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시청 건축과 공무원이라고 하자. 그런데 어떤 사람이 큰 치킨집을 하려고 건축물을 세우겠다고 하고 허가신청서를 건축과에 냈다.

당신이 거기에 대해서 "요새 치킨집은 불황이므로 장사가 안될 거다. 나는 반대입니다.", "치킨집 인테리어 잘 하고 하면 성공할 것이므로 나는 찬성입니다." 이런 논쟁 자체가 의미가 있냐? 아마 치킨집 사장은 "왜 그걸 건축과 공무원이 고민하고 토를 다는 거지?"라고 생각할 거다.

건축과 공무원은 "건축계획 설계도를 보니 건축법상 규격미달이므로 허가할 수 없다"라고 얘기해야 한다.

미군의 사드배치도 이거랑 본질적으로 같다. 한미군사협정상 미군이 자기들 사용하려고 사드장비를 배치하는 것에 효용성 따지고 어쩌고 하는 것은 우리가 미국에 토달 수 없는 거다. 한미군사협정이 그렇게 되어 있다.

다만, 주한미군이 자율성이 있다 하더라도 토양오염, 전파공해 등에 대해서는 우리가 토달 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권한이다. 건축과 공무원이 규격을 이유로 불허가할 수 있는 것처럼...

그런데 만약에 건축과 공무원이 규격을 얘기하면서 "치킨집은 경쟁이 너무 심해서 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건축규격기준을 법에서 정한 것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라고 한다면 치킨집 사장이 뭐라고 생각하겠냐? "이 또라이 건축과 공무원이 괜히 시비걸고 있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당연하지 않나.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지금 사드배치도 이거랑 같다. 문재인은 환경영향평가를 들먹이지만 환경영향평가법이 있고 거기에 따르면 성주 사드포대계획상 면적은 소규모환경영향평가이고 이런 것들은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그냥 법대로 집행하면 되는 거다. 치킨집이 망하건 말건 건축법상 소방설비가 구비되어 있는지 철근콘크리트는 안전성이 있는지 등등 따지면 되는 거다.

사드배치에 찬성? 사드배치에 반대? 이것 자체가 무의미한 논란이다. 사드가 북핵미사일 예방에 효과가 있건 없건 중국이 반대하건 말건 우리나라 법에서 정한 규제권을 우리가 행사하면 된다. 그 규제권의 대상이 아니면 규제를 할 수 없고 그 규제권의 대상이면 규제를 하면 된다.

대국민 설득? 노무현 대통령때 이라크 파병은 우리나라 헌법에 배치되는 문제가 있어서 시끌시끌했지만 사드는 무슨 상관이 있나?

문재인의 착각이라면 노무현때 이라크 파병과 이번 사드배치를 같은 성격으로 보고 있다는 거다. 시간벌기로 지지자들 설득하고 완충기간을 갖고 싶은 것 같은데 공권력의 정당한 집행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지지자들이 싫다고 해도 공권력 행사가 법에 맞다면 행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