.

3. 후임한테 잘해줄 필요 없다.

내가 어제 념글에 이런 내용의 글 봤는데 전적으로 공감하며 난 후임한테 되게 잘해줬는데 이게 내 군생활 돌이켜 봤을 때 가장 후회되는 거다. 착한 선임 말고 좋은 선임이 되는 게 중요하고 너한테도 이게 더 좋다. 어차피 너 후임이랑 친해질 시간 많으니까 처음부터 잘해주기보단 일만 제대로 가르쳐주는 무뚝뚝하거나 조금은 신경질적인 선임이 돼라.

4. 죄송합니다라는 말 남발하지 마라.

내 선임 중에 성격은 양호한데 뭔가 자존감이 되게 낮은 거 같은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죄송합니다, 미안하다를 입에 달고 산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일을 못 하는 게 아니라서 더 짠했다. 별 것도 아닌 일로 사과하고 다니면 사람들이 진짜로 너가 뭘 잘못한 줄 안다. 보통의 사람들이 정치인을 볼 때 그 막연한 이미지를 가장 먼저 보고 이게 잘 안 바뀌는 것처럼 군대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첫 두 달은 그냥 죄송합니다 많이 하고 다녀라. 너가 일 못한 게 맞을 테니까.

5. 이 글에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나 단어들은 갤 내에서 검색하고 숙지한 다음에 입대해라.

여기 있는 항작과니 cq니 이런 건 기본적으로 알고 들어가면 도움 꽤 된다.

옛날 내 생각도 나서 오랜만에 와봤는데 다 쓰고 나니까 뭔가 되게 두서가 없네. 그래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올릴게.

다들 다치지 말고 잘 전역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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