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높은 재능 낮은 재능

운영자 2023.01.02 10:09:09
조회 102 추천 0 댓글 0

화면 속에서 젊은이들의 감동받은 표정이 클로즈업되고 있었다. 오십대쯤의 여성 강사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여러분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있죠? 음악을 잘 하는 사람이 있죠? 마찬가지로 공부도 재능이예요. 그런데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어요. 성실만 하면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젊은이들 얼굴이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어제 새벽 한 시경 무심히 눈이 간 유튜브의 한 광경이었다. 재능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쎄시봉 가수 윤형주씨가 방송인터뷰에서 하던 말이 떠오른다.

“노래라는 게 연습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예요. 저는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성대를 받은 걸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의 맑고 낭낭한 노래를 들으면서 어쩌면 저렇게 고운 목소리가 있을까 하고 감탄을 했었다. 노력도 재능인 것 같다. 만드는 음반마다 백 만장 이상이 팔린 쿨 그룹의 가수 이재훈을 그가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있다. 그는 나를 변호사아저씨라고 불렀다. 고등학교 시절 그 아이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노래하고 춤을 춰서 부모가 걱정 하기도 했었다. 아직 어리던 이재훈은 그때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아저씨 한 노래를 천번 부를 수 있어요? 안 될 걸요. 그리고 저는 체육관에서 밤이 새도록 율동 연습을 해서 하룻밤에 운동화 한 켤레가 다 닳아요. 그런데 내 노력을 모르는 남들은 내가 춤추고 노래하는 날라리로 아는 거예요.”

발가락이 형편없이 뭉그러질 정도로 연습한 유명 발레리나의 사진을 보기도 했다. 재능과 노력이 있다고 그 길이 평찬한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세간에 알려진 지리산의 이호신화백의 성장 과정을 어려서부터 이따금씩 봤다. 친척인 그는 열 살 이전부터 이미 그림에 두각을 나타냈다. 가난한 집안의 그는 소년 시절부터 밥을 벌기 위해 마음에 없는 일들을 했다. 어느 시점이 되자 굶어죽을 각오를 하고 그림의 바다에 몸을 던졌다. 미대를 나오지 않은 그를 화단은 끼워주지 않았다. 그의 선생님은 미술관 안의 그림들이었다. 한국을 방문한 뉴욕미술관과 대영박물관의 큐레이터가 우연히 그의 그림을 발견했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의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화단에서 무시되었던 그가 어느 한순간 세계적 화가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동화 속에 나오는 ‘미운 오리새끼’였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여러 재능을 주고 있다. 돌이나 보석을 깍는 재능, 연주하는 재능, 철을 다루는 재능, 가르치는 재능등 각양 각색이다. 다만 모두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떤 사람은 꽃이 되고 어떤 사람은 그 꽃을 받치는 잎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았다. 활짝 핀 꽃도 급이 같지만은 않았다.

원로 소설가 정을병씨가 생존시 내게 이런 고백을 했다.“국내에서는 내가 이름이 났지만 외국작가의 좋은 작품을 보면 절망해요. 나 자신이 삼류가 아니라 사류 오류에도 미치지 못하는 거 같아요.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오류라도 이 길을 걸어가야죠.”

