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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각주로 각주 마음이 형상화 된 거 보고싶다 7

ㅇㅇ(61.96) 2016.07.25 07:35:20
조회 1171 추천 71 댓글 13

														

보고싶다 / 어나더 / 어어나더 / 어어어나더 / 다섯번째 / 여섯번째



급한 대로 찻잎을 띄우자 팔짱을 끼고 물러서 있던 아신이 총총 다가왔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향긋한 향이 썩 만족스러운 듯 지니고 있던 부채와 검을 내려두고 잠자코 그릇 안으로 들어간 아신은 먼저 천천히 머리에 물을 끼얹고 여인처럼 세심히 머릿결을 쓸어내렸다. 심하게 앓거나, 혹은 모종의 이유로 종종 매장소의 손아귀에 잡히는 머리채가 혹여나 매장소의 곱고 여린 손에 작은 상흔이라도 남길까 우려해 생긴 린신의 버릇이 오롯이 담긴 행동이었다. 경건한 의식과도 같던 머리손질이 끝나자 차분하고 점잖게 굴던 것도 끝이 났다. 참방참방 손을 휘적거리며 괜한 물보라를 일으키다 찻잎이 얼굴을 덮어 허우적거리던 것을 마침 소경염이 발견해 도와주었다.


“괜찮으냐?”


어푸, 하고 정신없이 머리를 털고 물 먹은 얼굴을 쓱쓱 닦던 아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이 젖는 것도 아랑곳 않고 손수 찻잎을 거둬 아신이 좀 더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도운 소경염이 얌전히 몸을 담군 아신을 확인하고서 다시 남은 업무에 집중하려던 때였다.


- 젖었어!!


애초에 옷을 벗지 않고 들어갔으니 옷이 젖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이미 멱까지 감은 마당이었다. 푹 젖은 옷을 이리저리 살피며 안달을 하는 모양새가 아둔하기 짝이 없었으나 그것을 지적하기보다 어르고 달래주어야 할 것 같았다. 뒤늦은 깨달음에 울상이 된 아신에게 시선이 묶인 소경염이 말했다.


“벗어보련?”


소경염의 말에 아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시 한껏 들이킨 숨을 멈췄다. 내숭이 심한 줄 알았더니 이거이거, 미인이 옷을 벗으라 하는데 다른 뜻이 있을까. 놀라 휘둥그레 뜬 눈이 어느새 초롱초롱해지고 훤칠한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피었다. 젖은 옷을 한 겹 벗어내는 손길은 대담했으나 의도대로 마냥 멋지지는 않았다. 한 번에 착 벗어내려고 했지만 결국 소매를 당겨 낑낑거리며 손을 빼는 모양새 없는 모습을 보이고 만 것이다. 속살이 비칠 듯 비치지 않는 한 겹의 옷만을 남겨두고 멋있는 모습에 실패해 의기소침해진 아신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소경염이 열전영을 불러 아신이 벗은 옷을 건네었다.

어, 어?! 제 옷이 열전영에게 전해지는 것을 보고 아신이 다급하게 손을 뻗고 그릇 밖으로 나오려 했지만 첨벙, 하고 요란한 소리만 내며 넘어지고 말았다.



- 자존심 상해!!


씻는 것은 그만 두어야겠구나. 소경염에 의해 대롱대롱 매달려 그릇 밖으로 나온 아신이 등을 돌리고 앉았다. 이러다 다치겠다, 하고 자신을 배려한 말은 듣지 못한 채 넋이 나가 몸을 말리는 것도 잊고 축축하게 젖은 채로 내내 시무룩해 있는 것을 보고 소경염이 마른 천을 내어 덮어주자 슬금슬금 받아들고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나서는 이따금씩 저리 외쳐대었다. 기꺼이 아신을 닦아줄 용의가 있던 소경염은 그러한 아신의 외침에 모처럼 뜻을 굽혔다. 대신 계속 젖은 채로 둘 수는 없어 업무를 계속하는 대신 아신을 달래주었다.


“곧 새 옷을 가져올 텐데 계속 그리 젖은 채로 있을 테냐.”


소경염의 말에 아신이 냉큼 반응했다.


- 새 옷 좋아!


푸르르 몸을 털고 부지런히 물기를 닦아내고 단장하는 손길이 바쁘다. 그 와중에도 흘끗흘끗 소경염을 보는 눈빛이 반짝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소경염의 의관은 빼어났다. 색의 조화며, 쓰인 옷감이며 예사롭지 않은 무늬며 보통 안목이 아니라며 칭송하는 속내는 오로지 좋아! 좋아! 하고 단순하고 흥겨운 외침으로 치환되고 있었다. 내 것도 저만큼 우아하고 멋질까. 매장소가 보면 멋지다고 추켜세울 지도 몰랐다.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기대감에 찬 아신을 보는 소경염의 눈빛이 참으로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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