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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2019년 가을 대한민국 9 - 이제는 먼 나라

운영자 2020.01.27 11:15:19
조회 114 추천 0 댓글 0
2019년 가을 대한민국


9


이제는 먼 나라 


한국은 얼마 전 NLL을 넘어온 북한의 어부 두 명을 강제로 돌려보낸 적이 있었다. 북한 역시 윤 선생을 판문각을 통해 돌려보냈다. 그 얘기를 더 들어 보고 싶어 물었다.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죠?”

“나를 도로 남으로 보내라는 당의 명령이 떨어졌어요. 처음에는 아파트와 일자리를 주겠다고 하더니 이 친구들 전부 나한테 사기 친 거죠. 친절하게 대해 주던 사람들이 냉정하고 무뚝뚝해지더라구요. 남쪽으로 쫓겨 오기 한달 전 쯤이었죠. 담당자가 제 이빨이 안 좋은데 북에서 틀니를 해줄테니까 하고 가래요. 의료복지가 그래도 북이 남쪽보다는 낫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그곳 치과를 갔죠. 틀니를 하려면 남은 이빨을 전부 뽑아야 한다는 거예요. 의자에 앉아 막 이빨을 뽑으려고 할 때였어요. 치과의사가 하는 말이 죄송하다고 하면서 마취제가 없어 그냥 뽑아야겠다고 하면서 참으라고 하더라구요.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어요. 내가 아프다고 소리치니까 치과의사가 그것도 참지 못하냐고 되려 화를 내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내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북한 사람들 뒤끝 있네. 마취제 없이 이빨을 뽑는 건 그동안 대접해 준 데 대한 복수 아니야? 심통이 나서 그만큼 아파보라는 거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내가 말했다.

“아니야 마취제가 없다는 건 거짓말일 거야. 어디 다른 데라도 가서 구해올 수 있었을 거 아니야? 앞으로 북한을 이해하려면 그런 뒤끝 있는 사람들로 봐야 하겠네.” 

아내의 결론이었다. 내가 그의 이를 보면서 물었다.

“지금 하고 계신 틀니가 거기서 만들어준 겁니까?”

“아니예요, 여기서 다시 했어요. 하여튼 내 말씀 좀 더 들어보세요. 이빨을 빼고 잇몸으로 얼마 동안 죽만 먹고 지냈어요. 틀니 본이 잘못 떠졌다고 또 다시 하자고 해서 시간이 걸렸어요. 아프고 죽을 먹으니까 나도 화가 났죠. 한번은 나를 감시하는 여자에게 쌍년이라고 욕을 했어요. 그 여자가 불같이 화를 내더라구요. 북조선이 쌍년들과 종놈들이 세운 나라인지 몰라서 왔느냐고 하면서 말이죠.”

그들의 의식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해방 후 북한의 인민위원회는 머슴들과 건달들이 많았었다고 들었다.

“남쪽으로 내려와서는 어떻게 됐어요?”

내가 물었다.

“바로 서울구치소로 갔죠. 국가보안법위반이라고 그래요. 서울구치소 안이 따뜻하고 괜찮은 것 같았어요. 구치소 안에서도 독방을 주더라구요. 재판에서 판사가 그동안 얘기를 듣더니 집행유예를 선고해서 내보내더라구요. 그래서 석방이 된 후 합숙소에 갔다가 변호사님을 거기서 만난 거죠.”

그는 지금 대한민국 안에서 최하위 빈곤층이다. 복지혜택으로 쪽방을 얻어 혼자 산다. 남과 북에서 모두 살아본 그는 관념적인 나보다는 체험으로 더 정확히 알 것 같아 물었다.

“북의 주민을 할래, 남한에서 최하위 빈곤생활을 할래 선택하라면 어느 쪽을 택하겠어요?”

“당연히 남쪽이죠.”

“윤 선생의 시각에서 북한은 어떤 나라였습니까?”

“사회주의가 아니면서 사회주의라고 하는 이상한 나라였어요. 김일성이라는 신을 믿는 광신적인 종교집단이었어요. 중세 유럽의 싸움같이 미국의 봉쇄 속에서 군사독재를 하면서 농성체제를 유지하는 비참한 사회죠. 옛날에 성이 포위되며 그 안에서 사람들이 굶다가 자식까지 잡아먹었잖아요? 북도 고난의 행군 시절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죠. 북의 함경도 산자락에 있는 고아원에 가보세요. 어린아이들이 토굴 같은 속에서 비참하게 살고 있어요. 그걸 남쪽의 대형교회 목사들이 도와주고 있어요.”

“북한이 보는 남한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북쪽 사람들은 미국을 주적으로 삼고 남한은 그 앞잡이 괴뢰정권으로 보고 있죠. 그러면서도 한쪽으로 긍지도 있었어요. 6.25 전쟁시 미군 폭격기들이 북을 완전히 초토화했습니다. 철도  항만  공장뿐만 아니라 저수지나 물을 보관하는 보까지 파괴했죠. 전후 러시아나 중국도 도움을 주지 않았죠. 북한은 그런 속에서 오직 인민의 힘으로 그나마 이 정도 만들었다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칠십 년대 초까지 경제에서 북이 우세했다고 자랑합니다. 사회주의 동원체제가 그 실효를 거둔 거죠. 북의 주민들은 가난과 굶주림의 원인은 미국의 경제봉쇄 때문이라고 원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문을 열기는 열어야 할 텐데 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너무 문을 열면 자본주의 사회의 날파리와 해충 같은 저질문화가 들어올까 봐 걱정하죠. 북한 경제통이었던 장성택은 인민의 배고픔에 더러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가 중국식 개방을 추구하다가 숙청이 됐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들의 고민은 어떤 식으로 정권을 유지하면서 개방을 하느냐 인 것 같아요.” 

“북한과 남한은 아직도 같은 민족이라는 유대감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내가 물었다.

“저는 의문입니다. 오래전에 국토가 나뉘어졌습니다. 오랜 시간의 단절은 이제 민족이나 문화까지 다른 존재로 바뀐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대한민국은 우리와 전혀 다릅니다. 남과 북은 정신적  문화적 동일성도 이미 없다고 봐요. 공허한 이념이나 역사에 가위 눌려있다고 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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