유명한 가수 전인권씨도 뉴욕을 가보니까 거기 삼류도 자신보다 나은 것 같더라고 내게 털어놓았었다. 나는 일찍부터 재능이 없는 내 주제를 느꼈다. 운동을 잘하고 싶었지만 운동 신경이 없이 태어났다. 나름대로 노력을 해 봐도 안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노래를 하고 싶어도 음치였다. 음악성 자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림도 마찬가지였다. 공간지각능력이 없는 것 같았다.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공부선수들을 옆에서 구경하면서 좌절한 적이 많았다. 고교시설 선생님이 칠판에 어려운 문제를 낸 적이 있다. 나는 그 문제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같은 반 한 친구가 앞에 나가 그 문제를 완벽하게 풀고 나서 선생님께 문제 자체를 잘못냈다고 지적하는 걸 봤다. 그 친구는 서울대 교수를 마치고 지금도 혼자 공부하고 있다. 노벨상 후보로 종종 오르는 물리학자인 고교 선배는 내게 왜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날고 뛰는 재주를 갖지 못한 달팽이나 거북이도 나름대로 자기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느린 달팽이도 열심히 기어서 노아의 방주 속으로 들어갔다고 믿는다. 나는 내 주제를 알려고 나름 노력했다. 둔해 빠진 거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앞으로 나아가려고 생각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2887 돈가스 운영자 23.02.06 89 1
2886 법치의 형상화 운영자 23.01.30 101 0
2884 돈황으로 간 판사 운영자 23.01.30 145 1
2883 노란 국화꽃 향기 운영자 23.01.30 100 1
2882 감사일기2 운영자 23.01.30 89 1
2881 감사일기1 운영자 23.01.24 142 2
2880 수모일기 운영자 23.01.24 99 1
2879 福이란 무엇일까 운영자 23.01.24 111 1
2878 팔자를 바꾸는 방법 운영자 23.01.24 129 3
2877 은퇴의 쾌락 운영자 23.01.24 119 2
2876 공짜는 없다 운영자 23.01.24 129 2
2875 부자 엿장사 운영자 23.01.24 90 1
2874 영혼을 죽이는 병 운영자 23.01.24 107 2
2873 플랜 75 운영자 23.01.24 95 0
2872 고시생,혁명가,수도승 운영자 23.01.16 134 1
2871 미국과의 거래 운영자 23.01.16 91 1
2870 지존과 공화국 [1] 운영자 23.01.16 130 1
2869 노년에 가야 할 길 운영자 23.01.16 123 3
2868 하나님은 입이 없다 운영자 23.01.11 111 2
2867 가난한 문인들 운영자 23.01.11 81 1
2866 법을 지키는 괴짜들 운영자 23.01.11 87 1
2865 정말 강해지려면 운영자 23.01.11 89 0
2864 문학의 순교자 운영자 23.01.11 77 1
2863 윤회가 뭘까 운영자 23.01.11 84 1
2862 사진 찍어주는 노인 운영자 23.01.11 69 1
2861 하사관과 법무장교 운영자 23.01.11 97 1
2860 나쁜 운을 바꿀 비법 운영자 23.01.11 106 1
2859 북의 '핵'보다 무서운 남한의 '중2' 운영자 23.01.11 74 0
2858 가난한 노년의 풍성한 인생 운영자 23.01.02 125 1
높은 재능 낮은 재능 운영자 23.01.02 102 0
2856 인도 청년이 본 한국 운영자 23.01.02 103 1
2855 어떤 고아출신의 고백 운영자 23.01.02 148 4
2854 인생 낙원 운영자 23.01.02 91 1
2853 세상 온도 높이기 운영자 23.01.02 84 2
2852 행복한 노인 이발사 운영자 23.01.02 79 1
2851 대통령과 야당대표의 앙상블 운영자 22.12.26 108 2
2850 어떤 흙수저의 행복론 운영자 22.12.26 302 1
2849 무덤구멍은 골프홀이야 운영자 22.12.26 99 1
2848 다시 그 때를 살아간다면 운영자 22.12.26 100 2
2847 늙으면 서러운가? 운영자 22.12.26 113 4
2846 젊은 날의 종치기 체험 운영자 22.12.26 81 2
2845 흉악범을 이기는 방법 [1] 운영자 22.12.26 119 1
2844 망각했던 내 소원 운영자 22.12.19 139 2
2843 명품 변호사 운영자 22.12.19 118 1
2842 죽은 글 운영자 22.12.19 101 1
2841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운영자 22.12.19 147 2
2840 자유롭게 자기답게 운영자 22.12.19 106 2
2839 언론 전문 변호사 운영자 22.12.19 84 0
2838 '변호사일지'속의 두 신선 운영자 22.12.19 79 1
2837 대통령들의 수고 운영자 22.12.12 9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