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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친일마녀사냥 140 - 日本人化의 예

운영자 2019.11.25 11:15:56
조회 116 추천 1 댓글 1
친일마녀사냥


140


日本人化의 예


위원회 핵심위원인 선배는 나보고 변론을 하는 입장과 역사를 보는 입장이 달랐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진심을 담은 충고였다. 역사적 입장에서는 일부 오류와 희생이 있더라도 나라의 정기를 바로잡기 위한 어떤 선 긋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선(線)이란 어차피 역사관에 따른 구획 짓기였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왜 친일(親日)로 돌아섰는지 그 생생한 이면을 일단은 직시(直視)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무조건 단죄하기보다는 일단 알아보고 이해하려고 하는 입장일 필요가 있었다. 

김동인(金東仁)은 일제시대를 관통해서 살아온 사람으로 남다른 예민한 현실을 보는 감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김덕수’라는 이웃에 사는 한 인물을 통해 기형적인 조선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김덕수란 인물은 우리가 전형적인 친일파로 상정하는 그 시대의 형사였다. 김동인은 자기의 이웃에 살던 김덕수 부부의 모습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김동인 단편 소설 ‘김덕수’의 내용을 소개한다.



◆◇◆



김덕수는 1920년대 초에 출생한 인물로 부모는 구멍가게를 경영하는 영세한 시민이었다. 김덕수는 소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경찰서의 급사로 들어갔다. 그는 급사 겸 형사의 정보원으로 공로를 세워 정식 일본 형사가 됐다. 그가 성장하던 시절은 일본이 중국을 공격하면서 조선인의 일본화가 맹렬히 진척되던 시절이었다. 그는 세계 일등국가인 일본시민인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일본제국의 단결을 방해하는 분리주의자 조선인은 구축(驅逐)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그걸 수행하는 자신의 직업을 신성한 것으로까지 느꼈다. 

폭력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약했다. 고문만 하면 어떤 독립투사도 그의 앞에서는 꼬리를 말고 엎드린 약한 짐승이었다. 김덕수는 자백을 빨리 받아내는 명인(名人)으로 상관의 신임을 얻었다. 그는 조선 사회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을 증오했다. 그런 인물은 골라가며 미행하고 뒤를 파헤쳤다. 아니꼬운 인물은 잡아다가 두들겨 패고 매달아 물을 먹이면 그가 원하는 어떤 말이라도 했다. 한 가지 자백이 나오고 그의 친구나 동료까지 범위를 넓히면 신문에 나올 하나의 거대한 ‘음모사건’을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사건 만들기에 재미와 쾌감까지 느꼈다. 알아주는 명 형사가 되었다. 

김덕수의 아내 애희는 애국반장이었다. 여고 출신인 그녀는 남편의 행동이 애국심과 충성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남편을 존경했다. 애희는 명예욕이 강한 여자였다. 조선인 명사들이 남편 앞에서 굴복하는 걸 기뻐했다. 김동인의 집에 와서 남편의 권력 자랑을 늘어놓곤 했다. 그녀는 물자배급에는 정직하고 공평했다. 구하기 힘든 광목양말 같은 특수물자를 주면서 이렇게 생색을 내기도 했다.

“이런 건 시중에서 볼 수 없는 물건이기 때문에 우리 집에 있는 물건을 반원 여러분에게 나누어 드리는 겁니다.”

김동인은 김덕수 부부는 진정한 일본제국 신민(臣民)이라고 했다. 그들은 일제시대에 태어나서 황국신민으로서의 교육만 받았다는 것이다. 일본과 조선의 일체(一體) 그리고 ‘일본인과 조선인은 조상이 같다’는 교육을 뼈에 박히게 받은 그들은 철저히 일본인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조선과 일본에 말과 풍습에 차이가 있는 것은 민족이 달라서가 아니라 바다를 두고 거리가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구주(九州) 지방과 동북 지방의 사투리가 다르고 풍습이 다르듯이. 

그런 김덕수에게 일본제국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역적이고, 거기에 젊은 혈기와 공명심까지 더해져서 고문의 명인(名人)이 된 것이다. 애국반장인 그의 아내는 동네 여인들의 불평을 살 만큼 방공연습과 국방헌금 걷기에 열렬했다. 당시에도 세대차이가 있었다. 대한제국 시절에 태어나서 고종황제와 순종황제를 임금으로 섬긴 구세대는 일본에 충성하는 신세대 김덕수 부부의 친일을 못마땅해 했다. 

김동인은 비상시국이었던 그 시절 표면적으로라도 황국신민인 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실정을 얘기하고 있다. 약간만이라도 눈치가 달랐다가는 김덕수 부부의 눈에 걸리기 때문이었다. 방공훈련에 나오라고 하면 하던 빨래를 던지고라도 나가야 했고 국방헌금이나 국채를 구입하라고 하면 없는 호주머니를 털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애희는 영리한 여자여서 공채나 국방헌금의 배당이 나오면 동네 사람들의 수입을 참작해서 공평하게 배정하고 자기네가 솔선해서 가장 많이 매입을 했다. 

김동인은 일본의 다이쇼(大正)나 쇼와(昭和)연대에 출생한 김덕수 부부 같은 사람들이 수백만 명은 될 거라고 했다. 시대에 영합하기 위해 또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가정에서조차 일본시민 만들기를 목표로 교육을 한 아이들이 친일을 넘어 일본인으로 되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동인은 일제 말 전차에서 노동자들이 일본인을 ‘내지놈’이라고 욕하는 걸 보면서 당시 사람들의 인식이 우리를 일본의 한 지방정도로밖에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은 경우가 많았다고 서술하고 있었다. 

1935년경 경성비행장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조선인 사업가가 기부한 비행기의 명명식(命名式)이었다. 비행기의 이름은 ‘애국옹’이라고 붙여졌다. 일본 본토의 해군대신 대리가 참석하고 행사 후 해군기 여섯 대가 축하비행을 하는 등 화려한 행사였다. 육군과 해군에 비행기를 한 대씩 헌납한 주인공은 조선 기업인 문명기(文明琦)였다. 

매일신보는 그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그 사건으로 문명기란 조선인 사업가는 일약 사회명사가 되면서 전국적인 인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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