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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수사의 어제와 오늘

운영자 2020.02.24 10:02:06
조회 144 추천 1 댓글 0
특정인을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정치공작을 했던 관련자들이 기소됐다. 대부분이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의 측근이다. 과거 같으면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수사기관은 오랫동안 권력의 흉기였다. 선거에서 낙선시킬 자의 심장에 칼을 꽂기도 했다. 진실을 밝혀야 할 기관이 없는 죄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은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칼을 쥐고 있는 권력이 자신의 칼에 찔린 것이다.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경찰청장 출신이 자유총연맹의 회장 후보로 나섰다가 선거 직전에 압수수색과 구속을 당했다. 뇌물혐의였다. 그 사실이 언론에 흘러가고 그는 낙선됐다. 나는 변호인이 되어 조사에 입회했었다. 담당 검사는 자기가 하는 일은 수사가 아니라 정무라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매일 높은 곳에 보고하고 구체적으로 지시를 받는다고 했다. 뇌물죄로 기소를 하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자기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선거가 끝난 후 뇌물죄는 무죄가 되었다. 집권당의 의석수가 부족한 경우 수사기관을 동원해서 야당 의석을 줄일 수도 있다. 내가 아는 검사장은 마음먹으면 선거에서의 당락도 그리고 기존 국회의원의 자격 박탈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의 고위간부 출신이 내게 이런 말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내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거명될 때였지. 권력의 핵심에서 내게 전해진 메시지는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을 파괴할 수 있느냐는 거였지. 내사해 보니까 깨끗한 거야. 선거 때까지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말고 언론이 똥물을 뒤집어씌우라고 했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었어.”

출세하려면 그는 양심을 버렸어야 했다. 수사기관의 정치개입은 자유민주주의의 부정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범으로 기소된 국정원장의 사건을 지난해 맡았었다. 적폐청산의 깃발이 날릴 때 검찰은 국정원장을 회계담당 공무원이라고 하면서 법으로 엮었다. 국정원 예산을 청와대로 보낸 걸 대통령에 뇌물 바친 것으로 해석했다. 법의 밥을 사십년 가까이 먹었지만 그런 법 해석은 처음이었다. 일선의 판사들은 국정원장을 회계직원으로 보거나 예산을 뇌물이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죄로 하라고 명령했다. 정치의 악령이 법치를 파괴하는 현장을 내가 목격했다. 이 나라는 국민을 분열시키는 크고 작은 증오가 매연같이 가득 차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재판기록 중 정무 비서관의 진술이 눈에 띄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이라는 인물을 지나치게 증오한 것 같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그를 선거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대항마를 구했다. 경쟁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연설문까지 청와대에서 준비해 주는 과정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의원의 방에 있는 자신의 사진마저 떼오라고 닦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보다 비박 의원들을 더 미워한 것 같다. 아부하는 측근이 있었다면 수사기관에 조사하라고 메시지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적대시하던 의원들이 대통령의 탄핵 쪽으로 찬성표를 던지고 정권이 넘어갔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표적이 되어 수십 년의 징역을 살아야 하는 죄인이 됐다.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 역시 지금 희대의 반역자가 되어 무수히 날아오는 돌을 맞고 있다. 수사기관은 민주와 법치를 지키라고 존재하는 것이지 파괴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살아있는 권력을 검찰이 기소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번의 정치수사의 역할은 경찰이 담당했던 것 같다. 한 유튜브 방송에서 사건에 관련된 경찰 간부가 항변하는 걸 들었다. 선거 때라고 시장 측근의 비리를 조사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는 취지였다. 권한 내에서 절차에 따라 했는데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는 지금 집권당의 공천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질 수 있다. 앞으로 법정에서 일어날 일들이 보이는 것 같다. 진실이 밝혀지는 재판정일 수도 있고 한쪽의 거짓에 면죄부를 주는 정치재판이 될 수도 있다. 출세를 목적으로 법 기술자였던 검찰이 지금은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대는 정의의 화신으로 변했다. 검찰총장이나 담당 검사들이 회개하고 자신을 내 던질 수 있을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뒤늦게나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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